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민족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최근 보도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 파괴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회교근본주의를 내세우는 탈레반 군사정권이 파괴 명령을 내린 뒤 세계 각국에서 성명을 내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형체 없이 망가진 모습이 공개됐더군요.




바미안 석불은 도대체 무엇이고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바미안 석불은 말 그대로 아프가니스탄 바미안에 있는(있던) 돌부처상입니다. 높이 53m짜리와 38m짜리 마애불 2개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렸지요. 간다라미술의 대표작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입불상이었는데 이제 말로만 남게 됐습니다.




마애불이란 암벽에 선(線) 혹은 부조 형태로 새겨놓은 부처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신라시대(경주 남산), 중국에선 당대에 널리 만들어졌지요. 마애불이 조성되려면 일단 평평한 암벽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바위벽만 있다고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부처에게 공양을 잘할 수 있는, 그것도 안전과 복을 비는 장사꾼들이 많이 드나드는, 이른바 목이 좋은 곳에 만들어지지요. 바미안은 사막에 생겨난 오아시스로 이런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췄던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서북쪽에 있는 바미안은 원래 실크로드의 요충지였지요. 실크로드는 로마에서 터키를 거쳐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사막을 건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파미르고원및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중국에 이르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지요.




목숨과도 같은 짐을 지닌채 낙타를 타고 혹은 걸어서 사막을 건너고 험준한 산맥을 넘는 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어쩌면 한치 앞도 모른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서 가고 있는 우리네 삶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는지요. 가다 보면 혹시 무슨 좋은 일이 없을까 기다리면서 오늘의 참담함을 견디고 있는 우리 인생 말입니다.




바미안은 바로 이 실크로드를 지나는 대상들의 휴식처였습니다. 서쪽에서 오다 보면 사막을 지나 나타나는 오아시스였고 돌아가다 보면 험준한 산맥을 넘은 뒤 만나는 반갑고 따뜻한 곳이었지요. 특히 바미안과 카불 사이에 있는 시바르고개는 해발 3천m가 넘습니다. 산세가 험하다 보니 산적이 들끓었고 따라서 이 길을 오가는 대상들에겐 지옥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시바르고개를 앞두고 혹은 지나 바미안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쪼록 무사히 지나갈수 있기를 빌거나 다행히 별탈 없이 넘어온데 대해 감사하기 위해 부처님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바미안 석불은 바로 이런 까닭에 불교국가로 유명한 2-5세기 쿠샨왕조 때 조성된 걸로 추정됩니다.




국내신문엔 바미안 석불의 모습만 게재됐지만 실제 바미안에는 암벽 10여리에 걸쳐 5천명의 불승이 도를 닦던 수많은 동굴이 있습니다.아프간 내전이 심해지기 전엔 서구의 히피들이 몰려가 살았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바미안 석불은 간다라미술을 대표합니다. 간다라불상은 인도북부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동 서양의 인물이 복합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오똑한 코, 부리부리한 눈등 그리스조각의 영향과 잘생겨야 천하를 지배한다는 인도사람들의 생각이 합쳐진 결과라고 합니다.옷에 주름이 많은 건 신비감을 강조하기 위한 거랍니다.




7세기초 현장법사가 봤을 때만 해도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는데 이슬람세력이 이 지역을 점령한 뒤 계속 파괴돼 손발은 잘리고 가사의 주름도 떨어진 처참한 몰골로 남아 있던중 이번에 기어코 결딴이 난 거지요. 이슬람교도들은 특히 부처의 눈을 싫어해 일찌감치 눈을 뭉개버렸답니다. 석불 위쪽엔 문명의 십자로였음을 입증하듯 당초문과 아라베스크문등 동서양의 특징적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는데 그거라도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계속된 내전으로 피폐하기 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지 않는 등 서방세력과 강경하게 대치중입니다. 이번 사태도 역사적 유산을 볼모로 유엔이 탈레반 측에 건 재외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풀어보려다 잘 안되자 파괴를 단행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밑천 안드는 장사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어떻게든 역사유산을 보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조그만 것까지 각종 의미를 부여해 관광자산으로 만들고자 하지요. 바미안 석불은 엄청난 관광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프가니스탄은 폭약을 동원해 이를 없앴습니다. 사람 형상을 숭배하는 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말입니다.


돈보다 종교적 교리가 중요하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서방사회가 소중히 여기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다`는 것일까요.




지형이 험한 탓인지 아프간 사람들은 예전부터 사납고 용감하다고 합니다. 자존심도 대단하구요.




나라꼴은 엉망인데 종교원칙을 앞세워 서방사회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종교의 이름으로 문화유산을 폭파시키는 탈레반 정권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무조건 광신자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게 옳은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가 위주로 굴러가는 세계사의 한편에서 그래도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들의 울분으로 볼 수도 있는 건지.....




저는 잘모르겠습니다. 단 어떤 경우에도 통치자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 명분이나 구호가 아닌 자국민의 편안하고 넉넉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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