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반지의 제왕&몬스터주식회사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아! 내 가슴 속엔 두 개의 영이 살고 있다/ 그것들은 서로 떨어지려 한다/ 하나는 굳센 애욕에 불타서/ 악착스런 관능으로 현세에 집착한다/ 다른 하나는 억지로 이 먼지같은 세상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이 있는 곳으로 오르려 한다/ 정말이지 마술외투만 있다면!`

//운명을 믿으시는지요? 의지와 운명의 함수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물론 의지의 힘도 믿지요.

//올 겨울 최대 화제작인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난장이족인 주인공 프로도가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되뇌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자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운명이 닥친 데 대한 반문이지요. 영화속에서 마법사 간달프가 하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어떻게 할 지 결정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반지의 제왕`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환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금세기 환타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옥스포드대 영문학자 톨킨 교수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1954)을 출간된 지 반세기만에 영화로 만든 것이지요.

영화가 되면서 유명해졌지만 실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20세기 영미문학 걸작 25위` `20세기 최고의 소설 4위` 등으로 꼽혀온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였습니다. 해마다 조사하는 외국 정상들의 애독서 리스트에 오르곤 했던 소설이기도 하지요.

어쨌거나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는 97년부터 2년여간 뉴질랜드 북부에 대규모 세트를 짓고 영화 사상 최대인 3억달러(약 3천9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3편을 한꺼번에 제작했습니다. 이번에 개봉된 게 1편이고 2년간 매년 크리스마스에 1편씩 개봉될 것이라고 합니다.

피터 잭슨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정말이지 전편에 `돈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난장이족과 요정, 마법사, 괴물이 실감나게 그려지는 건 물론 그들의 공간까지 사실적으로 눈앞에 펼쳐 보여주지요. 소박하고 예쁜 호빗족 마을, 환상적인 요정마을, 고딕풍의 마법사 공간에서 반지원정대가 지나는 광활한 벌판, 어두운 동굴, 눈덮인 험준한 산맥등 배경까지 모두 그야말로 진짜같습니다. 스케일과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1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악마왕 사우론이 신들에게 패한 지 오래, 난장이인 호빗족 프로도는 삼촌에게서 반지 하나를 받는다. 세계를 지배할 힘을 지닌 절대반지다. 이 무렵 사우론은 암흑의 세계에서 살아나 과거 전쟁에서 잃은 11개의 반지를 모으고 절대반지를 찾아 나선다. 악을 막는 방법은 한가지, 절대반지를 없애는 것이다. 결국 프로도를 선두로 한 반지 원정대가 구성되고 이들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불의산으로 떠난다.여정 중 마법사 간달프와 인간전사 한명이 사망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지요. 힘을 지닌 반지를 얻으러 가는 게 아니라 버리러 가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 그야말로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미국에선 물론 국내에서도 엄청난 관객을 모으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물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환상적 내용이라는 게 가장 주된 원인일 겁니다. 마법사와 요정 전사 괴물이 나오는 내용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을 연상시키니까요. 거기에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사실적 표현과 장대한 스케일도 눈요기감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일까요. 이 영화엔 메시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묘사가 곳곳에 드러납니다. 반지의 힘을 얻고 싶은 본능적 욕심과 자제해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회의와 갈등, 복종의 과정을 통해 운명을 받아들이되 수행은 의지로 하는 모습도 과장되지 않게 그려집니다. 그런가 하면 우정과 용기, 희생의 중요성도 담아냅니다.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극장마다 만원사례를 빚는 게 단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이나 장대한 스케일 때문만은 아닌 셈이지요.

//`애너미 라인스`같은 전쟁 홍보영화를 만드는 미국 영화계를 얕보거나 비웃을 수 없는 건 바로 청소년용 영화에 이처럼 사람살이의 기본 덕목을 목청 높이지 않고 삽입해내는 힘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과 그것을 극복하는 의지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싶으니까요.

//미국영화계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주는 또한가지 작품은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감독 피트 닥터)입니다. 이 만화영화는 발상부터 기발합니다. 괴물도시 몬스트로폴리스의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어린이의 비명소리를 채집해 에너지로 사용하다 뜻밖의 사태로 비명소리가 아닌 웃음소리로 에너지원을 바꾼다는 내용이니까요.

황당하게 보이는 줄거리지만 그 속엔 경쟁과 만년 2인자의 1인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 음모,우정과 사랑, 웃음의 힘 등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세계의 구성요소들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옷 주름과 머리카락, 털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일 정도의 첨단기술도 뛰어나지만 그런 것들은 영화가 지닌 메시지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지요.

디즈니의 세계에 드림웍스가 도전하면서 만화영화는 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주인공 대신 평범하거나 괴물캐릭터가 나오는 것이지요. `개미` `슈렉`이 그렇습니다. 털복숭이, 사지가 여덟 개인 도마뱀, 머리가 여러개 달린 뱀 등 괴물이 등장하는 `몬스터주식회사`도 그같은 변화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몬스터주식회사`는 역시 권선징악에 해피엔딩이라는 디즈니의 전통적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같은 구조는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참혹해도 `선이 이긴다`는 믿음을 심는 일은 실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대로 알려줘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돈이면 다 된다`거나 `힘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심거나 가르치는 건 너무 끔찍하다 싶은 건 저만의 기우일른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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