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이 담긴 밥상

입력 2009-10-18 06:49 수정 2013-01-26 07:46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스런 가을비가 지나가고나니 남아 있던 늦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청명한 가을하늘에는 싸늘한 냉기마저 감도네요. 산야에 피어난 구절초의 가녀린 모습과 형형색색으로 물들여진 단풍잎들이 깊어가는 가을날의 정취를 더해줍니다.

12 년 간 갈고 닦은 실력을 검증 받을 수능일이 다가오고 있네요.
시험을 치루게 될 수험생은 물론 뒷바라지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오신 부모님들의 노고가 눈물겹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적자가계가 되더라도 흔쾌히 지출을 감당하셨으니 그분들이 두고두고 감내해야 할 내핍의 고통을 헤아려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수험생들은 어쨌건 통과해야 할 관문이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일전을 치루셔야 하지요.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減毁傷 孝之始(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
몸(몸과 머리털과 살갗)은 부모님 한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거나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출세하여 도를 행하고 이름을 후세에 알려 부모님을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니라.

굳이 <효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부모님의 은공에 보답하는 길은 부지런히 공부하여 자신이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수능을 잘 치루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효도의 전부는 아닐 테지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는 있어야 아쉬움이 남지 않겠지요.

지친 심신을 추스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무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밥은 불린 표고버섯채나 풋콩 밤을 넣어 지은 영양밥이나 잡곡밥이 알맞겠네요.
두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데는 단백질의 충분한 공급이 필수입니다.
지방이 제거된 육류나 흰살 생선으로 만든 음식이 좋을성 싶네요.
피로를 쉬 풀어주는 칼슘의 공급도 따라야 하니 따뜻하게 데운 우유나 멸치볶음이 좋겠군요.
그리고 시래기나 아욱된장국, 콩나물국, 오징어무국, 두부된장찌개, 해물미역국이면 되겠지요.
여기에 신선한 야채(버섯볶음 갖은나물이나 무우생채 쌈채로 만든 겉절이)와 과일 그리고 따뜻한 음료(대추차 인삼차 결명자차 뽕잎차)가 곁들여진다면 더 없이 좋은 식단이지 싶네요.

<아롱사태수육>
아롱사태를 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끓는 물에 대파와 무우 다시마 통마늘을 넣고 10분 쯤 센불에 익히다가 중불에서 40여 분 간 더 끓여 고기가 충분히 물러지면 불을 끄고 수육을 건져 식힌 후에 얇게 썹니다. 삭힌 청양고추 다져 넣은 양념장이나 감식초로 만든 초고추장을 찍어 드시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반하게 되어 피로는 사라지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의욕도 생기겠지요. 
배추고갱이나 쌈채 풋고추도 쌈장과 곁들여지면 더욱 좋아요.

<삼치무조림>
가을무는 인삼과도 안 바꾼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육질이 단단하고 수분이 많은 가을무를 큼직하게 썰어 고춧가루에 살짝 굴려 멸치육수 붓고 먼저 끓이다가 무가 어느정도 익으면 토막 낸 삼치를 넣고 고춧가루와 진간장 집간장 설탕  대파 풋고추편 다진마늘 넣은 양념장을 넣고 중불에서 조립니다.
양념이 고루 배이도록 중간중간에 숫갈로 국물을 떠서 재료 위에 끼얹어 줍니다.
무가 익고 생선에 간이 들면 불을 끕니다.

<갓김치>
'갓은 2년생 풀로서 잎과 줄기를 먹으며 단맛과 매운맛이 나고 향기가 있다. 돌산갓은 매운맛이 덜하고 부드러우며 향기가 좋다.
갓은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며 기침을 그치게 하고 냉기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지만 너무 많이 먹거나 잎이 작고 털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해롭다'고 허영만선생의 식객에서 밝히고 있네요.

아무튼 갓김치는 밥맛 돋우는 가을철 별미입니다.
윤기 자르르 도는 햅쌀밥 한 숫갈에 갓지 한 가닥 착 걸쳐얹어 먹는 그 맛이라니!.....
청갓보다는 붉은 빛을 띈 홍갓이 김치거리로 좋아요.
갓은 그 자체만으로도 향과 맛이 강하므로 양념 많이 하실 것 없어요.
간은 아주 약하게 하시고 적은 양은 1시간 많을 때는2 시간 절이면 충분합니다.
고춧가루를 멸치나 까나리액젓에 갰다가 쪽파와 다진 마늘 생강 통깨 넣고 버무리시면 됩니다.
상온에서 사흘 정도 익히면 톡 쏘는 맛이 도는 갓김치 드실 수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 최종 마무리 잘 하셔서 고생하신 수험생과 학부모님 모두모두 웃으실 수 있게 마지막 피치 올리시길 기원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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