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택시의 오른쪽 뒷좌석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이신가요? 손수운전자라서 이용해본 지 오래 되셨나요, 아니면 지하철 애용자이신가요? 혹시 `인품`이라고 불리는 배가 좀 나오셨는지요. 기혼자시면 혹시 임신한 부인과 함께 택시를 타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택시를 비교적 자주 타는 쪽입니다. 일선기자 시절엔 하루에 너댓번이상 이용한 적도 있었지요. 시간은 급하고 버스는 안오고, 자가용은 없고…. 도리없었던 거지요.

당연히 할 말도 많습니다. 겨우 얻어탔는데 `밥먹으러 가는데 방향이 안맞는다`며 내리라고 우기거나, `길이 막히니 걸어가라`며 반협박조로 나오거나, 합승해서 빙빙 돌고도 요금은 다 받겠다고 눈을 부라리거나….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택시를 타고 기분좋은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오늘 얘기는 운전자에 관한 게 아닙니다. 택시를 탈 때마다 느끼는 좌석이 주제지요.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택시를 타면 뒷좌석 오른쪽에 앉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보통은 왼쪽으로 옮겨 앉거나 아니면 가운데 약간 볼록한 부분에 앉습니다. 이유는 물론 불편하기 때문이지요. 대다수 택시의 오른쪽 뒷좌석은 가운데부분이 `푹` 꺼져 있습니다. 많은 승객들이 앉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의자 가운데가 그런 식으로 폭삭 들어가 있으면 앉았을 때 배가 가슴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상태가 됩니다.

임신해서 배라도 부르면 최악의 상태가 되지요. 가뜩이나 힘든데 엉덩이가 푹 꺼져 배가 가슴 쪽으로 치켜지면 숨이 가쁩니다. 임산부에겐 따라서 딱딱하고 평평한 의자가 폭신한 소파보다 훨씬 좋습니다. 임산부가 아니라도 앞보다 가운데와 뒤가 낮은 의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명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중 97년쯤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만든 `산업디자인협의회(?)` 세미나 참석중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 책임자를 만난 김에 이런 실태를 아느냐고 물었지요.

잘 모르시길래 설명하고 택시의 경우 뒷좌석 시트속을 좀더 단단하게(신축성이 적은 소재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앉아도 좀 덜 꺼지게 말이지요. `좋은 의견`이라면서 회사에 말해 채택되면 모르는 척 하지 않겠다더군요. 제가 제안했다는 건 몰라도 상관없지만 모쪼록 시정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택시의 오른쪽 뒷좌석은 여전히 푹 꺼져 있습니다. 저한테 듣고는 돌아가는 도중 잊었는지, 이런 의견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별것 아니라고 무시당했는지, 시도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택시와 자가용을 구분해 시트를 만들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넘어갔는지…….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정말 좋습니다. 외제차와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수출도 늘어나면서 디자인과 성능 연비 모두 나무랄 데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새로 나온 차를 볼 때마다 ” 아, 참 예쁘다!”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디자인이란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 믿습니다. 디자인의 알파와 오메가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모양과 함께 실용성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자동차의 외양과 인테리어가 아무리 멋있어도 앉았을 때 불편하면 어떻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수 있겠는지요.

택시는 누구나 잠깐 탔다 내리고, 따라서 딱히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어서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면 그 또한 씁쓸한 얘기지요. 저는 이참에 자동차회사의 높은분들에게 가끔 택시를 좀 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술 취해서 정신없이 앉았다 내리지 말고 말짱한 정신으로, 어디 고칠 때가 없을까 `원초적 문제의식`을 갖고 말입니다.

저는 진짜 경쟁력이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것에 신경쓰기 시작할 때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금방 눈에 확 뜨이는 것, 생색이 팍팍 나는 것에만 눈길을 줄 때 우리의 내일은 밝아지기 어렵다는 생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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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반의 언론인 생활 끝에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이 화양연화요,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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