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굴무침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싫지 않습니다.
가을 비가 몇 차례 더 오고 나면, 색색으로 물든 잎새들은 가지에서 모두 떨어지고 맙니다.

산등성이엔 한 해를 살고 난 나뭇잎의 마른 잔해들이 수북히 쌓이고 을씨년스런 바람만이 앙상한 나목 사이를 어지럽게 지나다닐 것입니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자연의 모습이려니와 새봄을 위한 준비려니 생각하면, 딱히 가을을 조락의 계절 운운하며 쓸슬해 할 일만도 아닙니다.

기르던 강아지가 수명을 다해가니 이제는 견공들의 수발에서 해방되지 싶어 못내 반가웠는데 개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가 몇 해전 다음 타자를 살뜰히 구해다 놓은 덕에 홀가분한 세상 살기는 또 한참을 지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입동을 사흘 남겨 두었으니 끔찍했던 이 가을도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지고 말겠지요.
아침 저녁으론 제법 싸늘해서 살갗을 감도는 찬 기운에 몸이 으스스해지기도 합니다.
어지러운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래도 가을이라고  낙엽길도 걸어 보았고 국화 꽃 향기도 실컷 맡아 보았으니,이 가을에 대한 미련이 여직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시장에 나가보니  동치미 무우가 가득 쌓여 있군요.
동치미는 겨울을 나기 위한 갈무리인지라 예전 같으면 벌써 김장 준비로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졌어야 할 때이지요.
하지만 요샌 김장이라고 해 봐야 그 양이 이전의 지래김치  정도에 지나질 않고, 김치거리도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뒤죽박죽인 세상이라서 김장철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달 지나고 나면 남은 건 한 달, 그래서 또 한 해가 저무는 것이지요.
잃었던 입맛을 되찾고 다시 생기있는 일상으로 복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새벽 노량진 수산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남은 늦 더위가 완전히 물러가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먹을거리가 굴입니다.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 할만큼 영양가 높고 ,맛 있고 ,향도 좋은 해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굴 겉절이, 굴 국밥, 굴 무침, 굴 회, 굴 맑은 장국, 어리굴젓, 굴 전, 굴 탕수…
굴을 이용한 요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오늘은 밥 반찬으로 좋은 굴 무침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료-굴 400그램, 액젓 1큰술, 소금 1큰술, 무 100그램, 밤채 약간, 다진 파 1큰술, 통깨 1큰 술
양념-고운 고춧가루 1/3컵, 다진 마늘 1/2큰술, 액젓

조리법
굴은 너무 크지 않고 육질이 오돌오돌한 것을 준비하여 소금을 약간 풀은 물에 껍질이 붙어 있지나 않은지 굴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점검 해가면서 깨끗이 씻어 소금을 약간 뿌려 건져 놓는다.
액젓에 고운 고춧가루를 개고 나머지 양념을 넣어 고루 섞는다.
무우는 얇고 작게 네모 썰기한다.
양념에 물기 빠진 굴과 무우를 넣고 버무린다.

굴 요리 만들어 드시고 삶의 활기 되찾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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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집 아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래길을 달려 옵니다.

유년에 부르던 동요가 생각 나 적어 보았습니다.
동요를 흥얼거리다 보면 시름 없던 동심의 세계로 회귀하게 됩니다.
동요는 하나 같이 노랫말이 예뻐서 언제 불러도 그 아름다운 서정 속으로  금세 빨려들어 곤핍한 세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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