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마을에 꽃 핀 장인의 숨결

입력 2009-10-31 11:59 수정 2009-11-06 07:04
10월 29일부터 순천의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열린 남도음식축제에 다녀왔습니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가는 들녘에는 김장철 수확을 기다리는 무와 배추가 파랗게 생장을 지속하고 있었고 평화로운 남녘마을의 감나무엔 빨갛게 익은 장두감이 서리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압록을 지나니 하얀 은모래가 동화처럼 펼쳐지는 섬진강변의 그리운 풍광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 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님의 싯귀를 읊조려보면서 굽이굽이 호젓한 산길을  달리다보니  어느덧 행사가 열리는 낙안읍성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꽹가리소리가 잔칫날의 흥을 돋우고 구성진 남도의 창이 흐르는 행사장 무대를 지나니 제가 오랜동안 만나고 싶어했던 남도음식 전시장에 다달았습니다.
행사의 주무관청이 전라남도에서 순천시로 바뀐 게 2년째인 터라 축제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남도음식 기능보유자들의 생생한 조리시연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각 군별로 대표되는 음식의 판매대와 식객을 위한 음식점이 있었고 남도음식의 명장들이 출품한 음식들이 별다른 설명자료 없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세세한 조리과정을 배워볼 수 있겠다는 기대와 명인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렘이 무산되어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출품된 진기한 음식들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랜 연구와 실험정신으로 숙련된 장인들의 솜씨와 숨결을 느낄 수 있어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라 여겼습니다.

남도음식의 일반적 특징은 기후가 온화하고 땅이 비옥하여 생산되는 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간이 세고 양념을  많이 쓰는 조리법을 들 수 있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의 발달로 수산물도 풍부하니 진도의 낙지호롱이나 완도의 전복회와 죽 벌교의 꼬막요리 여수의 서대찜과 돌산갓김치 홍어를 주재료로 한 목포의 삼합 그리고 질 좋은 한우를 이용한 광양과 함평의 불고기와 송정떡갈비 영광의 굴비요리와 모싯잎송편 담양의 대나무를 이용한 대통밥과 구례의 산채요리 장성의 민물고기요리 등 많은 향토음식들이 장인들의 솜씨를 거쳐 맛깔난 음식으로 밥상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지요. 

이외에도 굳이 세상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가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명가의 음식에는 지혜로운 종부의 내림손맛과 가풍을 이어가는 기개 그리고 내 집에 오신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려는 아름다운 보시의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가을햇살 따사로운  날 해남윤씨 고산 윤선도의 고즈넉한 고택 녹우당에서 맛본 비자강정과 녹차설기와 차맛은 제 생애 내내 잊지 못할 명품음식으로 기억 될 것입니다.
속도와 편리함만을 좇아 대충대충 살아온 제 자신의 삶이 되돌아보아져 발검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낙지호롱>
남도지방 특유의 향토음식 하나를 소개합니다.
일명 낙지꾸리라고도 하는 낙지호롱은 남도지방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입니다.
싱싱한 낙지의 내장을 꺼내고 손질하여 밀가루나 소금에 바락바락 문질러 먹물과 뻘을 깨끗이 제거하고 맑은 물에 헹구어 물기를 뺍니다.
손질된 낙지를 다듬어진 짚이나 대나무젓가락에 머리부터 꿰어서 다리 부분은 돌돌말아 감은 후에 직화로 굽습니다.
양념 없이 담백하게 구울 수도 있고 진간장에 참기름과 다진 마늘로 배합한  담백한 양념장을 발라 굽기도 하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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