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향수 좋아하세요?

칼럼회원 및 독자 여러분에게!

새 칼럼이 너무 늦었습니다. 논문을 끝낸 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머리가 멍한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날은 무덥고….. 이제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두 주먹 꼭 쥐려 합니다. 로그인을 하셔서 `동감`도 자주 눌러주시고, `칼럼니스트와 함께`에 좋은 말씀 남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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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에 민감하신 편인지요? 미각이나 후각은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사람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냄새에도 코를 킁킁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남들 모두 얼굴을 찡그리는데도 `왜들 그러나`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과 달리 체취가 별로 없고 따라서 예전엔 향수를 쓰는 사람이 적더니 몇년 전부터는 향수 애호가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젊은 여성은 거의 필수품으로 여길 정도고 남성 가운데도 향수를 사용하는 이가 꽤 많은 듯합니다.

아는 피부과 의사 한사람은 향수를 애용하는데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신도 기왕이면 은은한 향내가 나는 환자가 좋으니 환자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그러면서 소아과의사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 한다더군요. 소아과의사는 오후만 되면 어린이환자와 따라온 엄마들의 자장면 냄새에 시달리는데 피부과엔 젊은 여성 환자가 많아 늘 좋은 향수 냄새만 맡으니 얼마나 기분좋겠느냐고 한다는 겁니다.

저는 향수를 보거나 냄새를 맡을 때마다 `정말이지 사람의 혼을 송두리째 빼앗는 향수가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향수가 있어도 걱정이긴 하겠습니다만….

`향수`는 1991년 처음 번역돼 나온 일종의 엽기소설입니다. 1738년 비린내 나는 생선좌판 아래서 태어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20여명의 젊고 아름답고 순수한 여성을 죽여 지상에서 가장 황홀하고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내 온몸에 바름으로써 사형도 면제받지만 결국 기가 막힌 향기에 취한 부랑아들에게 잡아먹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기괴한 내용이지요.

그런데도 10년 넘게 꾸준히 팔리는 바람에 최근엔 소설로는 드문 하드커버로 나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쥐스킨트는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가 알려지면서 주목받은 독일작가입니다. 1949년생이니까 이제 쉰살 조금 넘었지요. 사생활이 남에게 알려지는 걸 무지하게 싫어하는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깊이에의 강요`라는 짤막한 작품을 보면 세상의 허위의식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틀안에 가두는지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지요. `신념이 감옥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향수`는 말씀드린대로 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만 그속엔 향수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사회상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자 그르누이가 `활약(?)하는` 도시가 프랑스 향수의 본산지로 알려져 있는 글라스인 것도 그런 때문이지요.

18세기 중반은 프랑스 도시 전체에서 악취가 진동하던 때입니다. 도시 안 교회(성당)안팎에 매장한 시체들로부터 나는 썩은 냄새때문이었지요. 1744년엔 낭트의 한 교회에서 관을 운반하던 인부가 가스에 질식돼 사망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1765년 파리 최고법원은 파리 시내 밖으로 묘지를 옮기도록 했고 이에 따라 1785년부터 2년동안 파리 시내에서 외곽으로 옮겨진 죽은사람의 뼈만도 마차 1천여대분이었다고 합니다.

소설 `향수`는 바로 그런 사회적 분위기, 프랑스 혁명(1789-1794)이 발발하기 직전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 20여명의 가죽을 벗겨 만들어낸, 그럼으로써 희대의 악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향수…… 이 엽기적이고 불가사의한 얘기가 오늘날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건 도대체 무슨 까닭일른지요???

향수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요?? 엽기적 내용의 충격 때문일까요?? 아니면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갖가지 냄새로 가득차 있기 때문일까요?? 물리적인 악취만이 아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점과 반대로 너무 진하거나 강렬한 냄새는 머리를 어지럽힌다는 사실이지요.

아무리 좋은 향수도 같은 종류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냄새에 중독돼 자꾸 양을 늘리게 된다고 합니다. 남들은 코를 찌르는 냄새때문에 얼굴을 돌리는데도 정작 본인은 향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두세 가지 향수를 마련해 가끔 바꿔줘야 향수를 사용하는 본래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지금도 향수냄새보다는 은은한 비누냄새를 더 좋아합니다. 그렇긴 해도 향수를 보면 미소를 짓게 되는 건 향수의 갖가지 이름이 `아하, 참!`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다 때로는 냄새에 취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찬 디오르의 `Remember Me`, 구치의 `Envy`, 에스테 로더의 `Pleasures` 등등. 자주 이용하지 않아도 향수를 선물받으면 언짢고 고단한 일들을 잠시나마 잊게 됩니다.

칼럼회원과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혹시 가까이 있는 이에게 향수를 선물해본 적 있으신지요?? 받아보신 적은요?? 덥고 짜증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냄새 좋은 향수라도 한번 주고 받아 보면 어떨른지요?? 가끔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해보는 것도 생활에 활기를 주지 않을른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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