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가진 자의 아량도, 못 가진 자를 향한 연민도 없다

옹졸하고 비열합니다. 해변에 거꾸로 박힌 ‘인간의 존엄’을 다시 난도질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칼부림입니다. 증오를 부추기고 박해를 조장하는 근본주의자들이 벌인 잔인한 범죄이자 희대의 불평등 행위입니다. 결국 말로만 번지르르한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시대’가 증명되고 만 셈인데요. 엊그제 지구촌 매체들은 인간의 양심에 부끄럽기 이를 데 없는 팩트가 담긴 뉴스를 일제히 타전했습니다.

최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가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3)를 다룬 2개의 만평을 게재해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만평 중 하나는 모래에 얼굴을 묻고 숨져 있는 꼬마 옆에 ‘목표에 거의 다 왔는데…’라는 글과 ‘하나 가격으로 두 개의 햄버거 어린이 세트’라는 맥도날드 광고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만평이 쿠르디가 햄버거를 먹으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유럽으로 향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는 사실입니다. 국제 사회는 “난민들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유럽으로 건너온다”는 난민 수용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만평에는 예수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등장합니다. 물 위에 선 그는 ‘기독교인은 물 위를 걷는다’라고 말하고 있고 옆에는 물에 거꾸로 처박힌 아이가 ‘무슬림 아이들은 가라앉는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수직 관계로 대비시킨 이 그림 또한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난민 꼬마

<사진: 터키 데일리사바>

소식을 접한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는 샤를리 에브도가 3살 꼬마의 죽음을 조롱했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종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고요. 미국 흑인변호사회 회장인 피터 허버트는 “샤를리 에브도는 전적으로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증적이며 도덕적 부패를 대표하는 몰락한 매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보고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난민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과 선입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페트라 라슬로라는 이름의 헝가리 방송 여기자는 최근 경찰을 피해 아이를 안고 달아나던 난민 남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몰상식한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라슬로의 이런 행동은 곁에서 지켜본 다른 기자에 의해 고스란히 찍혀 트위터에 올려졌는데요. 본인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난민들이 무서웠다”며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파문이 확산되자 전격 해고됐습니다.

시리아나 아프리카에서 탈출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은 1990년 제정된 더블린 조약에 따라 처음 발을 디딘 국가가 받아들이게 돼 있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제2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대다수가 복지 혜택이 풍부한 독일, 영국, 스웨덴행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을 희망하는 난민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현재 한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한 사람은 시리아인 700명을 포함해 1만 명이 넘습니다. 놀라운 일인데요.

하지만 이들 중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람은 단 3명뿐이라고 합니다. 유엔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각국의 난민인정 비율 세계 평균이 38%입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지나치게 인색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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