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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궁합을 믿으시는지요. `오늘의 운세`는 꼬박 챙겨 보시는지요. 연말연초엔 토정비결도 떼보고 인터넷 점도 가끔 치시는지요. 얼마나 맞던가요. 대개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 쪽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저는 "광화문에 돗자리를 펴는 게 낫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름 또는 하는 일을 보고 그 사람의 신상을 잘 맞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조카가 여자친구를 보여주겠다(?)며 처음 데리고 왔을 때였지요.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도 예쁘더군요. 그런데 이름이 `지욱`이라는 거에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둘째딸이냐, 남동생이 있느냐, 집에 할머니가 계시냐" 물론 모두 맞았지요. 깜짝 놀라더군요.




또 한번은 집안 좋고 학벌도 좋고 얼굴도 시원스레 생긴 여성화가를 처음 만났을 때 일입니다. 역시 "언니와 남동생이 있느냐"니까 그렇다고 하더군요. 얼굴 본 지 30분도 안돼 맞췄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군요.




별 것 아닙니다. 여자에게 지욱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을 땐 보나 마나 남동생을 보라는 뜻이었을 테니까 언니가 있는 게 틀림없고 그런 식으로라도 아들을 원한 건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정도는 사실 상식에 가까운 겁니다.




두 번째 화가의 경우엔 겉으로 드러난 상황과 달리 그림의 붓질이 상당히 거칠고 사납길래 아마도 개인적으로 폭발시키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있나 보다 생각한 건데 맞은 겁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있는, 자아가 강한 둘째 딸의 특성이 그림에 보였던 거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화가도 잘생겼는데 언니가 워낙 미인인 것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요인이었다고 하더군요.




모든 게 생각하는 속도로 변한다는 요즘도 사주 궁합 작명 풍수 등은 여전히 그 세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힘이 줄기는커녕 어쩌면 더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예전엔 스포츠지에서만 싣던 `오늘의 운세`를 신문마다 다루고,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 점집촌이 생기는 걸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불안한 때문일까요. 확실한 게 아무 것도 없어서일까요. 사주나 궁합을 보는 사람만 많은 게 아니라 요즘엔 `풍수 인테리어`까지 대유행입니다. 침실은 어떻게 꾸미는게 좋고, 사무실 책상은 어느 방향으로 놓는게 좋고, 집안을 통과하는 수맥을 차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등등....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보니 유명 가구회사나 인테리어회사에서는 `풍수인테리어 강좌`도 엽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침대와 책상의 위치나 방향을 바꾸고 침대 밑에 동판도 깝니다. 풍수를 꼭 믿어서라기보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좋은 게 좋다`에 저도 물론 동의합니다.




그런데 전 가끔 이런 설들이 `정말 얼마나 맞는 걸까` 의문이 듭니다. 두 가지 예를 알고 있습니다. 작고하신 정주영회장께서 30여년동안 살던 청운동 집에서 가회동으로 이사할 때 이른바 풍수설에 의거, 갑작스레 이사할 집을 고르고 이사 날짜는 물론 들어가는 시간까지 지정받았다고들 했습니다.




워낙 급하게 이뤄진 일이라 집을 팔고 이사가는 사람이 경황 없어 한 건 물론 촉박한 입주날짜에 맞춰 집을 고치느라 밤을 새워 집 수리를 하는 등 난리를 쳤답니다. 뿐만 아니라 입주시간을 맞추느라 집앞까지 오셨다가 다시 근처를 한바퀴 돌기까지 했다는군요. 그런데 제 기억으론 정회장께서 가회동 집으로 이사하신 뒤 신통한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급기야 청운동으로 되돌아 가셨었지요.




제가 아는 어떤 회사에선 수맥을 막는다고 어느날 임원실의 책상 위치를 모두 바꿨는데 정말이지 전혀 예기치 못한 일로 책상 방향을 바꾼지 1년여만에 임원진 전체가 사퇴했습니다.




얼마 전엔 정치계 인물들이 서울 종로구 세검정 일대(평창동 구기동)를 떠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곳이 풍수상 정치하는 사람들에겐 좋지 않아서라는 거지요.




글쎄요. 평창동이 예술가에겐 좋고 정치하는 사람들(전 `정치가`라는 말을 쓰기 싫습니다.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중 정치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나 싶어서지요)에겐 나쁘다는 건 혹시 이런데 연유하는 것 아닐까요.




평창동은 지리적으로 산동네인 만큼 조용하고 풍광은 좋지만 사람들이 접근하긴 어렵습니다. 지하철은 물론 없고 버스도 노선이 적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이 엉망인 거지요.




당연히 조용한 가운데 혼자 작업하는 예술가들에겐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일반인의 왕래가 잦아야 하는 정치판 사람들에겐 불리하겠지요. 산동네인 만큼 집의 덩치가 커보이고 따라서 일반인의 거부감을 자아내기 쉬운 것도 안좋은 요소가 아닐른지요.




사주나 궁합에 대한 생각도 비슷합니다. 지금도 입시철이면 자식의 합격여부를 알아보려는 엄마들, 결혼시즌이면 궁합을 보려는 어머니들과 젊은 당사자들로 점집이 초만원을 이룹니다. 유명하다는 역학인들에겐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요란스럽게 사주와 궁합을 본 끝에 결혼한 부부가 1년을 못채우는 경우를 봤습니다. 궁합이 나쁘다고 하자 미리 점쟁이에게 물어 궁합이 좋은 날로 여자쪽의 생년월일을 속여 결혼했는데도 30년동안 잘 사는 부부도 근처에 있구요.




신문의 `오늘의 운세`가 나쁜 걸 보고 괜스레 아침부터 불안하고 언짢아 하다가 급기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 경험도 있습니다. 재미로 보는 정도는 모르지만 사주나 궁합, 풍수에 너무 기대는 것, 그거야말로 자신의 운명이나 복을 쓸데없는 틀에 가두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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