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11.19) - 똥과 싸우지 마라 



  똥파리가 똥 덩어리에 앉아서 즐거운 식사를 했지. 똥파리가 다리를 비비고 꼬면서 매뉴얼대로 식사를 하는데, 똥이 피식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똥파리 너, 매번 식사비도 안 내고 무전도식(無錢盜食)하는데, 너무 경우 없는 짓이다. 이제부터 똥 무더기 당 식사비를 내라.” 이에 똥파리가 굳은 얼굴로 화를 냈어. “배은망덕한 똥 놈아, 악취 나는 네 똥을 분해해서 자연으로 돌아가게 도와주는 나에게 식사비를 내라니. 무슨 계산법이 그러냐? 너의 똥 세계는 장례식을 치러주는 장례사가 장례비를 내느냐? 아무리 버려진 똥이지만 너무도 천박하다.” 똥파리와 똥이 다투는 장면을 지켜보던 흰나비가 짧게 말했지. “똥파리야, 똥과 싸우지 마라. 똥과 싸우면 너도 똥이 된다.”



똥을 밟지 마라.

  길을 걷다가 똥을 발견했다고 찾아가서 밟거나 똥과 싸우는 사람은 없다. 똥을 밟으면 악취가 나고 내 발도 더러워지기 때문. 똥은 불쾌한 물질의 대명사. 똥을 사람에 비유하면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다. 예절과 배려심이 없고, 자기중심 생각으로 남을 어렵게 하고, 상대의 노력을 착취하고, 고의와 악의로 무한 고통을 주고, 자기욕심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은 모두 똥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똥과에 속하는 사람을 만나면 의협심과 정의로움 때문에 고쳐주려고 하지 마라. 정의로운 기운을 똥에게 선사하더라도 똥은 향기로 바뀌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똥은 건드리면 냄새나니 부딪히지 말자.” 라고 위안하며 자리를 피해야 한다. 똥이 무서운 것보다 내가 혼란스러워 지는 것이 싫어서 말이다.
  화(火)와 싸우지 마라.

똥을 정신세계에 비유하면 불쾌함을 유발하는 화(火)다. 화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불사조(불의, 사기, 조롱)에 욱하는 감정이 발동하여 평화를 깨는 심신의 악취 현상이다. 똥을 분해하는 것은 시간. 똥은 그냥 두면 똥파리에게 뜯어 먹히고, 비바람에 썩으면서 서서히 두엄으로 변한다. 똥 같은 화(火)를 삭이고 가라앉게 하는 것도 시간. 화난 자신의 모습을 피하지 말고 30초라도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를 누르고 화에 편승해서 분노하면 화는 더 활활 타오르고 이성마저 태워버린다. 내게 찾아온 화를 즐기지 못하면 이성과 감정이 합선되어 분기탱천하고 심하면 좌절감에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인간 똥을 만나더라도 화를 내거나 다투지 마라. 화는 평정심을 깨는 게릴라. 반응하지 않고 먹이를 주지 않으면 제 풀에 꺾여서 소멸된다.

  내가 만든 똥을 두려워하라.

똥을 밟는 것보다 내 마음 속의 똥을 방치하는 게 더 두려운 일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은 발전을 막는다. 인간은 누구나 온전하지 못하다. 내 속에 인위와 비이성이 만든 똥은 없는지? 돌아보고, 화를 유발하는 악당들 - 집착이 만든 대인갈등, 욕심으로 인한 부딪힘, 노력보다 큰 기대감, 상대적 박탈감 -을 초대하는 통로는 없는지? 화가 생기면 화에게 잡혀서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식 개똥철학 때문에 범하는 똥 같은 짓을 삼가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안경으로 세상에 똥칠을 하는 행위를 두려워하자. 나를 살피고 화가 생기면 피하지도 밟지도 말고 다독이며 즐기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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