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의 키워드를 대략 꼽아보면 성공, 리더십, 소통, 행복인 것 같습니다. 
사회의 각 주체 간에 막힌 언로(言路)를 뚫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능력을 기르고 훌륭한 리더십을 갖추어 자기분야에서 성공하려함도 결국은 자신이나 고객이 모두 행복해지려는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두 말할 여지도 없이 행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 절실하게 누리고 싶은 소중한 가치겠지요.
행복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욕구가 만족되어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하는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하며 그 상태는 극히 주관적이다'라고 하네요.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또한 인간사 모든 일들이 자신의 마음 먹기에 달려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행복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정서적 만족의 상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 중 음식이 차지하는 부분도 꽤 크지 않나 여겨집니다.
외지로 유학을 보냈거나 군대에 간 자식이 휴가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맛난 음식을 마련해놓고 대문 쪽만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자녀의 모습이 나타나자마자 버선발로 달려나가 자식을 얼싸안는 모습은 차마 잊어버릴 수 없는 우리의 지나온 풍속도가 아닐른지요.

추석이나 설 명절이 되면 대처에 나가 사는 자식들 먹이실려고 몇날 며칠 전부터 지지고 볶고 삶아서 바리바리 맛난 음식 장만하시는 우리네 어머님들이 차리신 그 밥상이 바로 행복이 아닐는지요.
직장에 출근한 남편과 학교에 간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며 맛난 저녁상 차리느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주부님의 땀방울이 곧 행복의 서곡이겠지요.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온다는 소식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놓고 초인종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기다리는  이의 마음이 또한 행복의 표상 아니겠는지요.

가격 부담이 그리 크지 않고 사시사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으니 그게 바로 홍어회무침입니다.
한데 홍어가 제철인 지금이 더울 때보다 훨씬 더 맛이 좋습니다.
홍어요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잔칫상이면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홍어회무침은 그만큼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회냉면 위에 새콤달콤한 홍어 한 점 올라 앉아 있으면 냉면 먹는 재미가 배가(倍加 )되는 바로 그 음식이 홍어회무침이지요.

요즈음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와도 착 맞아 떨어지는 안주감이기도 하고요.
홍어회무침은 삭힌 홍어를 사용하지 않고 생물을 사용합니다.
국산 홍어가 너무 비싸고 귀해 구하기 힘이 드니 수입산보다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오리나 간자미를 쓰시는 게 좋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이런저런 사연으로 술자리가 잦아지시지요?
알콜 도수가 높지 않고 유산균이 많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건강주 막걸리에 홍어회무침 한 접시 그리고 따끈한 홍합국물 한 사발로 회사 동료나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올 한해 회포 푸시면서 가는 해 마무리 하시고 오는 새해 맞으실 준비 하신다면 이게 바로 작은 행복이지 싶네요.

홍어는 손질할 때 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넓은 도마 위에 종이를 깔고 홍어를 올려놓응 뒤, 마른 행주로 홍어의 한 쪽을 잡고 겉면의 미끈미끈한 진액을 칼끝으로 죽죽 훑어내립니다.
키친타올이나 마른행주로 벗겨낸 점액을 깨끗이 닦아냅니다.
내장을 도려내고 꼬리를 자른 다음 큰 것은 껍질을 벗겨내고 홍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썹니다.
토막 낸 홍어를 막걸리에 담가 씻은 다음 건져 다시 막걸리에 1시간쯤 더 담궈 놓습니다.
회무침에 들어갈 야채(무 쪽파 미나리 오이)를 깨끗이 씻어 5센티의 길이로 잘라 준비합니다.

무와 오이는 약간 도톰하게 썰어 소금 식초 설탕을 혼합한 액에 재워 반 시간쯤 두었다가 건져 면보에 싸서 물기를 꼭 짭니다.
막걸리에 재워둔 홍어도 건져 베보자기에 싸서 최대한 비틀어서 물기를 짭니다.
양념장은 고운고춧가루 설탕 2배식초 소금 간마늘 생강즙 청홍 고추편 깨소금을 넣고 잘 혼합합니다.
홍어를 맨 먼저 양념장에 버무려 간이 배이도록 합니다.
그 다음 무와 오이를 넣어 버무리고 맨 나중에 미나리와 쪽파를 넣어 함께 버무립니다.
최종 간은 먹어보면서 고춧가루 설탕 소금 식초로 맞춥니다.

피로감을 쉬 풀어주고 간 손상도 없는 생막걸리에 홍어회무침으로 송년회 하신다면 자신은 물론 주변이 다 환해지시겠지요.
'우중충한 2009년이여, 고이 저물게나, 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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