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추어탕

여느 해에 비해 짧은 추석연휴가 아쉽게도 끝나가네요.
살갗에 닿는 바람의 기운이 이젠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게 됩니다.
파랗던 벼포기들이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들판에는 소슬한 가을바람이 일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동면에 들어갈 뭇 생명들은 기나긴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 필요한 영양분들을 제 몸속에 비축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을의 보양식 중의 대표적 주자를 들라하면 추어탕을 꼽는데 주저하실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고기 어(魚)자에 가을 추(秋)자가 붙어 鰍魚라고 불리는 것만으로도 추어탕은 가을을 상징하는 보양식입니다.

아직 햇볕에 온기가 남아 따사로운 가을 한나절 논도랑에 고인 물을 퍼내면 힘도 좋게 퍼득이며 튀어오르는 미꾸라지를 오지게 잡아내던 어린날의 추억 한 장면쯤은 사오십대 이상의 어른들은 가슴에 지니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게 구한 추어를 무쇠솥에 넣고 삶아 확독에 갈은 다음 텃밭에서 금세 마련한 무우청시래기 듬북 넣고 마른 솔가지를 끊어 지핀 불에 보글보글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추어탕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

미꾸라지는 뱃속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원기충전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는 강장식이라네요.
추어는 통째로 넣거나 갈아서 끓이므로 칼슘은 물론 알과 난소에 풍부한 비타민 A와 D의 공급원이 된다네요.
특히 피부건강에 좋은 성분인 콘드로이신황산은 단백질과 결합, 콜라겐과 함께 세포간 물질의 주성분을 이루는데 이는 우리 몸의 연골이나 진피등에 존재한다는군요.
콘드로이신황산은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감소하기 시작해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세포의 조직이 쉽게 손상되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추어의 점액물질에는 콘드로이신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를 젊고 탄력 있게 유지시켜 주는 작용도 한다네요.
또한 추어탕은 소화흡수가 빨라 위장질환이 있는 환자나 수술 전후의 환자에게도 좋은 영양식이며 성장기의 어린이나 수험생 임산부 노인에게도 필수적으로 도움을 주는 음식이랍니다.

미꾸라지는 논 속의 진흙땅 속으로 들어가 긴 겨울잠을 자는데 이를 위해 여름부터 제 몸 속에 영양분을 비축하기 시작하니 여름부터 가을까지의 추어가 가장 맛 있고 영양가도 풍부하다 합니다.
추어는 논고랑 물을 막아 고인 물을 퍼낸 다음 잡은 자연산의 맛이 가장 좋겠으나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요즈음은 다량으로 양식을 한다하니 수입산 보다는 국내산을 이용하시면 좋겠지요.
추어는 통째로 삶아 숙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튀기는 방법도 있지만 주로 탕을 끓여 먹습니다.

추어탕을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통째로 조리하는 법과 삶아 으깨서 끓이는 방법이 있지요.
넓은 용기에 추어를 담고 소금을 뿌려 뚜껑을 닫고 한참이 지나면 몸 속의 뻘이 빠집니다.
이것을 깨끗이 씻어 큰 솥이나 냄비에 물을 붓고 미꾸라지와 두부를 통째로 넣어 가열하면 물이 뜨거워져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들어가 익게 되면 이것을 칼로 베어 각종 부재료와 섞어 끓이는 추어탕이 있다는데 저는 해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조리법은 삶은 추어를 갈아서 부재료와 함께 끓이는 방법이지요.

추어를 손질하여 삶고 소고기 양지머리도 푹 고아 고기는 건져서 곱게 찢어놓습니다.
삶은 추어를 믹서에 갑니다.
들어가는 거섶으로 무우청 시래기와 배추시래기를 반반씩 섞어 된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칩니다.
마른 홍고추와 들깨를 갈아 체에 받칩니다(고춧가루나 들깨가루로 하셔도 좋아요).
시래기 외에 삶은 토란대나 죽순 고사리를 넣기도 합니다.
갈아진 추어와 소고기 육수를 커다란 용기에 붓고 준비된 부재료도 함께 넣고 집간장과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 푹 끓이다가 청양고추 편과 다진마늘과 생강 대파 썰은 것, 후추가루 그리고 기호에 따라 산초가루나 깻잎 썰은 것이나 부추를 넣기도 합니다.
뜨거울 때 뚝배기에 담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갓김치나 배추나물 깍뚜기를 곁들여 상에 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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