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국내신문엔 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습니다. SBS사극 `여인천하`에서 난정(강수연)이 야망을 위해 뛰는 것같은 변화, 다시 말해 성공은 남자의 몫이고, 여자의 삶은 남자(아버지 남편 아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전통적 성(性)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가 광고에도 일어난다는 것이었지요.




대표적인 CF로 꼽힌 게 탤런트 고소영이 남자들의 엉덩이를 탁탁 치며 걷는 삼성카드 광고였습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촬영했다는 이 CF는 거리 한복판에서 날씬한 남자들의 엉덩이를 예쁜 고소영이 “딱!”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며 지나가는 것이지요. 이들이 고소영에게 엉덩이를 맞는 이유는 삼성카드 딱 한 장만 든 얇은 지갑 덕에 엉덩이가 툭 튀어 나오지 않고 맵시있게 보인다는 거라고 하더군요.




연초 삼성카드 이경우사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 광고에 대한 회사 내부의 반응을 물었더니 "아무래도 나이든 층은 좀 시큰둥하고 젊은 층에선 긍정적"이라고 하시더군요. 제 생각을 묻길래 "당황스럽긴 하지만 신선한 변화인 듯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광고란 원래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팔아야 하는 것`(바넘)이라고 하니까요.




카드 광고가 이렇게 파격적으로 나간 건 카드시장이 급성장하는데다 경쟁 또한 치열한 탓입니다. 지난해 신용카드 시장은 매출 규모 4백조원대로 급성장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앞으로 2-3년동안도 연평균 30-40% 수준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80년대엔 화장품, 90년대엔 휴대폰 광고를 찍어야 스타였지만 지금은 `신용카드 광고를 찍어야 스타`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신용카드 모델은 국내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엔 이영애(LG) 고소영(삼성) 신은경(국민) 김정은(BC)등 여배우들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 들어선 남자 배우들이 가세했습니다. LG카드는 `겨울연가`로 여성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배용준을 잡았고, 고소영의 남자 엉덩이치기로 화제를 모았던 삼성카드는 터프한 매력의 정우성을 영입했지요.




과연 이 두 커플의 승자는 어느 쪽이 될까요. 저희 집에선 배용준이 더 인기인 듯한데 배용준이 나오는 장면중 가죽점퍼를 입은 대목은 없는 게 더 낫겠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관심을 갖고 보시면 어떨른지요.




외환카드는 기존의 이정재, 국민카드는 박찬호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각각 스타일이 전혀 다르니 누가 더 고객의 사랑을 받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요.어쨌거나 대부분 3억-4억원의 몸값을 받고 국민카드의 박찬호는 자그마치 8억원을 받았다니 카드사와 스타의 힘 모두를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는` `딱 한장` `부자 되세요`등 유행어도 많습니다.




실제 신용카드는 잘만 사용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금을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는데다, 신용카드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고, 연말정산 때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국가 경제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물론입니다.




지난 연말 여신금융협회에서 주관한 `제1회 신용카드 사용수기 공모` 응모작 가운데 가장 많았던 내용도 "남에게 돈 빌릴 때의 수모를 안당해도 된다" "당장 돈이 없어도 병원에 갈 수 있다"였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연령별, 성별로 특화된 카드를 사용할 경우 마일리지 적립, 할인쿠폰 제공, 특정장소 활용시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있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카드, 또 경우에 따라 유용한 카드가 뭔지 꼼꼼히 따지고 사용하면 그야말로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 상품권을 그냥 사용하면 백화점 카드 사용시 주는 5% 할인을 못받지만 백화점카드로 쓰고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취하면 가능하고, 평소 신용이 괜찮으면 결혼비용(예식장비)등 목돈이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한도를 증액받을 수도 있는(개별적으로 카드사에 신청하면 된다고 합니다) 등 알아두면 좋은 카드 사용 상식도 다양합니다.




문제는 `나에게 힘을 주는`(?) 카드를 믿고 함부로 사용하면 `큰 일 난다`는 것입니다. 현금서비스가 여러 모로 유용한 건 분명하지만 수수료는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습니다. 카드 연체이자율이 얼마나 높은 지도 잘 아실 것입니다.




신용카드 연체액을 갚으려 급전을 얻었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거니와 카드 연체가 계속돼 신용불량자가 되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해 집니다.




물론 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이나 사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1950년 다이너스카드가 처음 생긴 뒤 60년대엔 개 이름으로 신청해도 카드가 나온다고 할 만큼 마구 발급됐고 지금도 많은 대학생들이 신용카드 빚 때문에 고생한다고 하니까요.




‘부자아빠의 자녀교육법'의 공저자 샤론 레흐트도 아들이 신용카드 빚때문에 쩔쩔 매는 걸 보고 책을 쓰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신용카드의 편리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현금이 없어도 된다는 사실이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것도 분명합니다.




흔히 아무에게나 카드를 만들어주는 카드사를 탓하지만 18세이상이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식으로 갚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지 않고 마구 사용하면 결과는????




결제방식이 어떻든 카드사용액은 빚입니다. 빚은 한번 지기 시작하면 좀처럼 빠져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습니다. `큐브`라는 영화에 나오는 미로같다고나 할까요. 허우적거리다 결국 죽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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