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45년만에 돌아온 '토왕성폭포'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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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토왕성폭포가 긴 잠에서 깨어나 산꾼들을 ‘심쿵’하게 하고 있다.
한겨울에 빙벽대회가 열릴 때만 반짝 개방되던 곳이 지난 12월 5일,
45년 만에 완전 개방된 것이다.

엄동설한이 되면 꼭꼭 숨겨진 토왕성폭포를 보기 위해 많은 산꾼들이
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 했었다. 빙벽대회라는게 특성상 날짜를
고정으로 못박아 놓질 못한다.
빙질 및 결빙상태가 양호해야만 대회 가능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회날짜가 정해지면 일반 산꾼들도 덩달아 토왕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토왕성폭포를 처음이자 마지막 본 게 2008년 2월 2일이었다.

 

 

(위 사진, 2008년 2월)
그러고 나서 거의 8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 사시사철 만날 수 있게 됐다. 토왕성폭포가 몹시도 궁금했다.
개방 둘째날인 지난 6일, 부리나케 동쪽으로 내달렸다.


설악산 신흥사 입구로 통하는 도로는 예상은 했지만 장난 아니다.
전국에서 일시에 몰려든 산객들로 그새 초만원이다.

왼편 쌍천을 건너면 비룡폭포와 토왕성폭포로 향하는 들머리다.
이때문에 오래 전엔 산꾼들이 매표소를 통하지 않고 곧장 쌍천을 건너
산으로 드는 바람에 관리소직원과의 마찰도 잦았다.
그런 이유로 이젠 매표소까지 목책을 길게 연결해 놓았는데…

월담은 꿈도 못꿀만큼 높고 하단부엔 쇠꼬챙이를 촘촘히 박아 놓아
개구멍도 절대 낼 수 없다. 난공불락의 장벽이나 다름없다.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꼼짝없이 3,500원을 내야만 한다.
문화재 관람료 시시비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2008년 2월 소생의 토왕성폭포 탐방 기록 일부를 옮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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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천을 건너려는데 어랍쇼! 공원관리소 직원이 막아선다.
선두가 징검다리에 선채 관리소 직원과 시시비비한다.
관리소 직원은 입구까지 올라가 ‘매표 한 다음 쌍천을 건너라’ 하고
일행들은 ‘국립공원 입장료 없어진지 언젠데 매표 타령이냐’며 언성 높힌다.
신흥사가 있어 문화재관람료를 내라는 얘기다.
토왕성폭포와 신흥사는 도대체 엮어질 수 없는 방향인데
문화재관람료를 내라하니 분명 부처님의 뜻은 아닐진데 씁쓸하다.
 
산이 좋아 산 드나들며 겪는 문화재관람료 징수 시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물론 사찰을 둘러보며 경내 문화재를 관람한다면야 흔쾌하게 낼 수 있다.
차라리 사찰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으면 문제는 간단할텐데…
답이 이토록 간단하다면 진즉 해결되었을터인데 여태 불씨로 남아 있는 걸 보면
‘뱁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다.  
 
겉으로는 문화재관람료이나 실은 통행료이다.
설악산 내 대부분의 사찰이 신흥사의 말사이며 설악동 지역은
거의 신흥사 소유의 땅이란다.
결국 신흥사 땅을 밟지 않고선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산객들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징수한다.
 
횡포다. 무척 기분 찝찝하지만 어쩌겠는가?
켄싱턴호텔 앞 3층석탑에서 쌍천 건너 토왕골 들머리가 빤히 보이는데 
500여미터를 걸어 올라가 소공원 입구에서 매표한 뒤 비룡교를 건너
거꾸로 내려와 토왕골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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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렇게 짭짤하게 거둬들이는 이른바 ‘문화재 관람료’는
몽땅 사찰의 몫일까, 아니면 국립공원 측도 일부 나눠 가질까?
또 저 목책설치비용은 신흥사가 부담했을까? 아니면 국립공원 측이?
오늘도 매표소 앞에선 볼멘 산꾼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매표소를 통과해 왼편으로 꺾어 비룡교를 건넌다.
멀리 설악능선과 하늘빛이 어우러져 은빛찬란하다.
초겨울이라 쌍천은 아직 얼지 않은 모습이다.

