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오늘의 행복(2.16)- 겨울 산이 주는 3가지 기쁨.

오늘의 행복(2.16)- 산이 주는 3가지 기쁨.



파주 신학산을 다녀왔다. 산은 잠시도 놀지 않는 듯 어제 본 산은 한 달 전의 산이 아니었다. 낮은 지대의 나무들은 벌써 연노랑 물이 올라붙었다. 겨울 산에는 참나무, 상수리, 졸참나무, 산 뽕, 야생 벚나무 등 무수한 이름의 나목들이 버티고 있었고, 잔설을 군데군데 껴입은 암벽과 바위 등 수많은 이름의 돌들, 적막한 산과 새들은 저마다 개별적인 거리를 두면서도 어울리고 있었다. 군 생활시절부터 무수히 등산을 했지만 산의 묘미는 다닐수록 다르다. 겨울 산은 단순미의 극치였다. 산은 산 것과 휴식 중인 것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버거우면서도 새로움을 주는 묘한 공간. 산은 성장, 성취, 성숙의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성장의 산. 산은 성장하면서 순환한다. 바다였던 산이 융기된 이래로 산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고향이 바다인 산은 변함없는 산처럼 보이지만 그 말단 현장을 보면 변하지 않는 게 없다. 치열하게 사는 생명체의 군집이다. 눈 덮인 음지 산에서도 먹이를 찾아 집요하게 날아드는 산새들, 널브러진 칡넝쿨 밑으로 뚫고 나오는 새싹, 빛을 찾아 원줄기마저 비트는 참나무 등 억세게 살아가는 장면들이다. 산을 오르면 몸은 피곤해도 강한 생명의 에너지가 다가옴을 느낀다. 산에는 노력 없이 그냥 사는 생명체가 없다. 산은 스스로 성장하면서 산을 오르는 이에게도 성장의 기운을 준다.



성취의 산. 등산을 하면 숨이 차고, 다리가 떨리고, 힘이 든다. 등산의 고통을 이기면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등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면 몸의 오감(五感)이 주는 기쁨과 다양한 자연이 제공하는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등산은 육체라는 부동산을 튼튼하게 만들고, 정신이라는 동산(動産)을 강하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병원에 갈 일을 줄여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준다. 등산을 자주하면 다리가 튼튼해지고 얼굴에 생기가 돌고 영혼도 강해진다. 살아서 움직인다는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등산은 심신과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하며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성숙의 산. 헐벗은 겨울 산이지만 전혀 동요함이 없다. 산에 사는 생명체들을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산에 사는 것들은 현재 여건에 맞추면서 사는 듯하다. 산은 산을 보는 사람의 마음상태와 마음의 크기만큼만 산을 보게 한다. 산은 인간을 성숙시키고 깨우침을 주는 수련의 공간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맞추면서 산다. 물 한 방울 얻을 곳이 없는 산 정상의 암반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잎도 없이 버티는 나목들, 얼음 고드름을 매달고 있는 계곡 등 저마다 현재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산은 빈틈이 없으면서도 큰 여백에 생명을 키우고, 겨울 고행에 꺾이고 넘어져도 무디게 버티고 있다. 마음을 틔워주고 성숙하게 하는 겨울 산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었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