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덮인 북경 시가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중국의 자동차 업계가 감성적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중국의 국가신지식센터에서 주관한 자동차산업 세미나에 다녀왔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자동차에서 감성적 디자인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세미나 참여를 통해 중국의 자동차산업이 ‘디자인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단지 ‘공부’를 시작한 차원이 아니라, 감성적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필자와 같이 학계에서 온 인사들도 있었지만, 중국의 국가지식센터와 질리자동차의 연구소에서 온 인사도 있었다.

 

중국은 인구가 12억 이상이고 각 도시나 지역 별로 소득이나 교육의 격차가 워낙 다양해서 평균적(?) 기준을 찾기는 어렵지만, 북경을 기준으로 평균 소득이 8,000불이 넘는 현재 시점을 즈음해서 감성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자동차의 개발이 향후의 방향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흐름이었다. 소득 이외에도 중국 사회에서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계층, 이른바 ‘빠링허(80后)’라고 불리는 계층은 1자녀 정책에 따라 부모들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들로 현재의 20~30대 젊은 사회인들을 구성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욕구 추구의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어서 더욱 더 감성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한다.

 

세미나의 진행



실제로 중국은 1979년부터 인구 억제정책을 펴서 가구 당 한 자녀만을 낳도록 했었지만, 최근에 이 정책은 실질적으로 폐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측 인사들도 이 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기보다는 ‘사실상’ 없는 것이라는 관점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산아제한정책으로 이미 노동계층 감소로 산업경쟁력 약화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교차되었다.

 

북경의 중관촌 입구



그런데 세미나에서 중국 메이커의 인사가 포함돼 있어서 그들의 감성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으나, 실제의 발표 내용에는 감성 디자인이 중요해지므로, 그것을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족시켜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가 주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근거로 정량적 지표로 미국의 자동차 품질 조사기관 JD Power의 초기 품질지수(IQS), 즉 신차 구매 후 30일 90일 등의 기간 동안의 소비자 만족 지수에 대한 한국과 일본, 미국자동차 메이커들의 통계치를 인용한 발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세미나 첫 발표자는 실제 미국 JD Power의 부사장 Rene Stephen의 IQS에 대한 발표가 있었지만, 이후 중국 측 인사들의 발표 내용이 모두 IQS 지수를 인용한 것이어서 원론적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미나에서 필자는 형태주파수에 의한 감성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했다.

 

중관촌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사실상 중국 업계에서 감성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에서의 주목할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중국의 자동차 디자인이 갈 길은 녹록하지는 않아 보이는 일면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문제, 또는 다음 단계의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인식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특성 상 국가주도로 물량적 투입을 통해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2014년 내수시장 규모는 년간 약 2,000만대라는 엄청난 규모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의거의 스무 배이다. 물론 중국내의 완성차 메이커 수도 100여 개 내외라는 점을 보면 다양한 차종들에 의한 혼전과도 같은 양상이지만, 그러한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서 기술축적에 의한 발전은 비록 그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잠재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인들이 벽면에 붙어 있다



또 다른 중국의 산업적 측면을 본다면 중국의 사회과학원과 같은 국가주도의 연구기관에서 금융이나 산업 등 주요 분야의 장기적 전략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의 감성 디자인 주제와 별도로 중국의 산업에서 새로운 기업의 창업과 관련한 참관 기회가 있었다. 북경 중심가에서 중관촌(中㮡村) 이라는 창업 거리가 조성돼 있었다. 이곳은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투자자나 기타 업무와 관련한 만남의 장소 제공이나 행정 지원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2015년 5월에는 리커창 총리가 방문해서 1인 기업의 창업을 비롯한 신기술의 중소기업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스타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함을 알 수 있었다.

 

창업카페에서는 1인 기업인들이 업무 모습도 보인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들 중에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많다는 사실이 우리들의 관점에서는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거대 그룹이 자본력과 기술 집약으로 글로벌 상품을 만들어 국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기술이 바탕이 된 글로벌 상품을 개발해 전세계에 판매하는 기업들 역시 서구에는 무수하다.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컴퍼스와 연필 등을 제조하는 독일의 기업은 제품을 거의 전세계 모든 국가에 수출 판매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다. 그 기업은 오랜 전통의 기술을 가지고 발전돼 왔지만, 대기업이 아니다. 중국은 바로 그런 중소기업의 토양을 일구어 산업의 잠재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컴퍼스 메이커와 같은 글로벌 중소기업은 수백 개 중의 하나가 성공한 사례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업은 관(官) 주도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중국은 많은 수의 창업 장려를 통해 그들 중 한 두 개의 스타기업이라도 발전하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마오저뚱이 생각했던 중국의 철강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가장마다 뒤뜰에 용광로를 만들어 중국 전체의 철강생산량을 늘리려 했던 정책이 떠오른다. 그 정책은 단지 용광로만으로 좋은 철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전문지식이 동반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중관촌과 같은 행정적 제도는 뒤뜰의 용광로와는 달리 수많은 1인 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창업 속에서 소수일지라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포함해 다양한 산업에서 놀라운 속도를 보이는 중국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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