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운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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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백데이였다고 한다. 사랑 , 늘 아름답고 영원한 삶의 테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영원한 사랑의 대명사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고 있다. 근데  한국에서도 이런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들이 있는데 바로 김진사와 운영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고전 소설인 “운영전”의 주인공들로, 신분적 제약을 초월하여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내 생각에는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운영전”은 “수성궁 몽유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소설로 작자 미상의 소설이다. 안평대군의 궁궐인 수성궁을 배경으로 하여 액자식 구조를 갖고 있는 소설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청파동에 사는 유영이라는 선비가 세종대왕의 아들 안평대군의 옛집이었던 수성궁으로 들어가 놀다가 술에 취해 잠이 든다. 그러다 안평대군의 궁녀였던 운영과 운영의 애인이었던 김 진사를 만나 그들의 슬픈 사랑을 듣는 이야기이다.

김 진사는 밤만 되면 담을 뛰어 넘어와 운영과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그들의 위험한 사랑은 드디어 안평대군에게 탄로되고 운영은 옥중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김 진사도 또한 운영의 뒤를 따라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고전소설들과 마찬가지로 김진사와 운영은 본래 신선으로, 다시 옥

황상제께서 잘못을 용서하셔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옛날에 노닐던 속세를 돌아보러 온 것이라고 하면서 유영에게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했으나 유영은 전하지 않고 집을 떠나 이름난 산을 찾아 다닌다. 나중에는 유영의 자취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서 그들이 전하는 사랑방식은 대담하다. 김진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운영은 한 편의 시를 쓴다.

베옷입고 가죽띠 두른 선비

옥 같은 그 얼굴 신선과 같구나

날마다 주렴 사이로 건너다 보건만

어찌하여 월하의 인연 맺지 못하나

얼굴씻으면 눈물은 물줄기 되고

거문고타면 한은 곡조를 따라 우네

한 없는 원망 가슴속에 품은 채

머리 들어 혼자서 하늘에 하소연하네

운영은 시를 쓴 종이와 금비녀 한쌍을 싸서 정성스레 봉했지만 전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대군이 술잔치를 베풀고 선비를 부른다. 김진사 또한 운영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의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몸이 많이 아프지만 대군이 불러서 겨우 온다. 운영은 진사와 겨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손님들은 모두 한껏 취했습니다. 저는 벽을 뚫어 조그만 구멍을 내고는 들여다 보았지요 진사님도 제 뜻을 아셨는지 구석으로 돌아앉더군요 제가 편지를 구멍으로 던지자 얼른 주위를 감추고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진사님은 집에 돌아가 제 편지에 담긴 시와 사연을 읽어보고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여 편지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먼저 벽을 뚫고 자신의 감정을 시를 통해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운영에게 있어서는 죽음을 무릅쓴 행위이면서 또한 그 당시 궁녀라는 신분과 조선의 봉건주의 세상에서 자아실현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자기의 감정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 , 그것은 단순히 남녀 간의 애정을 넘어서서 나답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이 소설은 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당시 시대적 환경속에서 그들이 영원한 사랑을 위해 택한 방식은 자살이라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데 사랑은 단지 호르몬이나 감정의 작용만은 아니라는 점. 자기가 자기로써 잘 사는 방식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꿈꿀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가족모티프와 근대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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