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4.23)- 고난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   





   우리에게 세월호의 고난을 준 것은 인간한계를 인식하라는 신의 경고이면서, 안이(安易)와 이익만 쫓는 이기주의와 적당주의에 대한 신의 분노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우리의 정신과 문명 수준으로 전쟁을 치루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담한 지경을 재현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버텨온 지혜로운 후손들이다. 지금의 재난을 발전의 기회로 삼자. 문제가 생기면 발끈 분노했다가 금방 망각하는 냄비근성을 버리자. 이제 재난구조는 대국민 복지와 서비스의 시작이며 전쟁대비의 일환임을 인식하고 국가 품격에 맞는 예산과 전문 인력을 키우자. 재난구조 시스템은 복지 예산의 5%만 투자해도 그 효과는 복지 서비스를 능가한다.


정신적 질서를 찾자. 위기에 대처하고 솔선수범하는 책임감, 믿고 따르는 신뢰, 매뉴얼대로 훈련하고 싸우는 효율적 체계성, 소신껏 차분하게 대응하는 전투력이 없다면 무기와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이기지 못한다. 우리는 무기의 우수성이 정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40년 전, 월남전에서 눈으로 보았다. 우리는 정신 역량과 문명의 기초가 부족한 게 아니다. 우리는 세계 문명의 본류를 창조하고 지켜온 동이족의 후손들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갇혀서 편을 가르고 무익한 정치 게임을 했고, 큰 일이 생기면 뭉치지 못하고 분열되어 싸웠고, 자기 일은 대충하고 남 탓을 하고, 성과주의에 빠져 국격과 사회 품격을 잃었다. 저마다 자기자리로 돌아가 정신의 질서를 찾자.


적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 아픔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고난을 주는 것은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라는 뜻. 고난과 함께 경고를 하는데도 듣지 않으면 재앙으로 내리치는 게 신명계의 논리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경쟁과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의의 경쟁과 정책대결을 통한 모순 혁파 등은 서로를 살리는 싸움. 그러나 양립할 수 없는 것을 수용하는 어설픈 중립주의, 기획 음모와 선동을 앞세운 비열한 싸움, 의도적 분열과 의도적 거짓 등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싸움. 우리 민족은 우리끼리 싸우다가 외적에게 931회나 굴욕을 당한 역사를 알면서도 지금도 우리끼리 싸운다. 들판에 불이 났는데도 서로 싸우다가 모두 타서 죽는 들쥐처럼 지금도 우리들은 정략적이고 감정싸움을 하느라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상(國喪)과 다름이 없는 큰 슬픔으로 꽉 차 있다. 인명 구조를 포기하지 말고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고, 유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선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선행과 미담을 알리고, 사고를 만들고 방치한 인간 행위와 제도적 악습을 모조리 밝혀서 정의를 세우자. 

진정한 나라사랑을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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