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큰 운동과 대변혁은 시대의 열정이 만든 작품. 열악한 조건을 이기고 승리하는 것은 개인의 열정. 열정이 없으면 실체감을 느낄 수 없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인생의 저항을 이기고 돌진하게 하는 것은 뜨거운 열정은 현대인의 배지(badge). 개인의 활동을 미분하면 열정의 요소는 미미하게 보이지만 열정을 적분하면 태산을 옮길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 열정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말처럼 목표를 향한 뜨거운 열정, 하던 일도 냉정하게 멈출 수 있는 차가운 열정,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함께 가려는 조화로운 열정이 있다.


차가운 열정. 뜨거운 감성은 뜨거운 열정을, 차가운 이성은 차가운 열정을 필요로 한다. 뜨거운 열정이 체면과 고난의 벽을 깨고 진보하는 에너지라면, 차가운 열정은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신중함. 뜨거운 욕구가 생산했던 고도성장이 주춤거리면서 쏟아내는 아픔과 아우성을 차가운 열정으로 다스리자. 참기 어려운 상태에서의 조용한 대화, 굴하지 않는 끈기, 흥분을 억제하는 절제력, 뜨거운 욕구(소유와 배설)를 다스릴 수 있는 자기통제력 등은 차가운 열정들. 열정의 방향이 틀려서 낭패를 당했거나 방법이 모나서 우울한 실패를 맛보았다면 바로 멈출 수 있는 게 차가운 열정. 차가운 열정과 느긋한 여유로 모순의 고리를 끊고 한 박자 쉬자. 이미 아닌 것이라면 미련 없이 바로 멈추자. 멈추어서 누적된 모순들을 한 칼에 정리하자.


조화(調和)의 열정. 우리는 살면서 뜻이 다른 무수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고 운이 나쁘면 인간 암초와 폭탄을 만나서 생고생도 한다. 내가 힘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나와 상대의 힘이 비슷하면 시기당하고, 나의 힘이 뛰어나면 모함도 당한다. 다툼과 경쟁은 생명체들의 본성. 서로 맞추면서 조화롭게 처신하여 에너지 낭비를 줄이자. 조화(調和)는 서로 다른 것이 함께 어울리고 함께 사는 완충장치. 평화를 원하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조화로운 열정, 유연하게 수용하는 입체적인 열정이 필요하다. 마음에 지극히 들지 않아도 분노 대신에 온정을 펼 수 있는 도량과 서로가 이익이 될 수 없다면 버릴 수 있는 배짱을 갖자. 뜨거운 열정으로 앞으로 나가고, 차가운 열정으로 지나친 것을 차단하며, 이게 아니다 싶으면 멈추어 정리하자. 그러나 안일과 칭송에 잡혀서 멈추지는 말자. 거대함과 위대함은 칭송 너머 고독한 정상에 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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