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입력 2008-12-07 10:56 수정 2013-02-01 07:34



























<눈오는 횡성>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국물이나 찌개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 중 크게 입맛 당기는 음식이 청국장이네요.

유년기, 눈이 하얗게 내린 날, 앞 마당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둔 무우 굴을 파서 노오란 싹이 난 무우를 꺼내 삐져 넣고, 부뚜막에서 웃자란 달작지근한 움파도 손으로 뚝뚝 잘라 넣고, 집에서 만든 손두부와 배추 김치에 굴 넣고 바글바글 청국장 찌개 끓이셔서, 그게 또 식을세라 밥상 옆의 질화로 잿불 위에 삼바리 놓고 뚝배기 다시 뎁혀 식구들 점심상 마련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연히 떠오릅니다.

그 행복한 추억을 재현해보고싶어 청국장 만들었습니다.
올 해 수확한 메주콩을 깨끗이 씻어서 하루 저녁 불렸다가 콩 불렸던 물에 푹 삶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뺍니다.
콩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소금을 타 된장에 부어 주면 말라 있던 된장이 촉촉해집니다.

시루나 바구니에 깨끗한 짚(유기농 벼)을 깔고 삶아진 콩을 담아 따뜻한 방에 이불울 뒤집어 씌운 후 이틀 정도 발효 시키는데 콩에서 실이 나오면 잘 뜬 것입니다.(전기 담요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이것을 굵은 소금으로 간한 뒤 절구에 넣고 찧어 1회 분량씩 랩에 씌워 냉동 보관하면 겨울 내내 요긴하게 끓여 드실 수 있고, 냉장하면 1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볏짚이나 공기 중에 있는 Bacilus라는 균에 의해 발효되는 청국장은 발효식품류 중에서 가장 짧은 기간인 2-3일이면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시간적으로 매우 경제적입니다. 발효는 단시간에 이루어져야 잡균의 번식을 막을 수 있으니 청국장은 효율적인 발효법입니다.

청국장을 가장 잘 먹는 방법은 가열하지 않고 생청국 그대로 드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변비 해소에 탁월한 청국장의 효능을 극대화하고, 무염(無鹽)으로 우수한 콩 단백질의 인체 흡수율을 98%까지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청국장은 전통 발효식품 중, 영양학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콩 속에 함유된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이라 하네요.
하지만 역한 냄새와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에 그대로 따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생청국 알을  건조시켜 환이나 분말로 만들어 섭취하기도 하고, 잘 익은 김치(배추나 알타리)에 싸서 먹는 법, 믹서에 갈아 음료로 만들어 먹거나 쌈장 만들 때, 야채 샐러드 만들 때 한 숫갈씩 넣어 드시면 거북함을  줄일 수 있어 좋고, 비빔밥에 넣어 드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눈발이 날리는 창가에서 청국장 이야기를 쓰다보니 황지우 님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가 생각납니다.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중략----------------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중략----------------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는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 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 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거야.
 
<청국장 찌개>
재료- 신 김치 썰은 것 1컵, 소고기 썰은 것 반 컵, 두부 반모, 멸치 육수 3컵, 청국장 3큰술, 된장 1큰술, 대파 썰은 것 1큰술, 고춧가루 1큰 술

조리법- 김치와 고기에 육수 약간을 붓고 볶다가 된장과 청국장을 나머지 육수에 풀어 센 불에 가열한다.
찌개의 내용물이 다 익으면 두부와 고춧가루 대파를 마저 넣고 한번 더 끓여 뚝배기에 담아 낸다.

*청국장에서 나는 냄새는 잡균의 번식 때문이라고 하는데
삶은 콩을 발효시킬 때 실내 공기 잔체를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 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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