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오래된 친구일수록 더 좋다

입력 2013-11-02 07:17 수정 2013-11-02 15:32
황상민 교수의 『독립 연습』이라는 책을 보다가 영국 워릭 대학교 경제학자들의 흥미로운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만약 당신이 10만 파운드를 받고 동료가 25만 파운드를 받는 것과 당신이 5만 파운드를 받고 동료가 2만5000파운드를 받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해 영국 직장인 1만6000명에게 물어보았다. 전자는 후자보다는 내가 받는 돈이 많지만 동료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전자에 비해 절반밖에는 못 받지만 동료는 내가 받는 돈의 2분의 1만 받는 것이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실험 결과 놀랍게도 거의 모든 응답자가 후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내가 얼마를 받느냐는 수입 기준보다도 내가 동료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보면 결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내가 돈을 덜 받더라도 동료가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게 더 싫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보다도 감정적인 선택에 더 치우치는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감정적 선택 때문에 관계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잘 지낼 수도 있는데, 굳이 상대를 이기겠다는 생각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자존심은 상대방을 이기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데도 우리는 종종 오해한다. 이기지 않으면 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기지 않고 지지도 않는 중간지대도 있다. “살아가면서 적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지만 살다 보면 나와는 정말 다른, 상극인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맞서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기려고 혹은 친해지려고도 하지 말고 모른 척 지나치고 피하는 게 최고다. 세상은 의외로 좁다. 서울에 사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간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설마, 라고 하겠지만 상상도 못했던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 해외에서 마주치는 확률이 정말 낮다면 서울에서 마주치는 일은 정말 흔하다. 재미있는 건 마주치기조차 싫은 사람은 더 자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반대로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은 잘 만나지지도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전혀 모르는 남이 땅을 사거나 빌딩을 사면 절대 배 아프지 않은데 가까운 사촌이 사는 건 왜 배가 아플까? 오히려 축하해 주고 내 일 마냥 기뻐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우리는 자기와 관계가 깊은 이들에게 더 큰 질투를 느낀다. 내가 애초에 엄두도 못 냈던 일을 상대가 해내면 자연스럽게 축하하게 되지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을 상대가 해내면 이상하게 질투가 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자기도 할 수 있는 걸 상대가 해내면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질투 나고 배가 아픈 것이다. 
남녀 사이의 질투도 마찬가지다. 평소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내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내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을 좋아하면 질투가 극대화된다. 결국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가 침범할 경우 우리는 더 예민해지는 법이다.
사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함부로 하거나 소홀하기가 쉽다. 가깝다는 이유로 고마운 마음도 잊어버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신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정계건 재계건 각종 비리나 큰 사고가 드러나는 것도 내부자의 배신이자 심복이라 믿었던 이들에 의해서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은 누가 그 비밀을 알아내서가 아니라 비밀을 아는 사람들끼리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 비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소홀했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해 줘야 한다. 싱글에게 친구는 가족과도 같다. 그러니 가까운 친구에게 수시로 애정 표현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 만나는 사람에겐 에너지를 쏟으면서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친구에겐 소홀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것만 봐도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참 합리적이지 못하다.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더 잘 줘야 한다. 내가 잡아 놓지 않은 물고기는 혼자서도 잘 살아가지만, 잡아 놓은 물고기는 내가 챙기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물고기를 잡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에서의 합리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가까운 사람, 늘 옆에서 자기를 바라봐주는 친구에게 더 잘해 주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한 명 더 늘리는 것보다는 기존 친구를 잘 지켜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살면서 점점 느끼는 건 사람은 새 사람보다 오래된 사람이 더 좋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출처 : 완벽한 싱글 (김용섭 저, 부키, 2013.10.28 출간)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3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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