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상태에서의 출생자가 아닌 혼외 출생자 1만명 시대를 맞았다. 2011년이 2010년보다 3.3% 증가한 9959명이었으며 2012년 1만명을 돌파했다. 2003년 이후 매년 증가세에 있는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혼외출생자가 2011년 이전까지 가장 많았던 해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었다. 그때 고점을 찍고 그후 하락을 하며 4천명대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점에 이른 것이다. 왜 다시 혼외 출생자가 늘어나는 걸까?

1980년대 혼외 출생자는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시선이었다. 과거엔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해서 동거하다가 아이를 낳은 경우였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회적 루저나 주류에서 벗어난 마이너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럽식 동거출산도 늘어았고, 자발적 싱글맘들도 늘어났다. 결혼은 원치않는데 아이는 원하는 경우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가진 우리나라로선 이들 혼외 출생자들을 적극적으로 보듬는 정책이 필요하고, 이후 관련 정책과 배려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혼관의 변화이자 사회적 변화는 혼외출생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크게 변화시키는 셈이다.

연간 전체 출생 신생아에서 혼외 출생자의 비율은 역대 최저였던 1997년 0.63%에서 2002년 1%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2010년 2%를 넘어서며 2011년 2.11%에 이르렀다. 최저 대비 3배나 증가한 셈이고, 최근의 지속적 증가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OECD 국가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과거의 결혼관이 사라지는 시대 출산율을 높이려면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책임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OECD 평균 혼외 출산율은 1980년 11%에서 2009년 36.3%로 높아졌다. 2009년 기준으로 프랑스(52.6%), 스웨덴(54.7%), 멕시코(55.1%), 아이슬란드(64.1%) 등은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출산이었고, 스페인(31.7%), 독일(32.1%), 미국(2007년 38.5%) 등이 30%대, 네덜란드(41.2%), 영국(45.4%) 등이 40%대다. 우리나라는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2011년 현재 2.11%에 불과하다.

실제로 혼외출산율이 높은 국가가 합계 출산율에서 높은 결과를 가진다. 출산율이 2명에 육박하는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혼외출산 비중이 40~60%에 이른다. 특히 최저 출산율의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출산율로 성장한 프랑스도 혼외출생자를 결혼가정의 출생자와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동거 커플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68혁명(1968년) 부터다. 사랑해서 남녀가 함께 사는데 국가의 승인을 받는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고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는 유럽에선 일반적인 일이 되었으며, 동거가 결혼만큼이나 보편적인 가족관이 된 것이다. 심지어 현재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도 법적으론 미혼이지만 4명의 자녀를 가졌고, 현재 동거 커플이다.  유력 정치인인 세골렌 루아얄과 동거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고, 이후 기자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동거하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가 동거녀인 셈이고, 대통령이 부부가 아닌 동거 커플인 것이다. 이밖에 독일의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도 동거 커플이고, 호주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도 대표적인 동거 커플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일본만 혼외출생자 비율이 유독 낮은데다, 이들이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법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이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전통적인 결혼관에 여전히 짓눌려있는 셈이다. 흐름이란건 늦을 순 있어도 막을 순 없기에 한국과 일본에서도 유럽에 비해 속도나 규모는 적지만 혼외출생자들이 늘어나고 전통적 결혼관이 무너지는 흐름만은 이미 현재진행형의 일이다.

사회문화가 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정책이 사회문화를 바꾸기도 한다. 이제 결혼을 기피하는 2030들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차원의 결혼의 위기는 이미 진행형이다. 거기다가 출산률의 위기도 진행형이다. 혼외출생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시기이고, 동거에 대한 사회적 태도변화도 고려해볼 시기다. 우리의 개인적 취향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이미 사회적 문제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흐름이 만들어낼 비즈니스 트렌드도 꽤 많다. 그러니 사회와 정치에서 나오는 트렌드 생성의 유도요인들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출처-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저, 부키, 2012.12.15)

이 책은 현실과 일상의 수많은 단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재배열하여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로운 핫 트렌드를 전한다.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포인트’, ‘스마트 기술이 바꾼 풍경’ 등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22개 주요 트렌드를 통해 오늘 우리 삶의 스펙터클한 변화상을 눈맛 시원하게 조망해 낸다. 2013년 한국인은 무엇에 관심을 쏟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에 열광할 것인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나 보자.




라이프 트렌드 2013

김용섭 저
부키 | 2012년 12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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