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

입력 2001-02-27 08:43 수정 2001-02-27 08:43
영화 좋아하세요? 최근에 뭘 보셨는지요. 저는 얼마전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를 관람했습니다. 경기도 일산 롯데시네마에서요. 롯데백화점 9층에 있는 거 말입니다.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롯데엔 6개의 극장이 있는데 모두 좌석의 경사가 심합니다. 앞쪽에 앉으면 목이 무지하게 아프지요. 어지간히 재미있는 영화라도 2시간 내내 목을 뒤로 제끼고 보노라면 온몸이 뒤틀리고 끝날 때쯤엔 목과 허리 모두 뻣뻣합니다.


제 생각엔 극장을 고치거나, 당장 공사를 하기 어려우면 중간 이하 좌석은 다만 얼마라도 할인을 해주든지 해야 할 것같은데.....협정요금이라 힘들면 다른 방법(팝콘이라도 준다든가)으로라도 보상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무튼, `캐스트 어웨이`를 보셨나요. 느낌은 어떠셨는지요. 저는 솔직히 썩 재미있지는 않던데요. 오락성은 떨어진다는 얘기지요. 비행기가 바다에 떨어진 뒤 주인공이 탈출하는 장면은 너무 길어 지루하고, 번쩍거려 눈도 아프고. 화면은 어둡고(비는 왜 그렇게 자주 오는지), 현실성이 떨어지는(불 만드는 장면등) 대목도 있고......


그렇지만 생각은 참 많이 하게 하더군요. 우리와 미국사람들의 너무나 큰 문화 차이, 드림웍스라는 영화사의 성격 등등.... 여러분은요???




`캐스트 어웨이`는 문자 그대로 `표류하다`라는 뜻입니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와 비슷합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작가 다니엘 디포가 171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구요. 영국사람 크루소가 여행중 혼자 무인도에 표류, 온갖 고생 끝에 28년이나 지나 고국에 돌아온다는 얘기지요.


`캐스트 어웨이` 역시 주인공이 탄 비행기가 바다 한가운데 떨어지는 통에 무인도에서 혼자 1천5백일을 버티다 무사귀환한다는 줄거리지요.




이 영화에선 크게 두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기업광고가 아주 직접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말한 대로 우리와 미국의 엄청난 문화 차이지요.


첫째, 기업홍보 부문부터 얘기할까요.이 영화엔 페덱스(FedEx, Federal Express Corporation)라는 운송회사와 윌슨이라는 스포츠용품 회사가 등장합니다. 간접적으로 은근히 나오는 게 아니라 공공연하게 나타나지요.




페덱스는 주인공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 의 근무처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나옵니다. 페덱스는 1947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택배 및 화물운송회사입니다. 물론 국내에도 들어와 있지요. 본사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고, 좀 낡은 통계지만 1999년 매출이 167억 7천4백만 달러에 이릅니다. 윌슨은 주인공의 무인도생활중 유일한 친구인 배구공으로 나와 열연(?) 하지요. 이름까지 `윌슨`으로 명명되구요.




페덱스는 영화속 간접광고를 위해 돈을 안내는 걸 원칙으로 하고 따라서 이번 촬영 때도 돈은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글쎄요. 현금은 안냈는지 모르지만 멤피스의 페덱스본사에서 촬영하게 하고, 페덱스직원이 엑스트라로 나오고, 제작에 필요한 야자수, 뗏목, 특수촬영 장비의 운송을 담당했다니 협찬을 안했다곤 볼 수 없겠죠. 톰 행크스가 단골고객을 위해 짐 하나를 끝까지 풀지 않고 배달하는 내용은 페덱스의 기업홍보로는 정말 끝내주데요.






만일 국내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그럴 기업이 있을지, 또 그런 걸 보고 사람들(또는 경쟁회사) 이 가만 있을지.. 아마 좀 시끄럽겠죠?????




눈에 띄는 다른 사항은 우리와 서양사람들의 문화 차이입니다. 뭐냐구요. 첫째는, 톰 행크스의 귀환 뒤 상황입니다. 우리같으면 어땠을까요. 먼저 `영웅 탄생`으로 난리치고, 부모와 친척과 동네사람들과 사돈의 팔촌까지 나타나서 울고 불고.....


이 영화에선 끝까지 그런 장면은 한군데도 없습니다. "사랑얘기니까 그렇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같으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이제 좀 변할 때가 됐다 싶은데요.




둘째는, 서양인의 기록성입니다. 주인공 척은 무인도에서도 온갖 걸 다 적습니다. 날짜를 세고, 계절을 구분하고, 떠내려온 비행사의 시체를 묻고도 기록합니다. ` 누구누구 여기에 묻히다. 1950-1995`. 섬에서 떠날 때도 써놓지요. `척 놀랜드 1천5백일을 살다 가다` 등등. 구조되지 못하고 죽을 때에 대비하는 거지요. 참...이런 건 왜 따라하지 못하는 건지.....




셋째는, 주인공의 냉정한 현실인식이지요. 척은 오밤중에 빗속을 달려가 남의 아내가 된 애인을 만나 차에 태우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곤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느끼는 거죠. 이 대목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철학과 상관있는 듯합니다.




드림웍스는 `아메리칸 뷰티`에서 보여줬듯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그 철학을 지키는 거지요. 재미있는 대목 아닐까요. 폭력과 섹스 영화의 산지인 헐리우드의 대표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가 `가정을 지킨다`는 묘한 명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 말입니다. 우리 영화판 분들은 어떤 철학내지 주제를 실천하고 계신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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