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의 와인잔 `리델`

입력 2001-02-23 08:47 수정 2001-02-23 08:47
술 좋아하세요?사방이 어둑어둑해지고 서쪽 하늘이 보라빛으로 물들면 누군가와 함께 한잔 하고 싶어지는지요.그럴 때 어떤 술을 드세요?




제 경우는 주로 맥주지요.피처에 담아 여럿이 나눠 먹는 생맥주보다 병맥주를 좋아합니다.수입맥주보다 국산 프리미엄맥주를 선호하는 편이구요.




그런 제가 요즘엔 와인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이유는,비맥주파가 주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배 부르고 살 찌고 취하면 머리 아프고....


게다가 주위에 와인애호가가 늘어나니 도리 없지요.사실 분위기 잡고 오붓하게 마시기에는 와인만한 게 없잖아요.맛이야 잘 모른다고 해도 부딪쳤을 때 `쨍`라는 소리가 에밀레종 소리처럼 은은하게 울려퍼지면....




오늘은 이 울림이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같은 와인이라도 맛을 최고로 만든다는 와인잔 `리델`에 대해 소개할게요. 리델(Riedel)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와인잔 회사 이름이자 브랜드 이름입니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 백화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은 포도주잔이 바로 리델이지요.




김위원장이 와인광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니까 리델이 얼마나 유명한 글래스인지는 짐작되실 겁니다. 리델사는 오스트리아 서쪽 알프스 산자락에 있습니다. 티롤이라는 지방에 있는 조그만 회사지요. 동계올림픽이 열린 인스부르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가면 나옵니다.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 우선 각종 옛도구들이 쌓인 박물관이 나타납니다.2백50년전 처음 유리잔을 만들 때 쓰던 물건들을 모아 놓음으로써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지요. 오스트리아의 회사들은 이곳 말고도 어디나 방문객이 오면 일단 크고 작은 자체 박물관을 보여주더군요. 전통으로 기를 죽이겠다는 거지요. 새롭고 첨단적인 것에만 열광하는 우리로선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싶었습니다.




박물관을 지나면 `심포니`라는 설치미술공간으로 안내됩니다.5개의 방에서 리델잔으로 포도주를 마실 때 인간의 5가지 감각,즉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보여주는 건데, `참 어쩌면`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유리잔 하나를 만드는데 과학과 철학 예술을 곁들이려는 노력과 시도에 샘도 나고 화도 났습니다.




아무튼 리델 잔의 특징은 얼핏 보면 우습게 여겨질 만큼 아무 장식도 없다는 겁니다.심심할 정도지요. 자세히 보면 아주 깨끗하고 무지하게 얇다는 정도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얇은 건 크리스탈을 불에 녹인 걸 사람이 대롱으로 불어 직접 만드는 수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탈잔이 수제품인지 기계제품인지를 구분하는 건 두께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기계로는 일정 두께이상 얇아지지 않으니까요7.




장식이 없는 건 리델사의 현사장인 조지 리델의 아버지이자 2차대전후 체코에서 지금의 티롤로 이주해 회사를 새로 시작하다시피 한 클라우스 리델의 연구결과에 따른 겁니다. 와인잔은 장식이나 무늬가 없어야 와인의 색깔과 향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거지요.




게다가 와인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잔을 만들어냈어요.리슬링이라는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엔 튜울립 모양의 잔이 좋고 캘리포니아산 레드와인엔 몸통이 크고 입구가 좁은 복숭아 모양 잔이 좋다는 식이지요.




와인은 색깔과 향기 맛이 다 중요한데 포도주별로 다른 향을 만끽하게 하려면 잔이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월 8일과 9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리델잔을 이용한 와인시음회가 열렸는데 잔을 바꾸니까 정말 향기가 다르더군요.




지금 사장인 조지 리델은 리델잔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차별화했습니다.가장 비싼 소믈리에 말고 비넘과 오버투어등 세 종류로 나눈 것이지요. 리델잔엔 영어로 `Riedel`이라고 쓰인 것과 `JR`(조지 리델의 약자)이라고 표시된 것이 있습니다.소믈리에 잔엔 다소 투박한 듯 인쇄체 대문자로 소믈리에라고 새겨져 있구요.




와인을 마시는 것도 사치스럽게 느껴지는데 웬 와인잔 타령이냐고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는 동안 어느 분야의 최고급품이 뭔지 알아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소믈리에까진 몰라도 비넘 잔을 2개 정도 장만해서 부부 혹은 애인끼리 비오는 날 저녁 오붓하게 한잔 하면.... 유럽사람들은 리델잔으로 고급와인 마시는 게 생활속의 큰 꿈중 하나랍니다. 가끔 호사스러워져 보는 것도 일상의 고단함과 추위를 잊는 좋은 방편 아니겠어요.




그리고 한가지만 더...




와인잔은 몸통이 아닌 다리부분을 잡는 게 정석이라고 합니다.몸통을 잡으면 체온이 전해져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거지요.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평양 만찬 사진을 보면 영부인 이희호여사가 와인잔의 몸통을 잡고 있습니다.




얼마전 TV 일일연속극 `온달왕자들`에서도 여자탤런트 두사람이 와인 타령을 하면서 몸통을 열심히 잡고 있더군요.아무려면 어떠냐 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두요,정석이 있다는데....




그리고 와인은 잔의 3분의1이 넘지 않게 따르는 거라네요. 그 또한 향기 때문이랍니다.여러분도 이제 와인의 맛과 함께 향기도 즐겨보시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8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50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