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젠 이상기후도 아니다. 예전과 다른 기상인게 이미 보편화되었으니 이상이 아니라 이게 새로운 정상인지도 모른다.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도 없다. 그러니 변화한 새로운 기후에 새롭게 적응해나가야 한다. 이제 우린 아열대기후에서 산다. 여름이 길고 폭염인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전세계 모두의 문제기 때문이다. UN산하 IPCC(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극심한 무더위 현상이 2020년까지는 2배, 2040년까지는 4배 늘어날 거라고 한다. 지구가 더 더워지는 건데 이런 기후 변화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과 봄만 8개월이라고?분명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던 나라였었다. 하지만 이젠 겨울이 짧아지고 가을은 없어지다시피 하고, 봄과 여름이 길어졌다. 이제 봄과 여름이 8개월이라고 할 정도다.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이 지속되면 연평균 기온도 상승한다. 1991년~2000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5도다. 이는 1912~1990년 12도에 비해 1.5도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0.6도)보다 2배 이상이다. 에이 겨우 1.5도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후변화로 0.2도만 올라가도 후폭풍은 크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1729㎜ 였다. 19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지리 시간에 외웠던 강수량과는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에는 1371㎜ 였다. 1990년대에는 1456㎜ 였다. 몇년후 학교 수업시간에는 1800mm를 넘어 2000mm를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 특히 여름의 장마비의 강우량이 크게 증가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장마 때 내린 비의 양은 평균 548㎜ 였다. 이는 1990년대 평균인 344㎜, 1980년대 평균인 437㎜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2013년에는 더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평균 여름 장마 기간은 32일이었으나 2013년은 6월 17일에서 8월 4일까지 49일이었다. 역대 최장 기간이었다. 강우량도 서울이 702.9mm로 예년대비 192% 증가였다. 철원은 1039.4mm로 예년 대비 283% 증가, 춘천은 940.3mm로 257% 증가였다. 일년에 내릴 비 절반 이상이 한달반 사이 내린 거다. 반면 부산은 279.5mm로 예년의 80%에 불과했고, 제주는 156.8mm로 예년의 39% 밖에 오지 않았다. 길어진 장마에서 중부지역은 강우량이 예년보다 많았던 반면, 남부지역은 적었다. 비 관련 일기예보가 틀린 적이 많았는데, 아열대성 기후에선 국지성 폭우로 인해 비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고 한다.
열대과일이 수입산이 아닌 국산이다 
요즘 시중에 열대과일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수입이 아닌 국내산이 참 많아졌다. 싱싱한 국내산 블루베리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몇 해 전부터 블루베리 재배지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과거엔 수입 블루베리는 냉동으로 소비했었다. 동남아시아에 가서나 먹을 수 있던 파파야, 망고, 패션프루츠 등도 한국에서 재배되는데 점점 더 재배면적이 넓어진다. 이제 바나나도 국산으로 흔하게 보게 될 수도 있다. 예전부터 아열대기후에 가깝던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것들이 전라남도, 경상남도로 넘어온 거다. 이제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만 나는게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최전방 지역인 강원도 양구군에서 메론을 키우기도 한다. 아열대 농산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서 생긴 변화다. 아열대 작물들은 점차 확산되는 반면 온대 작물들은 입지가 좁아진다. 가령 녹차하면 보성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 녹차가 가장 잘 자라는 지역이 보성보다 한참 북상했다. 사과, 배 등 전통적으로 우리가 많이 먹던 과일도 재배지가 북상 중이다. 기후 변화로 지역 특산품 지도가 바뀌는 거다.
2013년 순천에선 벼 2기작 재배를 했다. 한 논에서 1년에 두번 벼농사를 짓는 거다. 대개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아열대기후에서 가능하던 것이었다. 경남 고성에서도 시도되었다. 이제 전남, 경남에선 2기작이 보편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생산성도 두배나 될 것이기에 농가소득으로선 긍정적이다. 물론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기후변화가 만든 히트상품들
2013년 히트상품 중 하나가 제습기다. 그전에도 제습기는 있었지만 2013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후변화로 더 더워진 여름에 전력난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제습기가 부상한 것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것이 약 30개 브랜드에 180여 종류나 된다고 한다. 2012년까지는 8개 브랜드, 21종에 불과했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제습기 전체 시장 매출액 규모는 2010년 이후 매년 2배씩 성장하며 2012년에 1500억원을 기록했고, 2013년에는 4천억원에 이를 정도다. 상대적으로 에어컨보다 적은 전력소비로 실내온도를 낮춘다고 소문나면서 이젠 필수가전 중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롯데홈쇼핑 6월13일 시간당 매출액 23억원이라는 창사이래 최고기록을 세웠는데 바로 그때 팔렸던 상품이 제습기다. 제습기 만들어 파는 회사들로선 변화된 기후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건조가전은 제습기만 있는게 아니다. 의류건조기와 신발건조기가 있다. 살균건조와 구김방지를 해주는 가정용 의류 관리기가 최근 들어 잘 팔린다. 2011년 2월 LG전자에서 스타일러가 출시 때만 해도 사람들이 낯설어했는데 이제 서서히 입소문 확대로 판매량 증가세다. 이상기후로 더워지고 땀도 많이 흘리는 때라 더 활용도가 높아진다. 신발도 제습하는 시대다. 신발에 세균번식을 막기 위해서다. 신발신고나서 그냥 신발장에 넣어뒀던 것에서 이제 가정에서 신발전용 제습기로 살균건조하는 이들이 늘었다. 길어진 장마와 아열대 기후처럼 무덥고 습해지면서 건조가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건 매년 여름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일이다. 집집마다 추가될 필수가전들이 늘어가는 의미이고, 관련 기업으로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다.
그리고, 흥미로운건 2013년 여름에 양말 매출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특히나 여름엔 양말을 잘 신지 않는다. 그런데 레인부츠를 많이 신으면서 양말을 신을 날이 많아진 거다. 폭염 때문에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는 기업도 생길 정도다. 그러니 일상에서의 남자 반바지는 오죽하랴. 길어진 장마에 여자는 레인부츠를 많이 신고, 더운 여름에 남자는 반바지를 더 많이 입으면서 양말 매출이 늘어났다는 거다.
그밖에도 변화는 많다. 여름방학이 길어진다. 폭염 때문에 일부 초중고등학교에선 여름방학을 일주일 늘리는 선택을 했다. 늘린 만큼 봄방학을 줄이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지자체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일들을 꽤 많이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와 우리 삶의 영향이 커서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연결시키기 위해서기도 하다. 사람들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가장 큰 원인이 지구온난화이고, 이는 온실가스나 환경문제이기에 결국 친환경적인 소비나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자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제 이상기후가 트렌드를 바꾸는 시대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한국전력 사보에 기고한 원고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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