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권위란,신은 망했다,그리고..

입력 2001-05-18 09:20 수정 2001-05-18 09:20
칼럼회원& 독자 여러분께!




칼럼을 제때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의 마지막 단계인 논문작성중이라는 말로 변명을 대신합니다. 요즘같아선 졸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부담만 크지 도무지 진척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연필만 깎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동감` 혹은 `칼럼니스트와 함께`로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칼럼회원들은 힘 닿는대로 회원 배가운동도 해 주시구요. 힘내서 칼럼과 논문 모두 열심히 쓸 수 있도록이요!!!!


오늘은 독자 여러분께 제가 좋아하는 `짧은시` 4편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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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쓴 최영미 시인도 올해 만 마흔살이 됐습니다. 첫시집을 냈을 때 잠깐 만났었는데 훤칠한 키에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좋은 미인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금도 잔치는 서른살 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서른살 때 마흔살은 무척이나 먼 나이로 느껴졌었습니다. 마흔쯤 되면 젊은날의 방황과 고생은 어지간히 끝나고 생각과 생활주변 모두 웬만큼 안정되리라 기대하기도 했구요.




그러나... 마흔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고, `불혹`이라던 공자님 말씀은 맞지 않았습니다. 나이에 합당한 권위가 생기기는커녕 퇴출의 신호가 다가오기 시작했고 애써 이를 부인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종 `내 인생이라는 포물선의 꼭지점이 이미 지난 건 아닌가`라는 초조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겉으론 자신만만한는 척 했지만 실은 떨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이재무시인의 `마흔`은 그럴 때 위안이 되었습니다. 혼자만 겪는 아픔이 아니다 싶었지요. 이재무시인은 1958년생이니까 1961년생인 최영미시인보다 세 살 위입니다. `마흔`은 우리나이로 마흔이던 97년에 펴낸 `시간의 그물`이라는 시집에 실려있는 작품으로 전문은 이렇습니다.




"""몸에 난 상처조차 쉽게 아물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이 겪는 아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유혹은 많고 녹스는 몸 무겁구나"""




마흔을 넘기면서 생긴 또한가지 변화는 누군가가 내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조금씩 화가 나는 점이었습니다. 단언하건대 저는 권위주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늘 젊게 살고 싶어 하는데다 목소리도 하이소프라노여서 권위주의적으로 보일래야 보이지도 않구요.




다만 분명히 제 얘기가 옳은데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도적으로 무시될 때면 젊었을 때와 달리 분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지요. 나이 탓에 노여움이 생긴 것일까요.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최영미시인의 시 `권위란`을 읽었을 때 느낌은 "참..."이었지요.




"""당신과 그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이쯤 되면 기댈 곳은 한곳, 전지전능한 신(神)밖에 없습니다. 때로 원망스럽고 도대체 뭘 하시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혹은 부처님 혹은....)이 지켜봐주시고 `원수의 앞에서 내게 상급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가질 수 없다면 무슨 수로 터질 것같은 가슴을 달랠 수 있을른지요.




**그러나 이갑수시인은 이런 믿음에도 단호히 칼질을 합니다. `신은 망했다`면서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신은 망했다"""




이갑수시인은 91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지요.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시를 쓰면서 출판기획을 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글쎄요. 59년생이니까 시인 역시 마흔을 훌쩍 넘겼겠지요. 지금도 신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을른지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무조건 손놓고 있을 수도 없고.


**이재무시인의 `자서`는 이럴 때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내 몸속에 집을 짓고 살던 그 모든 순결한 것들이여


그러나 내 몸이 두꺼워지면서 나를 떠나버린 그 애틋한 것들이여


그대들을 찾아나서는 길이 설레고 막막하고 두렵다


다시 시작하자고 입술을 깨문다"""




이 아침 저 역시 "다시 시작하자"고 입술을 꼭 깨물어 봅니다.


5월도 중순을 넘어서는 지금, 오늘 전해드린 4편의 시가 독자 여러분에게 잠시동안의 끄덕임과 미소, 그런 다음 마음속 각오를 다시 한번 새롭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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