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명절

입력 2015-09-25 11:31 수정 2015-09-25 18:46



 

해마다 변함없이 명절은 찾아오고 해마다 변함없이 문제는 발생한다. 여성들의 지위가 올라갔다고 오히려 남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페미니스트들의 쾌거인가 남성들의 나태함 때문인가 분간이 쉽지 않다. 1960년 후반 미국 B. 프리단 등의 주장으로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어 5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자유로워진 것(주로 가정경제의 곤란으로 인한) 외에는 아직 그 영향력이 많이 미흡하다. 가족 중 의식결정권자(부모, 남편, 아내)마다 갖고 있는 특성과 특질 때문이기도 하다.

조상을 모셔야 하고 가족 내 엄(嚴)을 세워야 한다는 고전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여성들의 해방은 기대하기 어렵다. 유교적 사고방식은 우리 민족의 얼의 근간이다. 그러난 이제는 그것이 많은 부분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여성들의 마음에 무게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문이 속칭 명문가이거나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이라고 한다면 어깨가 우쭐해지고 그렇지 않다면 괜스레 위축되고 외면하고 뭔지 모를 헛헛함에 기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1875~1961] 은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경험을 통해 저장해 온 모든 잠재적 기억흔적(記憶痕迹)]을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 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라고 정의 한다. 이렇게 형성된 의식들은 시대가 바뀌고 주장이 달라져도 쉽게 갈아치울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개인의 의식은 교육과 요구 욕구에 의해 변화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적 사고방식이 의식의 상위가치라고 생각하고 인정하며 학습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닌 것의 가치는 위험하고 불안하며 매우 불편한 것들이다.

아직도 종가집이라는 형태가 남아 있는 가문에서는 제사나 집안 일이 있으면 몇 십 대가 모여 거대한 행사를 치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이 해체되는 현실에 경각심을 일으키겠노라 여러 매스컴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집단무의식을 확산하기위해 명절 때마다 촬영 분을 내 보낸다. 이런 의식이 남아 있는 한 현대의 여성들의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다. 종가 집 막내아들을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는 없다는 여성들이 있는 한 그렇다.

 

물론 종가집의 며느리로 모든 의식과 절차를 지키고 행동을 제약 받는 다고해서 무조건 구속되었다거나 가엾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한 형태의 삶을 살지만 오히려 그런 테두리 안에 있을 수 있어서 더 안정감을 갖기도 한다. 거기에 배우자나 웃어른의 존중과 배려로 정신적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면 여타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삶의 형태에 속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과 처지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아내들만큼이나 남편들도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 남편에게 고향은 나고 자란 변함없는 집이다. 그곳에 어머니가 계시고 형과 아우가 있다. 다만 아내와 아이들이 추가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집을 가는 것이 특별히 불편하거나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잊고 지낸 소꿉친구들과의 재회도 기다리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곳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이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남편이 가진 이런 조건과 환경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남의 일이다. 그곳은 여전히 무언의 강압적인 노동이 기다리고 있고 자신을 딸이 아닌 일꾼으로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있는 것이다. 주고받는 이야기는 모두가 남의 편인 그들의 이야기이다. 자식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아닌 경쟁자적 입장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들 뿐이다. 가정의 경제력은 남편의 형제들과의 경쟁의 요소로 남아 능력 있건 없건 여성들은 그들의 부속물로 그 가치가 매겨진다. 심지어 그 아들이 그러한 것은 아내인 여자 탓이라고 생각하는 잠재된 의식을 감지해야 하는 불편함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

아내인 여성은 돈을 잘 벌어도 못 벌어도 그들의 가정에서는 천덕꾸러기다. 여성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가정이 안고 있는 이러한 고정된 의식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불가능한 이론이다. 여성은 그저 여성으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그 이상도 이하로도 가치가 따로 매겨져서는 안 된다. 한 인간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것이다. 여성의 해방은 여성의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오미경사람연구소(구.정신분석연구소.사람과삶) 대표로 집단상담 및 개인심리상담치료가 및 작가로 노인문제, 가정폭력문제,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과 교육. 인성교육 및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자요리99]의 작가로 남자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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