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과 강남의 `바닷가재집`

입력 2002-02-22 08:45 수정 2002-02-22 08:45
//얼마 전 우연히 바닷가재를 연이틀이나 먹게 됐습니다. 첫날은 일산에서 가족끼리 갔고, 다음날은 강남에서 아는 분으로부터 분에 넘친 대접을 받은 것이지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나선 김에 언제부터 한번 가보자고 벼르던 바닷가재집에 갔습니다. 화려해 보이던 겉과 달리 내부는 허름하고 정돈되지 않은 듯했지만 일단 들어갔으니 그냥 앉았습니다. 식당은 만원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입구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의자 하나는 여름철 동네가게에 놓이는 흰색 플라스틱의자`였습니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는 순간 또한번 놀랐지만 딸에 대한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먹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양념구이` `버터구이` `찜`이 있길래 어느 것이 맛있느냐고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양념구이가 낫다고 해 그걸 시켰지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음식은 맛있나 보다"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앞접시가 놓이고 스프와 샐러드가 나오면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싶었습니다. 앞접시와 스프 그릇은 플라스틱, 커다란 샐러드 그릇(칼국수집 김치처럼 통째로 주곤 덜어먹으라는 것이었지요)은 크리스탈로 돼 있었거든요.




메인요리인 바닷가재 역시 낡은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주더군요. 양념구이 가재는 먹을 만했습니다. 솔직히 가재요리는 먹어본 적이 거의 없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요. 괜찮은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아무튼 볶음밥과 후식으로 식사는 끝났습니다. "비싸긴 했지만 모처럼 별식을 먹었다"는 기분이 들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고 찜찜하기만 했습니다. 보통 때같으면 네 식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돈을 1인분 값으로 지불한 것치곤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요.




가재맛은 괜찮은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열어놓는 통에 찬 바람이 쌩쌩 들어오는 입구 테이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유리 볼과 플라스틱 접시 등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은 건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같았던 겁니다. 그래도 "분위기와 그릇은 엉망이었지만 가재는 맛있는 것같다"는 걸로 억지 위안을 삼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었이지요. 저녁 때 평소 아는 분이 강남의 어느 바닷가재집에 데리고 갔던 겁니다. 우아한 레스토랑이었지요. 물론 그릇도 깔끔했지요. 하지만 가격표를 보는 순간 엊저녁에 갔던 집의 분위기나 그릇이 왜 그랬는지를 다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값이 꼭 두 배였거든요. "아이구, 이러니 어제 그집이 사람들로 북적댔구나" 싶었지요. 전날 들었던 "속은 것같다"는 느낌이 웬만큼 해소되기도 했구요. 맛은? 비슷했습니다. 양념구이 세 마리를 통째로 준 일산집과 달리 양념구이와 버터구이 찜을 고루 주는 게 달랐지요.




//그리고 나서 설날 하루 전인가요. TV에서 예전에 소개한 음식점을 모아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속에 일산의 그 바닷가재집이 나오더군요. 허름한 실내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를 알게 된 것이지요.




//도대체 괜찮은 음식점의 조건은 어떤 것일른지요? 맛, 가격, 인테리어, 친절도, 전체적인 분위기, 주인의 인상.... 아마 이런 것들이겠지요. 요즘같으면 주차 편이성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저는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름 아닌 `그릇`입니다.




"맛있고 싸면 됐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기왕이면 깔끔한 그릇에 담아줬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면 더 좋겠지만 꼭 비싼 게 아니더라도 통일되긴 했으면 싶다 이겁니다. 유리면 유리, 도자기면 도자기, 목기면 목기, 스텐레스면 스텐레스, 플라스틱이면 플라스틱으로 말이지요.




우연히 강남의 바닷가재집에 가게 되지 않았더라면 저는 일산의 바닷가재집에 대해 오래도록 기분 나쁜 인상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다행히 `바닷가재 요리의 시세`를 알게 돼 마음 속 앙금을 조금은 덜어내게 됐지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산의 바닷가재집에 대해 가졌던 `뭔가 개운 찮은 느낌`이 다 없어진 건 아닙니다. 강남보다 싸긴 했지만 그렇다고 `1인분에 최소 3만5천원`이라는 가격을 받으면서 플라스틱 의자에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하는 건 `용서가 안된다`는 게 제 마음이거든요.




강남집에 비하면 분명 임대료도 쌀 것이고, 인테리어 비용등 초기투자가 형편없이 적었으리라는 걸 감안하면 바닷가재 값도 꼭 싸다고만 하기 어렵다 싶구요.




//월급쟁이들의 한끼 식사값이 보통 5천원 안팎인 걸 감안하면 3만5천원-4만원 짜리 식사는 그야말로 큰맘 먹어야 해볼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충분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제주머니 사정이 신통치 않아서일까요. 그렇게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바닷가재집 근처 카페에서 허브차를 5천원 주고 마시니까요. 산책길에 자주 들르는 그 카페에선 커피와 허브차 유자차 등 각종 차를 팝니다. 물론 술도 팔지요. 유럽풍 인테리어가 깔끔한 그곳의 찻값은 4천5백원-5천원이니까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 들르는 건 기분이 괜찮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유 있습니다. 우선 인테리어가 세련돼 볼 때마다 흐뭇한 데다, 차와 함께 롤빵을 줘 비싼 찻값을 상쇄시킵니다.




//덧붙여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 두 세 사람이 가도 6-8인석 창가 좌석을 군말 없이 내준다는 겁니다. 창가의 넓은 자리를 비워 놓고도 두 세사람이 가면 "예약이 돼 있다"는 핑계로 가운데 자리나 후미진 자리로 몰아넣는 게 대부분인 우리나라 음식점이나 카페의 풍토와 `많이` 다른 점이 비싼 커피값을 감수하게 하는 겁니다.




//게다가 고급스런 찻잔은 마실 때마다 마음을 뿌듯하게 합니다. `맥주를 시키면 안주를 시키라고 강요하기는커녕 스낵을 무료로 주는 것`도 기분좋은 일입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요즘 그 카페는 전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음식점의 경우 맛이 중요한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식점이든 술집이든 찻집이든 `나오면서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4천원짜리든 4만원짜리든 말입니다. 서비스업을 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기본을 지키지 않는 곳들이 너무 싫은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동감으로 표시해주시고 에도 올려 주세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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