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뜸 들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 과격한 양적완화정책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5-09-29 22:22 수정 2015-10-11 19:46

글 김의경


 

뺨을 때리지는 않고 자꾸 때리겠다 때리겠다 말만 반복한다면, 정작 맞아야 할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차라리 한대 맞고 말지 말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바로 그렇습니다. 지난 9월 중순에 금리를 올렸더라면 어쩌면 시장의 불안이 다소 완화되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10월에 인상할 것이다, 연내 인상할 것이다 말만 무성하니 시장의 불안요소는 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인 듯합니다. 미국 다우지수가 312P 폭락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그 동안 엄청나게 돈을 풀었기에 이를 거둬들이는데 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고민을 조금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엄청난 양적완화정책의 후폭풍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 경제정책 - 그날 안으로, 단숨에 날려버려야 ?

 

아베노믹스로 유명(?)한 일본의 아베 수상이 한 말을 들어봅시다.

 

저 역시 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적 정치행보를 상당히 싫어합니다만, 어쨌거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라면 이골이 난 일본경제의 최고 책임자로서, 2013년 6월 19일 영국의 금융중심가 ‘런던 시티(London City)’에서 했던 경제정책에 관한 강연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디플레이션이란 것은 점차 체온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방치하면, 소비자는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올해보다, 내년에 가격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최적의 행동은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됩니다.

 

필경 이와 비슷한 상황에 다카하시(高橋)는 직면했습니다. 1931년 대장성 대신에 복귀하자, “그날 안으로(날이 저물기 전에)” 금의 수출을 정지했습니다. 여기서 “그날 안으로”라고 하는 부분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디플레이션 심리는 단숨에 불어서 날려버리지 않은 한,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일본버블은 끝나지 않았다(それでも日本バブルは終わらない), 하라다 타케오(原田武夫) 지음」에서 발췌 및 번역함)

 

 

♠ 절반의 성공, 다카하시 정책

 

여기서 다카하시(高橋)란 1930년대 초반 일본의 대장성 대신을 지낸 인물인 ‘다카하시 코레키요(高橋是清)’를 지칭합니다.

 

당시 일본은 쇼와공황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대장성 대신이었던 다카하시 코레키요는 대대적인 통화정책을 펴서 디플레이션을 극복했었죠. 그의 디플레이션 극복정책은 엄청나게 급진적이었습니다. 특히 그가 구사했던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일본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고 발행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도 금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부담이 너무 커져 초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으며 추후 금리라도 오르게 되면 중앙은행의 이자부담이 급증한다는 단점도 있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다카하시는 과감하게 이 방식을 도입해 디플레이션을 잡아냅니다. 그로 인해 당시 대공황을 겪고 있던 미국보다 훨씬 빨리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다카하시의 디플레이션 극복은 그 정책목표를 달성한 후에 자산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출구전략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 아니냐며 아직까지 역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감하고 급진적인 정책으로 경기침체에서 탈출한 이후, 그는 이른바 양적완화정책을 축소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특히 당시 군비축소 위주의 재정긴축정책에 초점을 맞춘 다카하시는 이를 밀어붙이다 군부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

 

결국 1936년 2월 26일, 다카하시는 군부에 의해 암살(이게 일본 근대사에서 유명한 2.26사건입니다)되고 재정긴축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일본은 초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후, 거품붕괴와 더불어 장기불황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이때 일본은 광적인 군국주의로 치닫고 결국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짓게 되죠.

 

 

♠ 과격한 양적완화정책의 빛과 그림자

 

다카하시 대신의 정책은 출구전략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고 과격하게 실시하는 양적완화정책이 어떤 반발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눈에는 이러한 교훈을 잘 알고 있을 법한 아베정부가 아베노믹스로 날뛰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보입니다. 오히려 심할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미국의 출구정책이 그나마 일정부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비록 이웃나라 역사의 경험이지만, 우리도 경제정책을 펼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양적완화정책의 빛과 그림자를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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