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앙드레김에 대해 몇마디 하고자 합니다.




왜냐구요. 요즘 `순자`라는 TV드라마에 나오는 패션디자이너가 앙드레김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해서 말들이 많잖아요.물론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또한 눈치챌 만한 사람은 다 챌수 있을 만큼 알려진 탤런트라고 하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정말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공중파방송은 공영 민영 따질 것 없이 공공성을 지닙니다.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해도 특정개인이나 직업에 대해 이렇게 함부로 험한 짓을 해도 되는 건지.... 당하는 사람이 `유명세`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정도가 너무 지나치잖아요.최종적인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깁니다.


어쨌든 앙드레김의 이름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요. 직접 만나본 분은 많지 않겠구요.지금 이글을 읽는 분은 앙드레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남자고,패션디자이너고,본명이 김봉남이고,하얀 옷을 입고 다니고,얼굴이 크고,그리구요....몇가지 들은 얘기가 더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앙드레김을 좀 압니다. 패션 담당을 오래 했으니까요.물론 국내의 다른 유명디자이너도 알죠.제가 아는 한 앙드레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패션쇼를 꾸준히 여는 디자이너입니다. 그것도 해외에서까지. 자기자랑을 위한 거라구요. 물론이죠.그렇지만 패션쇼라는 건 돈이 안생기는 일입니다. 돈이 생기기는 커녕 없어지기만 하는 거죠.




이때문에 국내 디자이너들은 단독 패션쇼를 거의 열지 않습니다.단독 패션쇼를 열던 이신우나 김정아같은 디자이너는 부도를 내고 말았구요.




유명 해외브랜드에 대한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국내 패션계는 퇴보한 거나 다름없습니다.그전까진 그나마 패션쇼도 하고 나름대로 하이패션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패션을 사치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 특히 남자들의 인식때문에 유명디자이너가 공공연하게 활동을 못하는데다 소비자 또한 유명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는 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게 첫째 원인이죠.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국내 디자이너 옷 안입고 그것보다 훨씬 비싼 해외브랜드 옷 입는 거죠. 그 유명한 옷로비 사건이 났을 때 진짜 비싼 옷 입는 사람들은 뒤에서 웃었다는 것 아닙니까. 라스포사인가 하는 브랜드는 실상 그리 비싼 게 아니었다는 거지요.




매스컴 또한 괜히 국내 디자이너 소개했다가 막말로 `촌지나 받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얘기 들을 까봐 엄청난 돈 들여 하는 패션쇼조차 단신처리하기 일쑤죠.반면에 해외브랜드 소개는 마음놓고 합니다. 결국 IMF때 좀 줄어드는 듯하던 해외브랜드는 지금 현재 유명백화점의 요지를 싸그리 독점하고 있지요.




이런 마당에 앙드레김은 여전히 국내외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주요행사가 있을 때면 자기돈 들여가며 패션쇼를 엽니다.그것도 톱탤런트를 모델로 써가면서요. 물론 비판할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몇십년동안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한다거나 문양이 너무 크다거나 어떻게 해서든 가볍게 만드는 해외추세와 달리 폭넓고 화려한 스타일을 고수한다거나 등......




그러나 패션디자이너는 누구나 자기 스타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조르지오 알마니 스타일이 뭔지 아는 건 그의 옷이 부분적인 건 바뀌어도 큰 흐름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계속 달라진다면 아무도 그 디자이너의 옷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수 없겠죠.


게다가 패션쇼에서 일부 보는 게 앙드레김 옷의 전부는 아닙니다.패션쇼라는 건 원래 유행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걸 모두 입으라는 게 아니거든요.앙드레김의 실제 옷 가운데는 실용적인 것이 훨씬 많습니다.


또 한가지, 앙드레김은 수입원단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국디자이너니까 한국원단을 쓴다는 고집이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이 대목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디자인에 자신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디자인보다 원단의 독특함이나 가격을 내세우는 디자이너가 대부분인 게 우리 현실입니다.




앙드레김을 비난 혹은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말하는 스타일이 이상하다(징그럽다), 남자를 좋아한다더라 등등. 그렇다면 한번 물어볼까요. 그 유명한 조지오 알마니가 애인(남자)을 잃은 뒤 얼마나 슬럼프에 빠졌었는지, 이브 생 로랑이 어렸을 때부터 남성다움 하곤 거리가 먼,우리 상식으로 보면 얼마나 이상한 인물이었는지 그런 걸 아시는지...




앙드레김은 IMF 때 갖고 있던 외제차를 팔고 국산차를 샀습니다. 제가 아는, 앙드레김보다 훨씬 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상당수가 외제차를 탑니다. 해외브랜드 수입해다 파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부자고객을 상대하는 업종 사람들은 폼때문에, 기죽지 않으려,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외제차를 타는 걸 당연시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차종 가지고 사람 어지간히 차별하잖아요. 위 아래로 훑어보면서....




앙드레김을 싫어하는 사람 대다수는 앙드레김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겁니다. 매스콤을 통해 보거나 들은, 혹은 `순자`처럼 패러디된 상태의 앙드레김을 알 뿐이죠.그들 대부분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앙드레김의 참모습을 알지도, 알려고 해본 적도 없을 겁니다. 특히 남자들은...




왜 그럴까요. 남자 패션디자이너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기 때문이죠. 이런 현상은 우리 방송에서 여자 패션디자이너는 상당히 근사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데서도 알수 있습니다. 여자 디자이너는 화려하고 폼도 나게 그리면서 유독 남자디자이너는 어딘가 비정상적인 인물로 표현하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중엔 여자보다 남자가 많습니다.그런데 국내는 어떤가요. 국내에도 남자디자이너가 꽤 있습니다. 박윤수 서정기 등등...실제로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은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직업에서 남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남자 미용사는 늘어만 가고, 여자 중장비운전사 또한 증가일로에 있습니다. 드라이를 사용하는데는 힘좋은 남자가 유리할 수도 있고, 컴퓨터 처리된 중장비는 굳이 남자가 운전할 까닭이 없는 거지요.




앙드레김마저 없었다면 국내에 나와있는 대사관 관계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한국엔 패션디자이너가 없는 줄 알게 된 게 현실입니다. 외국인까지 들먹일 필요없이 앙드레김 말고 아는 국내 디자이너 이름을 당장 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른지요?




자신의 일을 오래, 성실히 해온 사람을 일 이외의 요소로 비난하는 일은 이제 그만 뒀으면 하는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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