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시원한 콩물


낙산사에서 본 의상대-사진 오순옥 님

기온은 오르고 경제 상황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사방 팔방에서 어렵다는 말씀만이 무성한 이즈음입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데 금세 새벽이 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를 잘 견뎌내야함이 주어진 과제입니다.

무더위를 잠시 식혀 드릴 수 있는 냉 콩물 만들어 보겠습니다.
콩물은 우리의 선대 때부터 만들어 드시던 민가의 전통음청류입니다.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하고 열을 식히는 데는  콩물이 제격이거든요.
저는 궁중요리나 반가의 음식도 훌륭하지만 서민 대중들이 즐겨 드시던 민가의 음식에 더 마음이 갑니다.

영국 왕실로부터는 미움을 샀던 다이애나 비를, 영국 국민들이그토록 열광적으로 추모한 것은, 그녀가 왕세자비의 특권 누리기를 거부하고 서민의 애환과 함께하는 생활을  솔선수범하였기 때문입니다.
블레어 총리는 이런 민심을 재빠르게 읽어 그녀를 ‘국민의 공주’라 추앙하자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한 황실과는 달리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고보면,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정약용)선생이 설파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목민 사상은 동서고금을 뛰어 넘는 보편적  리더십의 정수라 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문화든 학문이든 훌륭한 우리의 것이 하고 많은데 우리는 궂이 서구의 문물만 좇아온 것이 아니었는지, 한번 되돌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나이 듦에서 오는 귀소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우리 것에 대한 가없는 애착을 어찌하지 못하겠습니다.

콩물은 하루 저녁 물에 불린 콩을 살짝 삶아 식혔다가 믹서에 곱게 갈고 약간의 간을 하면 완성입니다.
콩 씻을 때 두어 번 흔들어 낸 후, 몇 번 세게 문지르세요.
콩이 불은 다음 콩 깍지를 쉽게 벗기기 위해서지요.
콩 불린 물은 삶을 때 그대로 사용하세요.
맛과 영양 손실을 막기 위함입니다.

남도 지방에선 콩물에 우무채를 띄워 먹기도 하는데 투명한 우무가 동동 떠 있는 모양은 사랑스럽기도 하고 시원해 보이기도 하죠.
뭔가 건더기를 넣음으로서 급히 마시다 체하는 걸 예방하기도 하고 씹히는 재미가 더해져 식감도 좋습니다.
이처럼 우리네 조상들의 지혜로운 생활 풍속을 들여다 보시는 것도 번다한 세사를 잠시 잊는 방도입니다.

삶아진 콩을 원래는 맷돌로 갈아야 부드럽고 맛이 있습니다.
입자를 잘게 부수는 기능만 갖고 있는 믹서는 맷돌의 짓이기는 기능이 없어요.
콩물을 만들어 냉장하게 되면, 입자 들이 불어서 두꺼운 침전물이 생기고 맛도 소화력도 떨어집니다.
콩물을 마시고 나면 속이 더부룩 해질 때가 많았거든요.

없는 맷돌을 아쉬워 할 게 아니고 소화가 잘 되게 하는 조리법을 고안해 냈어요.
콩을 삶을 때 엿기름 물을 함께 넣으면 되겠다 싶데요.
엿기름의 삭히는 기능을 도입한 거죠.
오늘 처음 시도 해보았어요.
그러니까 콩물이 아니라 콩식해인 셈이네요.
호박식해와 같은 이치지요.

엿기름 물을 사용해 보니 그냥 할 때 보다 마시기가  훨씬 부드럽군요.
음식은 조리법을 살짝만 바꾸어도 놀라운 맛의 변화를 꽤할 수 있어요.
전통의 기본 위에서 현대인의 입맛과 기호와 분위기에 맞게 식재료와 조리법을 살짝 바꾸어 보는 것, 이게 요리의 묘미거든요.
똑같은 레시피를 반복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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