메주를 쑤었습니다.
좋은 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완도 본섬의 비옥한 토양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을 구입했습니다. 자루를 펴보니 콩 알이 아주 잘 여물었고 빛깔도 선명한 노란색을 띄고 있어서 육안으로 보아도 참 좋은 콩인 것 같군요.

된장이 맛나면 일년 내내 국 걱정이 없어 식사준비 하기가 수월합니다.
고기국은 금세 질려 뭐 새로운 게 없나 하게되지만 된장이 들어간 국물이나 찌개는 김치처럼 늘 먹어도 질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된장은 발효식품이라 몸에 좋지만 짠 게 흠입니다. 짠 된장을 많이 섭취하면 위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하니 조리과정에서 염도를 낮추셔야 합니다.

된장을 상온에서 보관하려면 염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최근엔 저온숙성법이 개발되어 염도를 낮추고 햇볕이 아닌 냉장상태에서 보관한다는군요. 이렇게 저장하면 벌레 생기는 것도 방지할 수 있는데 시설비와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게 흠이라고 하네요.

저는 우리의 전통음식 중에서도 된장을 제일 소중하게 여깁니다.
김치는 바쁘면 가끔 사먹기도 하지만 된장 만큼은 제가 꼭 담가 먹습니다.
금년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된장을 담그지 못해 여기저기서 사서 먹었더니 맛이 구구각색이고 염도도 들쭉날쭉하여 된장국 끓일 때마다 헷갈렸지요.

올해엔 별 일이 있더라도 메주를 쑤어서 된장을 담그기로 작정하고 있다가 어제 메주를 쑤었습니다. 메주를 만들어놓고 보니 반듯하게 생긴 게 그렇게 잘 생겼을 수가 없다 싶게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메주가 잘 떠서 맛난 된장과 간장으로 담가져 저를 즐겁게 해주겠거니 생각하니 며칠 수고 한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메주쑤기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까지가 적당한 시기입니다.
사실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아파트에서도 메주 서너 덩이쯤은 충분히 만드실 수가 있습니다. 베란다에 햇볕만 잘 들면 건조시키는 데에도 문제가 없거든요.
메주는 건조가 잘 되어야 부패하지 않고 잘 띄울 수가 있지요.

벌레 먹었거나 썩은 콩은 가려내고 씻어서 맑은 물에 하루 저녁 담가 불립니다.
콩 불린 물은 버리지 않고 그 물로 콩을 삶습니다.
물은 콩의 1.4배 정도 붓고 끓으면 넘지 않게 솥 뚜껑을 열고 저어주면서 물이 졸아들면 다시 물을 더 부어주고 불을 조절하여 콩이 밤색이 되도록 5.6시간 정도 뭉근히 삶습니다.
다 삶아진 콩은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 다음 절구에 넣고 찧어서 메주를 만듭니다.
절구가 없으면 두꺼운 비닐봉지에 콩을 담고 발로 밟아도 콩이 부드러워 금세 문드러집니다.
콩의 낟알이 대강 으깨지면 넓은 도마 위에 찧은 콩을 얹고 손으로 치대어 모양을 잡아 메주를 만드는데 높이가 높지 않게 만드셔야 건조도 쉽고 띄우기도 쉬워요.
메주를 만들어 매일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햇볕을 쪼이고 자주 뒤집어주면 아주 잘 마르거든요.
이틀 정도 지나 겉 면이 말라 꾸덕꾸덕해지면 짚으로 묶어 햇볕이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메달아 30일 이상 건조시킵니다.
메달기가 어려우면 넓은 널판지에 짚을 깔고 자주 뒤집어 주면서 햇볕과 바람을 쏘이면 잘 마릅니다.
1달 정도 지나 잘 건조된 메주를 젖은 볏짚(따뜻한 물에 담가 5분간 둔 뒤에 건져 물기를 털어냄)을 메주 위 아래로 깔고 깨끗한 면 이불로 덮고 뜨겁게 가열된 방에다 두고 발효를 시킵니다.
 
온도는 26도 정도가 되게 하여  하루가 지나면 황곡균의 포자가 생기는데 이때 메주 자체에서 발생한 열로  메주 사이가 몹시 뜨거워지니 메주의 위 아래와 서로의 위치를 바꿔주면서 거풍과 환기를 해줍니다.그러고 나서 7.8시간이 지나면 흰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또 온도가 오르니 다시 거풍과 환기를  한번 더 해주고 마지막으로 35도 정도의 고온으로 48시간 정도 발효를 시킵니다.
 
이렇게 띄우면 하얀 곰팡이가 메주 전면에 피는데 흰곰팡이가 생겨야  장맛이 좋습니다.
메주는 두께가 5센티 이하로 얇게 만드셔야 속까지 고르게 발효됩니다.
검거나 푸른곰팡이가 생기면 부패한 것이 되므로 주의해서 살피셔야 합니다.
이렇게 띄워진 메주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다시 건조시켜 장 담글 때까지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번거롭더라도 메주 만들어 장 담그시면 1년이 즐겁습니다.
잘 뜬 메주를 사셔서 장  담그셔도 좋고요. 금년엔 메주 만드셔서 장 한 번 담궈보시면 어떨까요.
간장 된장 고추장은 부엌살림의 밑천이니까요.

<된장으로 간을 맞춘 버섯 샤브샤브>
다시마와 무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멸치로 우린 육수에 간을 된장과 집간장으로 맞춘 샤브샤브로 주말요리 만들어보세요. 육수에 된장을 슴슴하게 풀어넣고 한소끔 끓으면 샤브샤브용 소고기와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느타라버섯 봄동속잎 준비하셨다가 한꺼번에 넣고 휘저어 살짝 익으면 간장으로 간을 맞추세요. 참깨소스에 건지를 찍어 드신 후엔 칼국수 사리 넣으셔서 익혀 드셔도 좋아요.

<풋마늘 겉절이>
제주에서 올라오는 풋마늘이 아주 탐스럽네요.
진간장에 고춧가루와 깨소금 참기름 양념장에 버무려 한 접시 담아내시면 밥반찬으로도 그만이에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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