(위 사진, 2008년 2월)
토왕골로 접어들기 전 산행 복장을 갖추기에 그만인 너른 쉼터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또 도토리묵 무침과 감자전 그리고 동동주가 일품인
‘이쁜이네집’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간 ‘신흥사’가 이런 시설을 상인들에게 임대해 왔다고 한다.
오폐수방류와 환경훼손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올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시설물 철거를 결심하고 4년여에 걸쳐 신흥사와 협의 끝에
지난해 말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가 최근 지형 복원을 마쳤다고 한다.
미처 몰랐던 사찰 비지니스?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응달진 토왕골의 초겨울 풍경은 스산했다.
좁은 산길을 따라 이어진 형형색색의 행렬은 그대로가 인간띠다.
암벽에 걸린 철계단도,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다리도 버텨내느라 용을 쓴다.
걷는 것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지만 작정하고 나선 길 아니던가.
굽이치는 계류가 출렁다리 아래로 우렁차게 지난다.
계류는 여섯개 潭으로 연이어 흘러든다. 그래서 육담(六潭)폭포다.


볼기짝이 차고 손끝이 시리다. 가다서다 걷다보니 땀 날 틈이 없어서다.
완만하던 산길은 비룡폭포 아래까지이고 이곳에서부터 토왕성 폭포
전망대까지는 개방에 맞춰 새로 조성한 가파른 계단길이다.

비룡폭포의 수량이 충분치 않아서일까, 그 우렁참이 덜하다.
물줄기는 옥양목을 늘어뜨려 놓은 듯 하얗게 빙폭으로 변신 중이다.


이 폭포에 살던 이무기의 심술로 가뭄이 심하자, 인근 주민들이 눈물 머금고서
동네 처녀를 폭포로 데려와 이무기에게 바쳤다. 처녀를 품에 안은 이무기는
용(龍)이 되어 하늘로 날아(飛) 올랐다.
이후 이야기는? ‘가뭄 끝, 단비 내림’, 안봐도 비디오다.

깎아지른 산비탈에 철계단을 새로 설치하느라 애쓴 분들 덕에 비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좋지만 계단 아래 곳곳에 쇠파이프 토막을 비롯
공사 잔재들이 눈에 들어 옥의 티다.

또 기왕 새로 설치하는 김에 철계단의 폭을 한 뼘 정도만 더 늘렸더라면
교행하면서 어깨가 부딪히진 않을 터인데… 쪼매 아쉽다.


철계단은 적재용량?을 이미 초과해버린 듯 하다.
뒷사람의 정수리가 앞 사람의 배낭을 치받으며 오를만큼
바싹 밀착하여 힘겹게 한 계단씩 올라서야만 했다.
성질 급한 몇몇은 줄을 이탈해 추월해 보려다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다수로부터 개망신을 당하기도. 이런 인간, 어디에나 꼭 있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산꾼들의 기색이 별로다.
그러면서 한마디씩 툭 던지며 지난다.

“기를 쓰고 올라가봐야 별 것 없는데…”
“그냥 되돌아내려가는 게 좋을 것이여~”

이 무슨 초치는 소린가, 이건 산길에서의 매너가 아니다.
“거의 다 왔소. 조금만 힘내세요”가 맞다.


그렇게 떠밀리다시피 토왕성폭포가 건너다 보이는 전망대에 닿았다.
두 발을 붙이고 서 있을 곳이 없을만큼 인산인해다.
인증샷을 찍다가 스맛폰을 절벽 아래로 놓쳐 발을 동동 구르는 이,
일행들을 찾느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이,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9호선 염창역 승강장과 닮은 꼴이다.
전망대 데크는 턱없이 좁고 토왕성폭포와의 거리도 자못 멀어
머릿 속에 그렸던 그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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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하늘과 맞닿은 토왕성폭포의 위엄찬 모습 앞에선
모든 불편함도 눈녹듯 사라지고만다.

토왕성폭포는 폭포 너머 산세가 드러나지 않아 마치 하늘에서 곧장 물줄기가
발원하여 암벽을 타고 비류(飛流)하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폭포수는 깎아지른 암벽을 타고 세 번 굽이친다.
150m를 그대로 내리꽂힌 물줄기는 중간부에 이르러 80m 정도 숨을 고른 후,
다시 방향을 틀어 90m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3단 폭포로 총 길이는 32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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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없이 폭포를 배경으로 미소짓고 ‘V’자 삼매경에 푹 빠진 모습이다.
행여 방해 될세라 조심조심 무리 속을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섰다.
전망대에서 느긋하게 주변 풍광을 즐기려면 당분간은 주말은 피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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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바닷가 인근까지 걸음하였다면 예의상? 회 한 접시는 접수해야 한다.
‘공정여행’을 생각하며^^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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