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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기프팅, 자신에게 선물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선물을 한다는 의미인 셀프기프팅(self-gifting), 사실 셀프라는 말과 선물이란 말은 참 안 어울린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선물이라는 것은 남에게 받는 것이지 내가 주는게 아니지 않는가. 아무도 선물 안 줘서 이런 사람들이 생긴 건지, 아니면 뭐든 알아서 잘하는 자기주도형 사람들이라서 선물마저도 셀프로 하는지 궁금할텐데, 도대체 누가 셀프기프팅을 하는지, 왜 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주목할 트렌드가 되는지 살펴본다.

셀프기프팅, 도대체 왜 하는가?
만약 당신이, 자기 생일날 자기자신에게 꽃다발이나 선물을 보냈다고 생각해보자. 이건 뭐 왕따도 아니고, 인기도 없어서 선물을 아무도 안주니까 자기가 몰래 자기에게 보내놓고 선물 받은척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참 가식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보면 불쌍하기도 하다. 이렇듯 스스로에게 선물 보내는걸 기성세대라면 이상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니 이런걸 가지고 셀프기프팅이란 말까지 만들어 붙이며,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게 한다. 셀프기프팅은 알고 보면 전혀 불쌍한 이들이 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매력적인 소비자이며, 기업으로선 비즈니스 기회다. 
우린 점점 더 외롭고, 사람과의 끈끈한 관계는 줄어 든다. 특히 2030들에게 이런 현상은 크게 확대되고 있고, 10대까지도 이어진다. 흥미롭게도 이건 소셜네트워크에 열광하는 세대와 얼핏 비슷하다. 기성세대들은 진짜 사람들과 눈앞에서 친구하고 갈등도 겪고 풀기도 하며 끈끈해지고 더 친해지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런 현실에서의 진짜 관계에 대한 피곤함이나 두려움을 가진 이들이 많아진다. 소셜네트워크는 인스턴트처럼 일방적으로 친구도 했다가 금새 틀어지기도 하고, 오늘은 절친이다가도 내일은 그냥 남남이 되기도 한다. 대개 선물이란건 특별한 날, 친한 이들로부터 많이 받게 되는건데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점점 이런 관계에 있는 이들이 줄어든다. 그런 반면에 자아는 아주 강하다. 스스로 더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하고, 그런 태도가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이어진다. 셀프기프팅은 앞으로 마케팅에서 적극 공략해야할 소비자의 욕구이기도 하다. 트렌드는 그냥 현상만 지켜보면 재미만 있고 말지만, 그걸 가지고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해서 기회를 만들어내면 재미 이상의 놀라운 성과도 얻어낼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트렌드에 관심가지는 진짜 이유다.
온라인에서 시작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셀프기프팅
온라인쇼핑 문화가 셀프기프팅을 확대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선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셀프기프팅을 했다는 조사도 있는데,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대개의 온라인쇼핑몰에선 배송할 때 선물용 포장을 하거나 축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추가적으로 돈이 더 들지도 않으니 이왕이면 그걸 이용한다. 더구나 내가 물건을 샀더라도 선물용 포장에 축하 메시지를 담아서 며칠 후 택배로 받는 것이니 선물 받는 기분이 은근 나기도 한다. 온라인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은 셀프기프팅을 더 자연스레 받아들이는데, 이런 트렌드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소비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내가 뭔가가 필요해서 샀다기보다, 그때 내가 일을 잘했거나 뭔가 잘 살아왔거나 하는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을 위해 스스로가 선물을 준다며 고가의 물건도 잘 산다. 
명품이라 불리는 고가 제품들을 살 때 이런 셀프기프팅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사면 왠지 사치나 과소비 같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선물이라면 좀 달라지는 것이다.  소비가 물건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위임을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경제여력이 부족해도 상대적으로 고가의 물건을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거다. 기성세대라면 고가의 물건을 살 때 주저하고 망설였을 텐데, 젊은 세대는 이걸 셀프기프팅의 의미를 부여해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시크릿박스,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밀스런 상자가 있다. 그속에 뭐가 있는진 열어봐야만 알 수 있다. 근데 이걸 소비자는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구매한다. 그속엔 화장품일 수도 악세서리일 수도 옷일 수도 있고 먹을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꽝은 없다. 시크릿박스는 적어도 구매가격보다는 더 비싼 것들이 들어있다. 내가 직접 고른 물건이 아니라서 내 취향에 맞을지 안맞을지는 미지수일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주는 의외의 기쁨이란게 선물이 주는 속성과 비슷하다. 내가 내돈주고 사더라도 뭐가 들었는지 모르면 그걸 받아서 열어보는 순간 내겐 선물받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는 거다. 전문가들이 골라주는 일종의 큐레이션 소비인데, 그것에 선물이 주는 시크릿한 의미를 담는 것이다. 시크릿박스는 일본 백화점에서 매년초 후쿠부쿠로(福袋)라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복주머니를 팔았던 것과 비슷한데, 이걸 전문가가 골라서 추천해주는 의미를 가진 큐레이션 소비와 연결시켜 특별한 선물로 만든 것이 시크릿박스인 셈이다. 본격적인 시크릿박스는 화장품 샘플을 담아주던 미국의 글로시박스 였다. 사실 시크릿박스는 기업에겐 신제품에 대한 홍보마케팅 효과를, 소비자에겐 상대적으로 값싸게 더 많은 신제품을 누릴 기회를 준다. 
국내에선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철마다 다양한 패션제품을 담은 ‘커멜 박스’를 3~4만원에 500~1000개 정도 한정판매하는데 금방 매진된다. 이 브랜드가 고르는 안목을 믿는 거다, 내용물이 뭔지도 모른채 상자를 사는건 일종의 복불복과도 같다. 최근에 시작한 바이박스(ByBox)라는 곳에서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이들이 만든 액세서리와 가방이나 구두를 상자에 골라 담아 한 달에 한 번씩 소비자에 배송하는데, 대개 5만원 내외인데 매번 매진된다. 매달 다양한 식품을 비밀 상자에 담아 보내는 ‘푸드플랩’이란 곳도 있는데, 여기선 고객의 65% 정도가 자기 자신을 위해 주문하는 경우라고 한다. 
이런 선물을 아예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것도 있다. 섭스크립션 커머스라고 해서 정기구독잡지처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커머스가 소셜커머스를 이은 온라인 커머스 트렌드로 부각되는데, 선물이란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영국의 ‘낫어너더빌(Not Another Bill)’은 유료가입된 기간 중에 고객에게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자를 배송하는데, 각종 디자인 사무용품과 액세서리, 아주 특이한 모양의 앞치마를 담아 보낸 적도 있다. 매달 선물 받는 즐거움을 사는 것이다. 이제 별의별걸 다 팔고 사는 시대다. 

온라인쇼핑의 확대로 자신에게 선물처럼 보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외로운 현대인이자 자아가 강한 현대인에게 셀프기프팅은 중요한 소비 욕구가 되고 있다. 시크릿박스나 선물배송 섭스크립션 등을 통해 불확실성이 주는 의외의 기쁨을 누리는 소비는 셀프기프팅의 욕구를 이용한 전형적인 마케팅으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이제 당신도 셀프기프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자. 물건뿐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우리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니까. 미래를 위해 열정적인 오늘을 셀프기프팅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한국전력 사보에 기고한 원고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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