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서리가 아직 내리지 않네요.
선선한 바람이 자주 불고 햇볕은 따사로우니 여러가지 남새를  말리기에 매우 적당한 시기입니다.
생육의 상태가 좋고 싱싱한 가을채소들을 볕이 잘 드는 양지에 내다 말려 기나긴 겨울을 나는 동안 식재료로 쓰시면 아주 요긴하지요.

<호박고지>
애호박을 2-3미리 정도의 두께로 저며 채반이나 돗자리 위에 펴서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서  뒤집어 가며 말립니다.
이렇게 말린 호박을 호박오가리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물에 불려 나물로 볶으면 졸깃거리는 맛이 식감을 즐겁게 해주는 반찬이지요.
분이 하얗게 난 청둥호박은 겉껍질을 벗기고 속을 정리하여 길죽하게 오려 채반에 말렸다가 시루떡 찔 때나 약밥 하실 때에 살짝 물에 불려 설탕에 버무려 사용하시면 맛이 아주 좋아요. 

<무우말랭이와 마른고춧잎>
맛이 좋은 가을무를 도톰하게 썰어 실에 꿰어서 베란다에 매달아 말립니다.
고춧잎도 데쳐서 물기 꼭 짜버리고  채반에 펴서 말려 두시면 무우말랭이 무칠 때에 물에 불렸다가 함께 무치면 맛이 잘 어울리지요.

<표고버섯 말리기>
맛이 좋고 몸에도 좋은 버섯은 어느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리는 식재료입니다.
지금 한창 많이 나는 표고버섯을 고깔 떼버리고 1센티 정도의 넓이로 저며 잘 말려두시면 찌개나 전골 잡채 만드실 때에 잠깐 불려 요긴하게 쓰실 수 있어요.
건표고로 구입하시면 값도 비싸거니와 건조과정에서의 미심쩍은 염려 또한 따르기 마련인데 집에서 내 손으로 만들어 쓰시면 경제적이고도 안전하니 더 말할 나위 없이 유익하지요.

<풋고추말리기>
요즈음 시장에 가보면 끝물고추가 많이 납니다.
넉넉히 구입하셔서 일부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꼬투리 따버리고 방앗간에 가서 거칠게 가루를 냅니다.
이 풋고추가루를 겨울이나 봄철 된장찌개 끓이실 때에 한 숫갈씩 넣으시면 얼큰한 맛을 내는 데는 그만이에요.
온실재배한 풋고추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냅니다.

<풋고추 절임>
탱탱한 끝물풋고추를 손질하여 멸치액젓이나 생젓 또는 조림간장에 담가 삭히면 감칠맛나는 겨울철 밑반찬이 되지요.
소금물에 삭혔다가 동치미 담그실 때에 넣으시면 알싸하게 매운 맛이 동치미의 풍미를 더해줍니다.

<무우청 말리기>
요즈음 무우청이 아주 싱싱하고 좋아요.
이걸 그대로 김치 담그셔도 수분이 풍부하여 아삭거리는 게 감칠맛이 돕니다.
조금 있으면 줄기가 세어져서 겉껍질을 까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지금 무웃잎 버리지 마시고 삶아서 물기 짜버리고 햇볕에 말려두시면 겨우내 시래기국으로도 시래기나물로도 만들어 드실 수 있어요.
무우청만 따로 팔기도 해요.
조리하실 때 샐러드유 넣지 마시고 된장과 집간장으로 간하고 멸치육수와 참기름으로 맛을 내시면 느끼하지 않고 지방섭취량도 줄일 수 있어요.

<생강차 담그기>
햇생강이 많이 납니다.
생강 넉넉히 구입하셔서 껍질 깨끗이 벗겨 씻어 물기가 마르면 1미리 정도로 얇게 저며 유리병에 설탕과 생강의 비율을 1대1로 버무려 냉장하였다가 조금씩 꺼내서 차를 끓여 드시면 감기예방에도 좋고 향도 일품입니다. 
차를 달여 내실 때에는 잔 위에 대추채를 띄우세요.

적은 비용과 잠깐의 노력으로 때 놓치지 않고 저장식품 마련해두시면 밥상에 품위가 더해지고 매 끼니마다 찬거리 준비로 종종걸음 치시지 않아도 되니 이 보다 더 알뜰한 살림비법이 어디 있겠는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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