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로마의 검투사,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검투사라는 뜻입니다. 로마시대 경기장에서 관객의 오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사람이지요. 물러설 곳도, 도망갈 곳도 없이 한계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끔찍한 싸움과 피를 봄으로써 현실의 불만 따윈 까맣게 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도록, 즉 민중의 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통치자들이 제공한 일종의 마취제였던 셈이지요.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바로 이 검투사의 일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서기 180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액션 로맨스`지요. 스티븐 스틸버그가 주도하는 드림웍스에서 제작했고, 리들리 스콧이 감독했습니다. 주인공인 검투사는 호주 출신인 러셀 크로가 맡아 열연했지요.

이 영화는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돼 1백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설연휴 비디오 대여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73회)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재개봉되기도 했고,급기야 3월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등 5개 부문 상을 획득했다는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기 182년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나가 있던 전쟁터에서 아들 코모두스가 아닌 장군 막시무스에게 권좌를 물려주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왕위를 탐내온 아들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껴안아 질식사시킨 다음 막시무스를 체포, 죽이려 하지요.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의 누이이자 옛연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하지만 도중에 탈진, 노예상에게 잡혀 검투사가 됩니다.

로마의 장군에서 노예로 전락한 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극한상황에 서서도 막시무스는 끔찍하게 죽어간 아들과 아내를 떠올리며 살아남습니다. 마침내 콜로세움에서 코모두스와 부딪치게 되고 코모두스의 누이 그리고 옛부하를 만나 탈출과 복수를 꾀하게 되지요. 그러나…….

치밀한 코모두스의 계략과 부하의 배신으로 탈출과 반란은 실패로 돌아가고, 부상을 입은채 콜로세움에서 멀쩡한 코모두스와 대결을 벌이지요. 어렵사리 이기지만 이미 목숨은 그의 것이 아니고….

물론 이것은 영화입니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명확히 구분짓긴 어렵지요. 역사는 아우렐리우스황제가 진중에서 병사했다고 적고 있구요. 영화에선 코모두스가 황제가 된 뒤 곧 축출된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 코모두스는 12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통치했습니다.

어쨌든 코모두스가 죽은 뒤 영화에 나오는 누이의 아들이 1년가량 왕좌에 올랐고 이후엔 아예 장군 출신인 세베루스 가계로 권좌가 넘어가지요. 영화에서처럼 막시무스가 죽지 않았다면 실제론 이 세베루스가 막시무스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코모두스는 혼자 삽니다. 엉뚱하게도 누이를 사랑하지요. 막시무스에 대한 증오는 자신이 사랑하는 누이가 막시무스를 사랑했다는 데서 비롯되구요.

코모두스는 아버지 아우렐리우스황제 또한 자기보다 막시무스를 더 사랑했다는데서도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한편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끝없는 권력욕을 키우지요.누이는 권력의 화신인 동생을 미워하면서도 기득권에 대한 애착과 아들에 대한 어미의 보호본능으로 코모두스의 편에 섭니다.

이런 얼개로 보면 이 영화는 `페드라`를 쓴 17세기 프랑스의 비극작가 라신느의 `브리타니쿠스`과 아주 흡사합니다. `브리타니쿠스`가 로마를 불태운 황제 네로의 미쳐가는 과정을 다룬 것이라면 `글래디에이터`는 코모두스가 불안에 떨며 광폭해져가는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점만 다르지요. 코모두스가 막시무스를 사랑하는 누이를 사랑하는 반면 네로는 이복동생 브리타니쿠스의 약혼자를 사랑하는 정도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의 무서운 절망, 그로 인한 광기어린 복수는 광해군과 연산군의 파행에서도 드러나는 일이지요. 아무튼 이 영화는 사랑과 배신, 음모와 복수, 인내와 의지, 그리고 인간 사이의 갈등과 한계등을 아주 촘촘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미국식 낙관주의`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지요. 덕분에 이 영화는 대박을 터뜨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스필버그 사단의 `드림웍스`에 떼돈을 안겨주었답니다. 덕분에 드림웍스의 지분을 꽤 갖고 있는 제일제당의 CJ엔터테인먼트도 재미를 봤구요.

`캐스트 어웨이`에서도 말씀드렸듯 헐리우드영화, 특히 스필버그사단이 `절대` 놓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정 및 가족 사랑의 중요성, 그리고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결코 잊지 않는 삶에 대한 희망과 건강한 의지, 홀로서기의 중요성 등이지요. 드림웍스에서 만든 `아메리칸 뷰티` 애니메이션 `개미`등을 떠올려 보십시오. 아마 틀림없을 겁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를 붙들고 있는 건 죽은 아내와 아들이고 코모두스의 누이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되 지켜주려 하는 것도 그녀에게 아들(다른남자와의 사이에 낳은)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또한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와 만날 때까지 온갖 역경을 딛고 살아 남습니다.

여러분은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나 `캐스트 어웨이`의 척처럼 모든 걸 잃고, 버림받은 존재가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 것같으신지요??? 과연 두 사람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살아날 수 있겠는지요????

저는 미국의 힘이 바로 이처럼 영화라는, 가장 일반적인 대중예술에서조차 인간의 의지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삶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또 강조하는 데 있는 것 아닐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35년반의 언론인 생활 끝에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이 화양연화요,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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