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토장국의 매력

입력 2008-07-01 11:36 수정 2010-02-20 09:51

















한여름 들녘 -사진 오순옥 님

관악산 숲 속에서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뻐꾸기는 늦은 봄(5월 중순경)에 우리나라를 찾아들어 장마가 끝나가는 7월 중순경에 동남 아시아 쪽으로 날아 가는 철새이다.

다른 새(붉은 머리 오목눈이 일명 뱁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파렴치함(탁란)과 잔인함(뻐꾸기의 새끼는 어미 보다 한 수 더 떠 같은 둥지에 있던 뱁새 새끼 들을 모조리 밀어 내어 죽여버린다) 을 자연의 섭리라 이해하면, 뻐꾸기의 울음 소리는 여전히 구슬프고 아름다워  자연의 소리에 목마른 도시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금 들녘엔 보리 걷이가 끝났고, 무논의 벼포기들은 땡볕을 받아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정월에 담근 된장이 달구어진 햇볕을 받아 익어가는 계절이다.
햇된장은 아직 제 맛을 내지 못한다.
묵은 된장의 맛이 더 깊어지는 때, 들어가는 부재료(건더기)를 죄다 생략해버리고 맑은 토장국(된장국)을 끓여보자.

몸이 푸르스름하고 투명한 양질의 다시 멸치 만으로 육수를 낸다.
거기에 청양 고추 두 개와 대파 반 쪽을 손으로 잘라 넣고 파르르 끓인 후 건지를 모두 건져낸다.(깻잎 한 장을 첨가하면 특유의 향이 국물의 풍미를 더해준다.)
그 육수에 잘 익은 된장을 슴슴하게 풀고 다시 한 번 포르르 끓인다.
건지 먹는 재미에 익숙해지신 분들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두부 두세 쪽을 첨가해도 좋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청양의 매콤함, 그리고 대파의 향긋함이 말간 국물에 그대로 살아 있다.

호박에 양파 그리고 풋고추, 바지락이나 우렁이까지 건더기로 뚝배기가 가득해진 찌개도 좋지만, 이렇게 맑은 토장국으로 확 변신시켜 식탁 위에 내어보면 어떨까.
많이 비워내버린 간결함과 여백의 맛을 천천히 음미해보실 수 있으시리라.
그래 오래 발효된 된장의 맛은 이리 풍부하고 구수한 것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느껴보자.
이렇게 맛난 된장을 만들어 주신 어머니나 아내의 노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무심했던 마음은 따뜻하게 되살아나 절로 감사할 줄 알게 되고, 삶의 모서리에 다친 자신의 상처도 그만 아물게 되실지니.

함께 곁들일 찬은  겉절이(어린 열무나 얼갈이에 쪽파)와 잔멸치볶음, 굴비구이가 어울리겠다.
요즘 노란 햇 찰보리쌀이 시중에 나와 있다.
혼식 하시던 분은 그대로 , 백미만 드시던 분은 보리 혼식을 권하고 싶다.
건강에도 좋거니와 보리밥과 된장은 찰떡 궁합이기도 하기에.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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