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재미있는 엿기름 기르기

한식의 우수성을 들라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빼어난 강점은 발효식품이 많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발효음식의 대표주자 중 식혜를 빼놓을 수 없지요.
차가윤 식혜 한 공기면 갈증이 싹 가시고 더부룩한 속도 순식간에 편안해지니까요.
하기에 명절이나 집안의 행사 치를 때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식혜이지요.

추운 겨울날 바깥에 내어놓은 식혜항아리에 살얼음이 동동 뜬 식혜 한 사발을 퍼와서 마시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이  맛나고 행복하던 어린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식혜를 만드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평소에도 준비해놓으시면 가족들의 음료로 아주 좋지요.
경상도 진주지방에서는 차가운 녹두죽에 뜨거운 식혜를 부어 주는 유명한 죽집이 있었다고 어머니께서 얘기 해주시는데 소화가 더딘 녹두나 팥 음식에 식혜가 곁들여지면 맛도 좋아지고 소화흡수도 용이해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어 환상의 궁합이다 싶군요.

식혜를 만드는 데에 가장 중요한 식재료는 엿기름입니다.
엿기름이 좋아야 밥도 잘 삭고 맛도 좋기 때문이지요.
엿기름이 나빠 식혜만들기에 실패한 경험을 저는 여러 차례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엿기름의 냄새와 겉모양만으로도 좋은 엿기름인지 나쁜 엿기름인지를 분간할 수 있지만 살림이 서툴 때엔 그런 것 분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수도 없이 속다 보니 진짜 가짜를 식별하는 눈이 생긴 것이지요.

엿기름 때문에 속상한 기억이 많아 엿기름을 제 손으로 직접 길러보았습니다.
엿기름의 재료는 겉보리입니다.
봄철에도 엿기름을 기를 수는 있지만 서리가 내리는 상강 이후의 늦가을에 기른 것이 훨씬 단맛이 좋습니다.
지금부터가 엿기름기르기에 딱 맞는 시기이지요.

<엿기름 기르기>
알이 잘 여문 겉보리를 헹구어 하룻밤 물에 담가놓습니다.
다음 날  물에 불은 겉보리를 대소쿠리에 건져 실내온도를 25도C 내외에 두고 수분이 마르지 않게 베보자기나 면보자기를 덮어두고 하루에 대여섯 차례씩 물을 흠뻑 뿌려줍니다.

3일 쯤 지나면 신기하게도 겉보리에 하얀 뿌리가 돋아나면서 서로 엉겨붙습니다.
엉겨붙은 겉보리를 맑은 물에 담가 손으로 뜯어내면서 깨끗하게 씻어서 소쿠리에 건집니다.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엉기면 또 물에 씻어 뜯어줍니다.
이런 과정을 오육일 정도 되풀이 하면  겉보리에 파란 싹이 돋습니다.
파란 싹이 나면 엿기름은 다 길러진 것이니 이것을 가을볕에 잘 말립니다.
실외에서 말리면 더 좋은데 아파트 베란다의 창문을 열어놓아도 잘 마릅니다.
마당에서 말리실 경우엔 저녁에 거두어들이지 말고 비닐을 덮어 밤새 찬공기를 쐬게 하셔요.
찬서리를 맞으면 더욱 좋고요.

사흘 정도 말리면 바싹 마르니 이 때에 엿기름을 손으로 부벼 뿌리 털을 떼어내고 키로 까불어 잔부스러기들을 날려보냅니다.
이것을 방앗간에 가져가 거칠게 빻아오시면 양질의 엿기름이 완성됩니다.
엿기름을 손수 장만하여  냉동보관하면 식혜 하실 때에도 고추장이나 집장 담그실 때에도 두루 사용하실 수 있으니 살림이 알뜰해지고 재미있어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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