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상강(霜降)

불과 며칠 전만 하여도 한낮 더위가 이십오육도를 오르내렸으나 이젠 제법 도톰한 옷을 꺼내 입고 가을나들이에 나서야할 만큼 기온이 싸늘해졌습니다.
이제 가을비가 한 차례씩 더 내릴 때마다 대지의 온기는 차츰 식어갈 것이니 세월의 無常함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오는 23일이 된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입니다.
상강은 24절기 중 18번째로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들어 있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음력으로는 9월, 양력으로는 10월 23일경이고 태양이 황경 210도에 위치하는 날이 입기일이지요.
이 무렵의 농촌엔 가을걷이가 한창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분주한 시기입니다.
벼를 베고 탈곡을 하며 벼베기가 끝난 논에는 이모작용 가을보리를 파종해야 하니까요.

하얀 분이 보얗게 서린 청둥호박을 따고 밤과 감 사과 배등의 과일을 거두어들이며 조와 콩, 팥, 녹두, 수수같은 밭곡식을 수확합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고추를  따고 고구마와 땅콩을 수확합니다.
절기음식으로는 찹쌀가루 반죽에 색색의 국화 꽃잎을 얹어 국화전을 부쳐먹기도 하고 국화주를 빚어 마시기도 합니다.
가을은 오곡백과를 추수하니 풍요와 결실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온갖 색으로 물든 잎새들을 모두 떨구어버리게 되니 조락과 소멸을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며칠 전 완도 앞의 청정바다에서 잡아 온 감성돔으로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사실 저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데 무슨 인연에서인지 낚시를 따라다닐 기회와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소싯적에는 아버지의 낚시터를 심심찮게 동행하였었고 나이 든 후로는 아이들의 낚시길을 함께 하였습니다.
생선요리는 좋아하지만, 눈 멀겋게 뜨고 있는 생선을 제 손으로 토막내는 일은 내키지 않아 회를 뜨는 일은 삼가하고 있습니다.

잘한 일이 되었건 잘 못된 일이 되었건 집에 가져온 눈 감은 생선은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강아지는 잘 키우는 게 도리이고 보신탕은 맛있게 먹는 게 예의’라시던 어느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납니다.
살다보면 이런 식의 아이러니는 숱하게 겪는 일이지요.

감성돔은 비늘 내장 아가미를 제거하고 엷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도미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비만을 예방해야 할 중년기의 성인들에게 매우 좋은 식재료입니다.
특히 도미의 껍질에는 비타민B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므로 껍질째 드시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재료가 신선하니 부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돔 고유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택했습니다.
무와 다시마 건새우로 끓여낸시원한 맛의 육수에 손질된 생선을 넣고 고춧가루와 집간장으로 초벌 간을 하여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대파 미나리로 향과 맛을 내고 마지막 간은 소금으로 맞춥니다.

도미는 구이나 찜으로 만드셔도 맛이 좋지요.
구이나 찜을 하실 때에는 손질 후에 칼집을 넣어 약하게 간을 해둡니다.
1시간쯤 지나 간이 생선의 살 속에 배어들면 조리하시는 게 부서지지 않고 맛도 좋아요.
팬에 굽 는 것보다는 직화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양념간장 끼얹어 상에 내시고, 찜을 하실 때엔 간이 된 도미를 그늘에서 반나절 정도 말립니다.
구덕꾸덕하게 마른 도미에 육수와 양념간장(진간장 맛술 다진마늘 물엿으로 만든)을 섞어 자작하게 부어 중불에서 졸이다가 생선의 살에 양념이 배이면 위에 골패 모양의 황백지단과 청홍고추편으로 고명을 얹어 상에 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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