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루이 뷔통, 샤넬..TV는 수입품전시장?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시는지요? 저는 자주 봅니다. 비현실적인 대목이 많고 황당한 전개도 잦지만 그속에 오늘 이땅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거든요. 유행(헤어스타일 패션 인테리어), 여성들의 가치관,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 젊은층의 풍속, 노인들의 재혼문제등 21세기 초입 한국사회의 갖가지 면모가 드러납니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말이지요.

드라마가 많은 여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는 데 토를 달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신데렐라드라마의 설정이 어이없다 싶어도 숱한 여성들이 화면속 주인공의 `불행끝 행복 시작`을 보면서 잠시나마 고단한 현실을 잊고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만드는 힘에 대해 어떻게 시비를 걸수 있겠는지요.

`아줌마`의 원미경이 진짜 아줌마들에게 준 부러움(씩씩하게 제길을 찾아가는데 대한)과 안도감(그런대로 말썽 안피우는 남편이 옆에 있는데 대한) 또한 무슨 수로 폄하할수 있을른지요.

드라마속 남자주인공이 대부분 돈 많고, 시간도 많고,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한없이 용감하고 다정다감하기까지 한 사람이라는 점도 `용서할` 수 있습니다. “현실엔 없지” 하면서도 가끔 “세상에! 저것 좀 보시지”라며 바가지를 긁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최근엔 TV를 볼 때마다 의아하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 속 소품이 거의 몽땅 비싼 수입품이기 때문이지요. 출연자들의 의상은 물론 가구,핸드백, 액세서리등 화면이 온통 외제품 전시장같은 느낌을 주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개가 자꾸 갸우뚱거려집니다.

특히 핸드백의 경우 루이 뷔통, 프라다, 샤넬, 셀린느, 에트로, 구치, 페라가모등 그야말로 외제 일색이어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싶습니다. 그것도 은근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모양이나 브랜드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의자나 테이블에 놓고 한동안 클로즈업시키거나(`온달왕자들`, `아줌마`), 일부러 어깨쪽에 돌려들도록 한 다음 가방부분만 크게 보여주는(`자꾸만 보고 싶네`)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출연자들이 의상이나 소품을 협찬받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작품마다 역할도 다르고 배경도 다양하니 그때 그때 적당한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를 협찬받는 걸 무조건 탓할 수는 없겠구요. 이 때문에 패션사나 소품업체들은 협찬을 하기 위해 작가나 PD들에게 열심히 섭외를 합니다. 등장인물의 옷이나 소품이 화제가 되면 해당브랜드가 단번에 뜨니까요. 실제 이런 방법으로 뜬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드라마에 사용되는 수입가방이나 외제옷이 출연자들의 배역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값 또한 상당하다는 겁니다. 수입가방의 값은 최소 1백만원이 넘습니다. 구치의 경우 손지갑이 70만-80만원씩 하니까요. 가죽핸드백의 경우 어느 브랜드건 1백50만원은 족히 넘습니다. 프라다 색(어깨에 둘러메는 가방)의 경우 헝겊으로 된 게 50만원이상 합니다.

언젠가 임명됐다 며칠만에 그만둔 여성장관을 기억하시는지요. 신문과 방송에서 두들겨 맞은 중대사유중 한가지가 샤넬 핸드백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의 경우 오랫동안 산부인과 의사로 직접 돈을 벌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TV드라마에선 20대초반의 여주인공이, 그것도 남의 집 민며느리로 들어갔다 나와 지하방에서 대입준비를 하는 배역이 버젓이 외제가방을 들고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드라마 속 의상이나 가방 액세서리의 유행파급 효과는 엄청납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에 대한 영향은 놀랍지요. 누구누구 목걸이 혹은 어떤 탤런트의 머리핀이 괜찮다고 소문나면 하루 아침에 여중생들 사이에서까지 유행하니까요. 그게 5천원 혹은 몇만원 정도로 살 수 있는 거라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애교로 볼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한 켤레에 50-60만원씩 하는 구두거나 1백-2백만원씩 하는 핸드백이라면 문제는 좀 다른 것 아닐까요. 언젠가 명품관이라는 강남의 갤러리아백화점 동관에 갔다가 손님의 대부분이 20대 젊은 여성들인 걸 보고 우리나라에 부자부모가 이렇게 많은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젊은여성들이 왜 이렇게 외제품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국내 매스컴이 이들 수입품의 광고에 현혹돼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홍보한 탓은 아닐까요. TV드라마가 이들 외국브랜드들의 마케팅에 좌우돼 소품으로 자주 보여줌으로써 은연중 우리 사회, 그것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 과시 위주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영향도 있는 것 아닐까 한다면 지나친 과잉반응이거나 노파심일른지요???????

 

물론 소비가 악덕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련되고 고급스런 차림이 어느 정도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것도 사실이구요.아무리 그래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병이 용돈이나 자기수입으론 어림도 없는 명품을 갖고 싶어한다면…….. 갖고 싶긴 하고 돈은 없고…..

진짜 대신 가짜도 많다는데 가짜에도 급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해서든 진짜를 갖고자 하는 것이나, 가짜로 만족하거나….. 저는 양쪽 모두 서글프고 입맛이 씁니다.

TV가 우리의 젊은여성들게게 겉모습 위주의 가치관을 만들어낸다면…. `TV드라마는 오락일 뿐`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지금쯤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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