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무슨 화장이냐 생각한다면 당신은 구세대다. 얼굴에 시커멓게 위장을 하고 나뭇가지나 풀을 전투모와 전투복에 구석구석 붙여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은페한 군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겐 거친 피부의 군인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군인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의 하나가 군인용 위장크림이다. 이니스프리가 2010년 말에 출시했던 군인을 위한 ‘익스트림 파워 위장크림’은 이전까지는 세상에 없던 제품이었지만 나오자 마자 1년만에 누적 10만개를 팔아버렸다.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남아있는데다 이후 군인용 화장품을 활성화시킨 계기가 된다. 이제 화장품 회사들에서도 여성과 남성에 이어 군인들 마저도 매력적인 소비자군으로 인식했다.  내무반에서 마스크팩을 붙이고 누워있는 군인들이 이젠 생경하지도 않고, 썬크림은 필수품처럼 애용되기도 한다.

화장만 하고 마는게 아니다. 헤어스타일도 신경쓴다. 아니 군인 머리가 그냥 짧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한다면 그것도 구세대다. 사실 과거엔 주로 내무반의 동료가 서로서로 머리를 깍아줬다. 군인들만 생활하는 곳에서 군인들끼리만 보는 것이니만큼 특별한 전문성 없이도 흔히 바리깡이라 불리는 기계로 주욱 밀고 깎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군부대에 미용실이 들어서는 시대다. 이발소가 아니다.  박준뷰티램은 충북 음성의 육군 9715부대와 군 최초로 헤어숍을 열었다. 무극헤어숍 이란 이름을 달았다. 짧은머리도 스타일을 원하는 군인들이기 때문이다.

휴가갈땐 가발을 쓰는 군인도 많다. 동대문시장엔 군인용 가발을 판매하는 가게가 10여곳 번성 중이다. 국내 가발시장 규모는 5천억 정도고, 그중 패션가발이 2천억 정도로 한국가발협회는 추산한다. 가발전문업체 고운머리에 따르면 패션가발에선 남성고객 중 20대가 85%이고 그중 군인의 비뮬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한창 스타일에 민감할 20대 초반의 군인들이다보니 휴가 때 가발은 아주 보편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엔 짧은 머리 그대로에 군복까지 입고 휴가 때 친구 만나고 돌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이젠 정말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군인전용 쇼핑몰 곰신닷컴 2001년 설립 당시에는 손난로, 행군용깔창이 주로 팔렸는데 반해, 2011년에는 화장품과 발 각질 없애는 풋크림, 발샴푸가 가장 인기였다. 그리고 예전엔 애인이나 가족이 사서 보내줬다면, 이젠 군인이 직접 산다. 실제로 전체 주문건수 중 군인 직접 주문하는 경우가 60% 이상이라고 한다. 2012년 7월  런칭한 CJ올리브영의 ‘밀리터리 옴므’에서는 ‘입대kit’, ‘자대kit’, ‘전역kit’, ‘유격훈련kit’, ‘야간경계kit’, ‘야외취침kit’의 군 상황별 분류에 따른 총 6종류의 키트를 제공한다. 군대 입대 후에는 군에서 지급하는 것만 입고, 먹고, 쓰면서 지내던게 당연했던 시대는 정말 끝났다. 예전에 비해서 군인들 월급도 꽤 늘었고, 10만원대의 월급이 주로 화장품이나 패션 관련해서 소비될 여지도 충분하기에 화장품과 패션 시장에서 군인들은 꽤나 매력적인 타깃이 아닐 수 없다.

군인들도 이정도인데 일반 남성들은 오죽하겠나? 한국은 전세계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남성 화장품 시장이다. 남자들에게 비비크림이나 선크림, 클렌징폼이나 마스크팩은 이미 필수가 되어버린 듯 하다. 특히 SKII for Man처럼 미백과 주름개선 등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도 거침없이 성장한다. 이제 화장과 패션은 남성들의 필수가 되었으며, 20대에서는 남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술자리 대화 소재로도 부상했다. 그동안의 남자들이 정치, 군대, 축구, 여자, 재테크 얘기로 술자리 대화를 주도했었다면, 이제 그 자리에 패션과 화장이 당당히 들어가게 된 것이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08년 5700억원에서 2009년 6500억원, 2010년 8000억원, 2011년 9000억원을 넘었고 2012년 1조원을 바라봤다. 연평균 15%가 넘는 성장률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날 조사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 남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4억9550만달러를 소비해서 전세계 시장의 21%를 소비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수년째 계속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의 남성 화장품과 남성 패션시장은 여성에 비해서 한참 못미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회의 땅인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출처-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저, 부키, 2012.12.15)

이 책은 현실과 일상의 수많은 단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재배열하여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로운 핫 트렌드를 전한다.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포인트’, ‘스마트 기술이 바꾼 풍경’ 등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22개 주요 트렌드를 통해 오늘 우리 삶의 스펙터클한 변화상을 눈맛 시원하게 조망해 낸다. 2013년 한국인은 무엇에 관심을 쏟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에 열광할 것인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나 보자.




라이프 트렌드 2013

김용섭 저
부키 | 2012년 12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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