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선종(善終)을 바라며




집에서 기르던 발발이 아롱이가 새끼를 5마리 낳았습니다.
강아지는 대략 40여 일 정도 지나면 독립할 수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세져 보행을 시작하고 사료를 먹기 시작하지요.
이 때가 되면 새끼를 분양합니다.
데려가서 잘 기를 집을 골라 모두 분양해주고, 제일 작은 새끼 한 마리만 남겨두었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다리가 튼튼하여 뛰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잘도 노는데 얘는 그 때까지 서지도 못하더군요.
저는 어미의 젖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성장이 늦은 것으로만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일이 지나도 이 녀석은 영영 서지를 못하고 앞다리가 오그라붙어 있는 선천성 장애아였습니다.

저는  원래 개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어릴 적 남의 집 개에 물렸던 무서운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개를 공공의 장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 다니는 아저씨나, 강아지를 안고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데를 당당하게 활보하는 아줌마들을 보면,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무슨 변고였던지, 아이가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친구한테 얻어다가 집 뒤켠에 숨겨놓은 것입니다.
저는 경기를 내며 그걸 다시 돌려 보내라고 성화를 댔는데도 아이는 전혀 듣질 않았습니다.

목숨 달린 짐승을 마냥 내버려 둘 수 없어,하는 수 없이 먹이를 주고 돌보기 시작한 게 강아지와의 긴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미인 아롱이는 12년을 살다가 7년 전에 죽었고 ,그의 가장 헤린 새끼 멜꼬가 15년째 살고 있는데 식구 중에서 저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이젠 사람 좀 되었나 봅니다.  

아롱이가 숨을 거두기 직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녁은 병세가 악화되어 제 다리조차 가누지 못하는 사경을 헤매면서도 
새끼의 눈이며 얼굴 언저리를 지극 정성으로 핥아 주다가 푹 주저 앉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딴엔 어떤 영감이 왔던 모양입니다.
모녀간의 그 눈물겨운 임종의 순간을 지켜 본 저는 깊게 아팠고 크게 배웠습니다.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하던 얘들의 상심이 어찌나 크던지 아롱이의 장례를 정성것 치루어주는 것으로 슬퍼하는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제 손으로 깨끗하게 염을 하고, 하루 밤을 아롱이가 자던 방에 아이와 함께 재운 후, 흰 무명 천으로 몸을 싸매고 , 빨간 색 전주 한지로 겉을 바른 상자의 바닥에 국화 꽃잎을  깔고 아롱이를 눕혀 포장한 뒤, 저희가 자주 다니는 산에 묻어주었습니다.

어미 잃고 불구의 몸으로 15년을 살아온 가련한 멜꼬가 이젠 치매에 걸렸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먹이를 달라고 보채고 식구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노쇠하니 뇌세포가 많이 파괴되어 판단력이 흐려진 모양입니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떠날 때가 편안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5복 중 고종명(考終命)을 제일 중히 여기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쩜 잘 가기(well dying) 위해 잘 살아야 하는(well being)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삶을 잘 살았다고 하여 가는 모습도 편안하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개연성은 높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요즈음은 문상을 가면, 고인이 어떻게 가셨는지에 마음이 쏠립니다.
잠시 시름시름 앓다가 자는 듯이 스르르 눈을 감았으면 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마지막 모습이 아닐는지요.

아무튼 얼마 남지 않은 멜꼬와의 남은 날을 아주 잘 보낼려고 합니다.
성가시더라도 자주 밖에  데리고 나가주고,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자주 먹이고.
평생 네발로 한번 걸어보지도 못하고 살았으니 죽을 때라도 편안히 갈 수 있게 저는 정성을 다해 보살펴 줄 것입니다. 

<잣죽>
재료-잣 반컵, 쌀 1컵, 물 6컵, 볶은 소금,
불린 쌀을 믹서에 두어번 돌립니다.(반 정도만 갈리게)
잣도 고갈을 떼고 물을 붓고 믹서에 갑니다.
갈아진 쌀만  건져 냄비에 붓고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약한 불에  살짝 볶습니다.
쌀이 노릇하게 익으면 나머지 물을 붓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젓다가 갈아 놓은 잣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불을 끄고, 상에 내실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끓이실 때, 너무 많이 저으면 죽이 풀어져버리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잣죽은 식물성 유분이 많아 맛과 영양이 뛰어난 음식입니다.
휴일 저녁, 고소하고 담백한 잣죽 만들어 드시면서 잠시 秋收 感謝의 念에 젖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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