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하지


 

< 설악산에서, 사진- 오순옥>

하지(夏至)는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음력 5월 中氣로 태양이 황경 90도에 도달한 양력 6월 22일경입니다.
이 날은 낮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긴 날인데 이는 지구의 표면이 받는 열량이 가장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 열량이 누적되어 하지 이후부터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보리밥>
노오란 햇보리쌀이 출하 되었습니다.
기다리던 식재료가 시중에 나오면 어찌 그리 반가운지요.
저는 일년내내 보리혼식을 하지만 여지것 묵은 보리쌀을 먹고 있었거든요.
언제 쯤 햇보리쌀을 먹을 수 있을까 많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김치와 된장 간장 같은 발효식품은 묵을 수록 더 깊은 맛이 나지만 곡식은 햇것이 영양과 맛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좀 많은 햇보리쌀을 넣고 밥을 지어 얼갈이와 열무 부추를 섞은 겉절이에 양파 풋고추 넣고 끓인 된장찌개와 고추장 참기름으로 슥슥 비벼서 동네 어르신 몇 분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기분 좋은 식사란 차린 음식이 거나해서 만은 결코 아닌 듯합니다.
소찬이라도 식재료가 신선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허물 없는 사이라면 어느 진수성찬 보다도 즐겁고 거룩한 밥상이지 싶습니다.
후식으로 친구한테 얻어 온 쫀득쫀득한 쑥떡과 매실차 곁들이니 마음은 먼 남쪽 고향마을의 유년시절로 날아듭니다.

보리가 노릇노릇 익어 훈풍에 살랑거릴 즈음 잘 익은 보리이삭 한오큼 꺾어서 마른 나뭇가지 불에 그을려 손바닥으로 비벼 입에 털어 넣고 오물거리다가 입가에 묻은 동무들의 거뭇거뭇한 잿가루얼룩이 재미 있어 깔깔대던 그 풋풋한 情景이며, 어머니 승락도 받지 않고 아이들과 마을 뒷산의 풀섶에 숨어 있는 산딸기며 까맣게 익은 버찌와 오디 따러 들판을 누비다가 넘어져 정갱이에 난 상채기와 풀독으로 어머니께 걱정 듣던 어린날의 저녁풍경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 납니다.

며칠 전 Tv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님이 고교시절 선생님 말씀 어기고 성룡의 영화 보러 간 일이 일생을 통해 가장 큰 일탈이라고 소개하여 화제가 되었다하데요.
마알간 표정만으로도 ‘진정성’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천연기념물 같은 그의 행적은,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많은 지도자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겨집니다.
하기에 그의 글을 읽는 일이 행복하고 강연을 듣는 일 또한 기다려집니다.

<감자>
이른 봄에 파종한 감자가 하지 무렵이 되니 본격적인 수확기가 되었습니다.
밭이랑의 감자 줄기를 쑤욱 뽑아내면 올망졸망 씨알이 굵어진 감자들이 눈앞에서 보물처럼 펼쳐집니다.
밭을 갈아 흙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고 파종을 하고 김을 매고 벌레들을 잡아주고 감자꽃을 따주고…
땀 흘려 가꾸신 보람이 좋은 가격으로 농사지으신 분들께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겉껍질이 거칠어 보이는 수미감자를 찌면 껍질이 갈라지면서 감자의 분이 보얗게 서리는 게 보기도 좋거니와 맛도 그만입니다.
감자는 온갖 요리의 식재료로도 유용하지만 강판에 갈아서 얼굴에 바르면 햇볕에 그을은 피부의 화끈거림을 진정시키고 미백효과도 있다하네요.
또 생즙을 내어 마시면 위염이나 위궤양의 치유에도 효과적이고, 저칼로리 알카리성 식품이어서 산성화 된 몸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니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고 다이어트에도 알맞은 식품이라 합니다. 

날씨가 찌부드드하고 무덥습니다.
까실까실하게 풀먹인 요 위에다 시원한 대자리 깔아놓고 휴일 오후 잠시 낮잠을 청하셔도 즐겁고,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일 떠올리시면서 짜증 나는 기억일랑 속히 잊어버리면 삶의 균형이 유지되어 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으시겠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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