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11.9) - 양념과 양심(良心)

 

  세상은 갈수록 극한 대립 속으로 지저분하게 빠져들고 있다. 이것이 나오면 저것이 나와서 반대를 하고, 저것이 일을 시작하면 이것이 방해한다. 생각과 노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자기 것만 주장하고, 이익의 논리에 빠져서 썩어가고 있다. 정쟁(政爭)에서 이기려고 거짓과 뻔뻔함을 연출하고 있다. 후안무취하다. 양념은 음식의 냄새를 제거하고 맛을 돋우고, 양심은 이익의 논리에 빠져서 썩지 않도록 하고 인간 향기를 풍기게 한다. 양념을 인생에 비유하면 유혹을 떨치고 영혼을 뿌듯하게 만드는 양심이며, 서로를 살리는 상생 개념이다. 김치의 다양한 재료들의 양분을 맛있게 먹도록 만드는 김치 양념을 통해 양심과 상생을 생각해 봅니다.
  양념과 양심.

고유한 맛을 내는 양념의 재료는 다양하다. 물기를 조절하고 흡수하는 무생채, 맵고 칼칼한 맛을 내는 고춧가루, 식물성 배추를 아삭하게 삭혀주는 새우젓, 톡 쏘는 맛을 내는 마늘과 생강, 시원한 맛을 주는 양파 즙, 단 맛을 제공하는 배 즙 등 양념 재료들이 양념 통에 동참하는 순간, 개별적 형체와 맛은 사라지고 하나의 맛을 낸다. 양념의 속성과 자아를 지키고 존재감을 충만(充滿)시키는 양심이 같다.  오래된 김치에서 묵은 냄새가 나는 것은 양념이 변질되기 때문이듯, 나이가 들수록 뻔뻔해지는 것은 양심이 변질되기 때문.
 
김치의 맛을 내는 것이 양념이라면, 인품의 향기를 좌우하는 것은 양심이다. 인생은 의지적 행동과 양심이 엮어가는 오묘한 예술이다.  양심은 당당하게 살아가게 만들고 서로에게 믿음을 준다. 양심을 버린 오만한 행동은 깨진 밥그릇에 홀로 붙은 밥풀떼기처럼 의미 없이 위태롭고, 이익 때문에 무디어진 양심은 두고두고 가슴 한편을 찌른다. 양심이 흐려지는 것은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이며,  양심이 마비되는 것은 잘못임을 알면서도 나에게 관대하기 때문. 양심을 지키려면 나의 잘못에 눈을 감지 마라. 아닌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세상은 함께 사는 공간이라는 자각으로 죽는 순간까지 양심을 지키자. 

  양념과 상생.

서로 어울려 하나의 맛을 내는 양념처럼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 살게 하는 것은 상생이다. 담쟁이 넝쿨이 벽을 잡고 올라가듯 서로를 잡아주는 상생의 손이 필요하다. 살면서 일에 오류가 생기고 인간 갈등이 생기면, ‘지금 이긴다고 정말 행복할까?’ 라고 질문하고, 서로가 행복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기 홀로 행복보다 어울려 서로가 행복하고 서로가 살 수 있는 상생이 중요하다. 상생은 자기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지키되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어울릴 일은 어울리게 하는 자아와 비자아가 공존한다. 상생의 개념이 가슴에 있으면 따뜻한 말로 서로에게 힘을, 따뜻한 눈길로 믿음을 주려고 한다.  이익과 체면 때문에 머리는 복잡하고 말초신경은 예민해진 현생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서로를 돕는 자세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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