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기제사에 참여 했다가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내려 갈 때는 소낙비가 몰아쳤고 돌아오는 길은 평온했습니다.



돌아 올 때는 음복(주)을 한 상태라 핸들을 아내에게 맡기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글은 오며 가며 떠오른 단상과
선배님이 보내주신 <다섯줄의 인생교훈길>에 대한 개인적 해석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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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을까 말까 고민되면 나를 밟아라.

밟을까 말까 망설여지는 상황은 비이성적 혹은 흥분 상태다. 밟겠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뜻이며, 억압과 가속의 아이콘이다. 밟아도 좋은 것은 이른 봄철의 보리와 욕망뿐이다. 함부로 밟지 마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무시하면 저항한다. 속도 쾌감을 위해 가속 페달을 계속 밟으면 사고가 난다. 상대가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밟지 마라. 밟으면 나도 밟힌다. 누구에게나 애틋한 부모와 사랑스런 자식이 있음을 알고 야속하게 밟지 마라. 정작 밟아야 할 것은 자기욕심과 아집, 독선과 나약함이다. 아스팔트길을 뚫고 나온 잡초처럼 밟아도 밟히지 마라.  환경이 나를 속일지라도 생명을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진보한다.

살까 말까 주저할 때는 사지 마라.

구매를 앞두고 망설여지면 사치품이거나 불필요한 품목이다. 아끼면 건강과 인품을 잃게 하는 것은 생필품(生必品), 아낄수록 건전해지고 부자를 만들면 사치품(奢侈品)이다. 의식주와 생존의 발판이 되는 물건은 생필품이며, 없어도 삶에 지장이 없는 물건은 사치품이다.  생필품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사고, 사치품이라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무시당하라. 개인마다 생필품과 사치품의 경계선을 긋고, 사치품이라면 화려한 휘장이 붙은 돌을 보듯 해야 한다. 몸을 위해 필요한 품목이 10가지가 넘으면 사치(奢侈)인이다.

아낄까 말까 주저되면 아껴라.

아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칭찬과 운동, 아낄수록 좋은 것은 말과 에너지. 물건을 아끼는 것은 절약,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절제. 절약은 부자를 만드는 기초 덕목, 절제는 사람을 만드는 기본 덕목. 절약은 시장의 유혹을 이기고 내 손 안의 자산을 지키는 습관, 절제는 나가고 멈추는 것을 조절하는 지혜다. 1원도 그냥 생기는 돈은 없다. 어렵게 번 돈에 절약과 절제가 없으면 돈은 소비라는 블랙홀로 매몰되거나 낭비라는 늪 속으로 침몰한다. 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 10원을 아낀다는 것은 10원을 버는 것이다. 돈은 눈이 있어 자기를 아끼는 사람을 따르며, 꼭 쓸 곳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복을 준다. 아낄까 말까 주저되면 아끼고, 줄까 말까 망설여지면 일단 주라.

잡을까 접을까 고민되면 잡아라.

잡을까 접을까 망설여지는 상황은 용기는 부족한데 지나친 자존심이 개입하기 때문. 자존심이 잘못 개입하면 잡을 것을 잡지 못하고, 접을 것을 접지 못하고, 놓아 줄 것을 놓아주지 못한다. 자존(自存)심은 잡고 지킬수록 활동 영역이 좁아지고 마음에 화상을 입혀 행동을 위축시킨다.  자존(自尊)감은 잡을수록 자신을 깨끗하고 고결하게 지탱하게 한다. 자존심은 자기를 지키려고만 하다가 기쁨을 잃고, 자존감은 영과 혼의 지존이 되어 마지막 축제를 즐긴다. 마음의 문을 닫고 행동을 주저하게 하는 자존심이라면 잡지 말고 놓아주고, 자기를 자기답게 하는 자존감이라면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 한다.

참을까 말까 망설여지면 참아라.

참아야 할 상황이 왔다는 것은 언젠가는 저지른 실수가 드디어 찾아왔다는 증거. 부당, 불온, 불의는 참지 말아야 하지만, 대인관계의 불편은 참아야 한다. 화를 먼저 낸 자가 지는 법. 참지 못하고 폭발하면 가벼운 존재가 된다. 이미 관계 회복이 어려운 상태, 이미 아닌 것, 신뢰를 잃은 관계라면 참지 말고 차야 한다. 그러나 한 번도 뜨거운 적이 없었다면 버려진 연탄재도 차지 말고(연탄길에서) , 한 번도 영혼의 존재를 느껴보지 못했다면 상대의 실수를 차지 마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하고, 찰 수 없는 것을 차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면 참아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면 냉정하게 차라.

#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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