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영화 `친구`, 의리& 부산?

영화 `친구`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기록을 깼다고 난리구요. 복합상영관(한 건물에 상영관이 여러개 있는 곳) 가운데 `친구`가 안걸린 곳이 없을 정도니 가히 돌풍이라 할만합니다.

(주)`엔터원`은 이 영화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홈비디오 판권을 땄다고 해서 주가가 치솟았구요. 배급을 맡은 `코리아픽처스`도 재미를 봤겠지요.

`친구`는 1970년대중반부터 90년대초까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직폭력배, 장의사, 평범한 직장인(?), 밀수품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네 남자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30대초반까지를 다루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극장 안엔 남자들이 많습니다.

열세살짜리 사내녀석들은 `노올자` 소리만 들리면 밥먹다 말고 뛰어나가고 싶어 숟가락을 놓습니다. 포르노비디오나 나체사진이 실린 잡지조각을 보며 낄낄대지요. 바다에서 타이어튜브를 타고 놀면서 조오련과 바다거북이가 시합하면 누가 이길까 입씨름을 벌입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로 이들의 고등학생 시절을 보여줍니다. 넷중 둘은 학교 싸움패의 `통`과 `부통`이 돼 있고 둘은 평범하지요. 남학생들이 우우 몰려든 여학교 축제 풍경이나 교복을 입은채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광경, 가짜 버스표로 차장을 골탕먹이거나 단체로 영화관람을 하는 모습은 나이든 관객들에게 잊혀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후반부는 다른학교 학생들과의 패싸움 때문에 퇴학당한 뒤 각기 다른 조직의 중간보스가 된 두사람(준석과 동수)을 축으로 그려집니다. 추억의 영화에서 깡패영화로 바뀌면서 조폭들의 세계에 대한 아주 상세한(?) 묘사가 이어지지요. 나이든 보스에 대한 부하의 배신, 마약과 돈으로 사람 얽어매기, 칼쓰는 법, 사람 죽이는 법등….

영화는 오랫동안 준석(유오성)에 대해 2인자 콤플렉스를 지녀온 지닌 동수(장동건)가 준석패거리를 때려잡은데 대한 보복으로 준석패가 동수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준석이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함으로써 사형에 처해진다는 식으로 끝납니다.

2시간 내내 부산사투리가 극장 안을 메우고 잊어버릴 때쯤 되면 준석의 “친구 아이가”가 귓전을 때립니다. 그런 까닭인지 이 영화는 `서울관객×2〓전국관객`이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고도 합니다. 부산관객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군요.

저는 이 영화가 유난히 매스콤을 많이 타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아름답고 후반부는 사실적입니다. 그러나 전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친구`란 무엇이고, `의리`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정도 현실일지 모르겠으나 영화는 `깡패아들& 가난한 집 자식〓깡패, 멀쩡한 집 자식〓멀쩡`이라는 점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을 조폭의 중간보스로 만들어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놈들 아이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둘다 맞는 얘기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가난하다고 깡패가 된다면…. 학교때부터 2인자인 게 싫고 시키는대로 해야 하니까 친구패거리를 그렇게 무참하게 죽인다면….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끔찍해도 영화는 그속에 한가닥 빛을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영화를 본 다음 오래도록 가슴에 떠오르도록). `18세미만 관람가` 등급이라곤 해도 아마 영화관객 중엔 고등학생도 꽤 많을 겁니다.

또하나, 이 영화의 초반흥행은 다분히 `계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영화중 가장 많은 극장을 잡은 게 그렇지요. 원래 영화는 배급싸움이라고 할 만큼 스크린 숫자가 많으면 유리합니다. 한꺼번에 왕창 올려지면 초반관객이 많을 게 뻔하고 그러면 홍보하기가 좋지요. `이렇게 저렇게 화제다`식으로요. “이래도 안볼거야” 하고 밀어붙이는 겁니다.

물론 마케팅만으로 승부를 낼 순 없습니다. 영화는 입소문이 무서우니까요. 관객은 의외로 냉정하고…. 그러나 “유행이라더라, 화제라더라” 하면 해보고 가보지 않으면 직성이 안풀리는 게 우리나라 사람 아니던가요. `친구`는 다분히 이런 작전을 쓴 듯하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거기에 지역감정도 은근히 자극하고…..

요즘 한국영화 참 잘 만듭니다. `친구`도 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내용보다 마케팅쪽에 더 심혈을 기울인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는 영화란 극장문을 나서는 사람에게 `뭔가 생각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면 그저 실컷 웃게 만들거나…`라고 믿습니다.또 인간의 의지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힘을 은연중 전달할 수 없다면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하구요.

영화가 교훈적이거나 설교조여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사실성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러나 주어진 환경이 나빴으니 아무렇게나 살다가도 그만이라고 말하는 건……

글쎄요, 저는 영화를 본 이래 내내 서글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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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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