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남자`. 화장품 브랜드로 아는 분들이 많겠지만 실은 소설가 김지원씨가 1989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입니다. 김지원씨는 `국경의 밤`으로 유명한 시인 김동환씨와 `녹색의 문`를 쓴 소설가 최정희씨의 두 딸중 언니지요. 65년 이화여대를 나와 73년 미국에 건너간 뒤 줄곧 그곳에 살면서 남녀의 사랑을 제재로 인간관계의 본질을 파악하는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꽃을 든 남자` 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여성이 무덤덤하기만 한 남편과 달리 꽃을 들고 기다리는 격정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장편이지요.




생일과 결혼기념일은 물론 만난지 한달, 1백일등 온갖 날을 기념해 꽃을 주고 받는 젊은 세대가 보면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꽃을 들고 다니는 건 물론 사랑 표현 자체를 쑥스럽게 생각하는 세대들이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은, 그런 내용입니다.




서론이 길었던 건 다름 아닌 `꽃배달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꽃배달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꽃을 들고 다니는 건 마땅치 않아도 배달시키는 건 괜찮아서인지, 여성들이 워낙 꽃선물을 좋아해서인지 남성들의 꽃배달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것이지요.




이용자가 많아서인지 인터넷의 꽃배달업체 사이트만 해도 수십곳에 달합니다. 크레디트카드사의 서비스에도 꽃배달이 빠지지 않구요. 실제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한 게 사실입니다.




전화 혹은 클릭만 하면 원하는 날짜에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는 물론 케익과 와인까지 한꺼번에 장소에 상관없이 배달해 주니 꽃가게에 일부러 갈 일도, 꽃을 들고 왔다갔다 할 일도 없지요. 돈만 좀 들이면 특별히 수고하지 않고 점수를 딸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습니다. 꼭 연인이나 부부 사이가 아니더라도 생일 혹은 입사기념일에 누군가로부터 받는 꽃은 기분좋은 선물임이 분명하니까요.




문제는 전화로 주문하는 꽃바구니가 종종 제값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것입니다. 배달돼 오는 꽃바구니의 경우 꽃보다 잎이 더 많은가 하면 꽃대가 가늘어 이틀도 채 안돼 시드는 것도 있습니다. 꽃의 종류도 이것저것 함부로 섞어 버리기 일보 직전인 꽃을 적당히 꽂아 만든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을 정도지요.




물론 값에 따라 크기와 꽃의 종류가 다르겠지요. 그러나 배달 꽃바구니의 경우 최소 5만원이상인 만큼 분명히 조금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바구니의 모양 또한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지요. 언젠가 한번 아는 이로부터 정말 예쁜 꽃을 배달받았는데 알고 보니 플라우어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몸통이 긴 화구를 이용, 꽃을 많이 쓰지 않고도 세련되고 화사하게 장식했더군요.그걸 보면서 더더욱 일반적인 꽃배달업체들의 꽃바구니가 성의 없게 느껴졌습니다.




기왕 장사를 하려면 `좀더 정성껏, 남과 다르게 만들어 배달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요구일까요. 물론 현재도 배달된 뒤 잘 받았느냐는 확인전화를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보냈는데 잘 받았느냐. 마음엔 들더냐" 하는 내용이지요.




`주문받는 곳 따로, 만드는 곳 따로, 배달하는 곳 따로`일 테니 `얘기해봤자 아닐까` 여기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대답하곤 합니다. "부피만 생각해서 이파리만 잔뜩 넣지 말고 작더라도 꽃 중심으로 좀 화사하고 깔끔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스타일을 바꿔보라"구요.




전화기 건너편에선 "잘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신경쓰겠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이미 목소리 톤이나 느낌으로 "쳇, 별 소리 다 듣겠네. 선물로 받으면서. 그만하면 됐지. 재수없게스리" 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그럴 때면 "또 헛소리 했구나" 싶어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짧은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경우 남에게 받은 선물에 대해선 좋든 나쁘든 언급하지 않는 걸 예의라고 믿는 듯합니다. 꽃바구니의 경우 더더욱 그런 것같습니다. 꽃을 보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꽃이 적네 많네 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식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저 "보내준 꽃 잘 받았다, 고맙다"식의 인사만 하게 되고 그러니 돈내고 보낸 사람은 계속 괜찮은 줄 알고 같은 곳을 이용하게 되고... 이러니 절대 고쳐지지 않는 것이지요. 언젠가 한번 얘기했듯 선물용 갈비나 한과의 품질이 개선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말 이렇게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어야만 할까요. 물론 정말 정성껏 예쁘게 만들어 보내는 곳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 경험만으로 꽃배달서비스업체 전체를 매도하는 듯 여겨졌다면 양해해 주십시오. 어디까지나 그렇지 못한 곳에 대해 말하는 것이니까요.




꽃배달은 꽃이 아닌 사랑과 관심을 배달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배달된 꽃바구니엔 보낸 사람과 만든 사람, 가져온 사람의 정성이 하나 가득 묻어나야 할 것입니다. 기껏 받고도 "이것보다는 좀더 예쁜 게 있을 텐데" 싶으면 보낸 사람의 마음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른지요.




꽃배달서비스는 앞으로 더더욱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도 언젠간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승패가 가려질 지 모르지요. 하지만 만약 아무도 배달된 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래서 오직 가격경쟁에 의해서만 승패가 가려진다면.....




우리는 좀더 세련되고 우아하고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고 즐거워지는, 그런 꽃바구니를 받아볼 기회를 잃게 되겠지요.




모든 상품의 질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제 배달돼오는 꽃다발과 꽃바구니에 대해서도 한번쯤 품질을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보낸 꽃바구니가 형편없는 꽃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상상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 봅니다만.......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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