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말이 있다. 농업(Agriculture)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말인데, 농사가 일종의 취미이자 놀이가 되는 셈이다. 농업이 팔기 위한 산업일 때 들어가는 노동과 키우고 수확하는 기쁨을 위해 들어가는 노동은 분명 질적으로 다르다. 도시농부들의 목적은 키워서 파는게 아니라 직접 먹기 위함이고, 사서 먹는 편리함 대신 직접 농사를 선택한 것이 농사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다. 더 안전하고 양질의 농산물을 즐거운 놀이이자 심리적 치유, 환경적 이익까지 얻으면서 소비할 수 있는 특권은 도시농부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 무슨 농사지을 땅이 있냐고?
서울에 70만명의 농부가 있다면 하면, ‘아니 서울에 무슨 농부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서울에는 농사 지을 땅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행정구역만 서울이지 아주 외곽에서 농사짓는 일부 농부들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서울엔 그냥 농부가 아닌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70여만명의 도시 농부가 있다. 사실 도시농부 숫자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도시농부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냐에 따라서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주말마다 외곽의 주말농장으로 농사지으러 가는 이들도 있고, 자기 건물 옥상을 텃밭으로 만든 사람이나 아파트의 공동 옥상을 텃밭으로 쓰는 사람, 아파트 단지내 녹지를 텃밭으로 쓰는 사람, 도심 공원을 활용한 도심텃밭에 가는 사람, 심지어 아파트 베란다를 텃밭으로 만들거나 주머니텃밭이나 화분에 채소나 방울 토마토를 심어서 먹는 사람까지 하면 크고 작은 도시농부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세계적으로 도시농업이 트렌드가 되고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이후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도시농부를 위한 시도들이 2006년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2008년에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도시농업, 즉 시티팜(City Farm) 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알려지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관심은 이미 꽤 뜨거워졌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70만명이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기준으로 서울에만 30만명 가량으로 추정되었다. 2010년에 비해서 도시농업 참여자가 1.5배, 도시텃밭 면적은 3.7배 늘었었다. 증가 추세는 한동안은 계속 될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서만 70만명 이상, 전국적으로는 120만명 이상이 도시농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오바마도 백악관에서 농사를 짓는다
도시농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백악관에 키친가든이란 텃밭을 만들어 놓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 수확한 농산물은 백악관의 식자재로 쓰거나 푸드뱅크로 보낸다고 한다. 세계적인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도 아보카도 농장을 갖고 있다. 직접 관리하고 먹기도 하고 판매까지도 한다. 돈많고 바쁜 유명인사들 조차도 도시농업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그만큼 농업의 의미가 바뀌어서다. 시골에서 자란 나이든 중년들에게 농업이 가지는 의미와 도시에서 자라고 사는 2030들에게 농업이 가진 의미는 또 다를 것이다. 요즘 도시농부는 나이든 사람들뿐 아닌 젊은 세대들도 관심가지는 새로운 문화이자 트렌드다.
2011년 기준으로 전세계 도시농부는 8억명 정도로 추정했다. 전세계 인구 70억명의 약 12% 가량으로 본 것인데, 도시농부는 주로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에서 많고, 그중에서도 대도시에서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 대도시에서의 도시농부 인구는 전체 인구 중 20%는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2011년 10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도시농업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인구의 10% 이상, 즉 500만명을 도시농업에 참여시키는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도시농업 육성지원법이 발효된 2012년 5월이 정부로 보자면 이른바 도시농업 원년이 되는 셈이다. 2012년 6월에는 첫번째 도시농업박람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렸으며 2013년 5월말에도 어김없이 열리면서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광화문에는 벼농사를 짓기도 하고 주말마다 농부가 직접 농산물을 파는 농부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도시농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서울시이며 도심 텃밭은 도시인들에게 농사가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시농업은 놀이이자 산업이자 기회다
팔기 위한 농업이 아니라 직접 키워서 직접 먹기 위한 자생적 농업이 특징이고, 도심의 빈 땅이나 공원, 옥상이나 정원에 텃밭을 조성하게 된다. 도시민들이 도시농업을 하면서 친환경적 인식도 커지고 사람들의 정서적인 개선에도 기여하고, 결정적으로 농업이자 농산물에 대한 인식도 바꾸는데 기여한다. 거기에 옥상을 텃밭으로 바꾸면 건물의 냉난방비 절감효과가 있고, 벽면녹화까지 할 경우 냉난방비 절감효과는 더 커진다. 실제로 여름철 콘크리트 표면의 온도가 50℃인데, 식물로 덮인 옥상과 벽은 26~27℃로 유지된다고 하기 연간 냉난방비 절감효과는 15~30%까지 된다고 한다. 도심의 빌딩 숲에서 옥상 녹지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인데, 이왕이면 그 녹지화를 도시농업으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 된다. 재배한 채소를 직원들의 구내식당에서 소비해도 되고, 직원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회사들의 아파트 단지는 조경에 꽤 신경을 쓰는데 아파트 단지내 공원이자 녹지가 주거환경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여서 그렇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의 경우 아파트 단지를 순환하는 산책로인 래미안 둘레길을 도입하기도 하고, 다양한 생태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소규모의 개인 텃밭인 래미안 가든팜을 적용하기도 한다. 녹지가 눈으로 보기만 하는 조경에서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는 농지로도 기능하게 한 셈인데, 아파트의 텃밭 적용은 향후 주거문화에서 도시농업을 기본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흙과 가장 동떨어진 것 같은 도심형 주거환경인 아파트가 다시 흙이자 농업으로 우릴 이끌고 있는 것도 시대적 흐름 중 하나다.
도시농부들일수록 국산 농산물 소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도시농업을 경험한 사람들의 우리 농산물 소비율은 67.6%인 반면, 도시농업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우리 농산물 소비율 59.9% 였다. 결국 도시농부가 늘어나는건 우리 농업도 살리는 길이며, 우리가 좀더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며 농업을 바라보는 태도를 좀 바꾸는 흐름의 일환이기도 하다. 농사,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흥미로운 요소로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한국전력 사보에 기고한 원고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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