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땀방울 배인 들녘에 알곡은 영글어가고

고속도로 양켠의 푸른 들녘을 지나다 보면 벼이삭들이 한참 익어가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벼 포기 하나하나가 땡볕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봄부터 쉴 새 없이 가꾸고 돌보아 온 농부님들이 흘리신 땀의 결정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면 어김 없이 떠오르는 릴케의 <가을날> 한 귀절이 떠오릅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여름은 무더위와 우기의 연속이라서 봄이나 가을보다 훨씬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새벽녘이면 창 틈으로 밀려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얄팍한 차렵이불을 비켜두게 하고 도톰한 솜 이불을 찾게 합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큰비가 잦았던 터라 무더위나 열대야를 줄일 수 있어 예년의 여름 보다 지내기가 훨씬 수월했지요.
한데도 가을이 오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고 즐거워 지는 걸 보면 여름에 지쳐 있었나 봅니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추석이 늦어지니 곡식이나 과일 두루 충실하고 풍성한 명절을 쇨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들깨를 수확하기 전인 이맘 때, 쨍쨍한 햇볕을 머금은 노지의 깻잎을 간장물이나 액젓으로 장아찌를 담가 놓으면 오래도록 저장이 가능합니다.
된장이 넉넉하면 작은 항아리에 된장을 덜어내어 물기 없는 깻잎을 박아두면 짭짤한 여름찬으로 좋고 삼삼한 맛을 선호하시면 새콤달콤한 간장물에 장아찌를 만드셔도 훌륭한 밑반찬입니다.
깻잎은 향이 무척 강하고 독특해서 음식의 향신채로도 자주 쓰이지만 쌈이나 김치 조림으로 만들어 드시면 즉석 반찬으로도 좋습니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 속이 느끼하고 거북할 때 깻잎 몇 장이면 입안은 금세 개운해지기도 하지요.

풋고추도 늦가을 서리 내릴 무렵에 따는 끝물 보다 요즈음 한창인 살이 오른 것으로 장아찌를 담그시면 훨씬 더 맛이 아삭거리고 부드럽습니다.
때 맞추어 준비 된 밑반찬은 밥상마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이게 다 부엌살림의 지혜입니다.
규모 있는 상차림은 숙성된 것과 금세 만든 찬과의 조화에 있지 싶군요.
싱싱한 풋고추나 오이를 썰어 한 접시 담아 놓으면 잘 익은 된장만 있어도 밥은 넘어가고 여기에 젓갈 한두 가지에 생선 조림이나 구이만 있어도 짜임새 있는 밥상이 되지 않겠는지요.
적고 가볍게 먹는 식습관이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고향이 좋은 건 어떤 경우라도 내 편이 되어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턱 없이 변해버려 낯설게 느껴지는 고향고을의 거리나 마을을 지날 때에도 어느 모퉁이에서 낯 익은 옛친구나 이웃 어른이 별안간 나타나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반가워 해줄 것 같은 상상이 가능해지는 공간이 바로 고향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꼬이고 삶에 지쳐 행색이 초라해졌을 때에도 눈을 내리깔고 위 아래를 훑어 보는 타산적인 눈길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땅이 고향입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은 늘 영혼의 안식이 가능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지요.
 
내 주머니가 가벼워졌을지라도 바른 먹을거리로 마련된 식사를 하실 수 있는 고향집 같은 곳이 있어 소개합니다.
설립자는 충남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생각이 크게 바뀌어서 변산으로 내려가 공동체를 만들어 농부가 된 윤구병 선생입니다.
모든 식재료는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사용하고 빈그릇운동을 실천하는 독특한 밥집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누구나 드실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점심은 비빔밥 한 가지만 12시부터 1시까지 자율요금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저녁은 주문제로서 지정된 가격으로 원하시는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주소는 마포구 서교동 481-1 태복빌딩 1층이며 전화는 02- 424-3190입니다.
2호선 합정역이나 6호선 망원역에서 내리시면 되는데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으니 출발 전에  위치를 충분히 숙지하고 가셔야 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시고  틈을 내어 한번 방문해보시면 자신의 식문화 개선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체험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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