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솔개 형제가 있었지. 

형 솔개는 매사가 신중했고, 원칙을 따졌지. 사냥을 앞두면 발톱을 세워 바위에 갈고, 균형을 잡고 날개를 폈다 접으며 힘을 모았고, 자신의 깃털을 공중에 던져서 바람 방향까지 살피는 신중함을 보였고, 비행을 나가 먹이를 보더라도 공격 이후의 예상 위험까지 고려하느라 자주 주저했지. (바둑으로 치면 3수 앞을 내다보느라...) 그래서, 형 솔개는 ‘주저(躊躇)새’ 라는 이름이 붙었어. 

반면 동생 솔개는 사냥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경솔했어. 먹이를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돌진하여 낚아채려고만 했지. 준비와 원칙 없는 사냥으로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고, 실패는 배고픔을 의미했어. 지상의 신들은 준비와 노력 없는 성공을 허용하지 않았던 셈이지. 의욕은 강했지만 매사를 쉽게 원칙 없이 처리하는 동생 솔개에게는 ‘쉽게 새’ 라는 별칭이 붙었어. 

형 솔개는 사냥 본능과 자신의 사냥 원칙을 조화시켰고, 눈과 머리가 동시에 일치할 때만 사냥하는 습관으로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갔지만, 동생 솔개는 발전이 없었어. 동생 솔개는 자다가도 일어나 배가 고프면 그대로 날다가 날개를 삔 적도 있었고,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하다가 가시덤불에 처박혀 다리를 다친 일도 있었지. 형 솔개는 동생 솔개의 실패가 안쓰러워 ‘준비와 노력으로 먹이를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효력이 없었어. 

하루는 형제 솔개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몸부림치는 토끼를 보았지. 형 솔개는 자기가 익힌 사냥 매뉴얼대로 공중에서 깊게 살피고 도주 방향까지 계산하여 날개를 반쯤 접고 빠르게 하강했다. 목표물 직전에서 확인한 사냥감은 덫에 걸린 토끼였어. 발톱으로 찍어서는 안 되는 불량 목표물이었던 셈이지. 공격해서는 안 될 목표물을 확인하고 급상승하는 전투기처럼 형 솔개는 목표물을 포기하고 급상승했어. 

이를 지켜보던 동생 솔개는 형 솔개의 사냥 포기를 비웃으며 신속히 하강하여 덫에 묶인 토끼를 발톱으로 깊게 찍었다. (무념무상의 상황에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는다고 했지.) 동생 솔개의 생각 없이 빠르고 용감한 발톱은 토끼의 등을 뚫고 들어가 깊게 박혔어. 여기까지는 일반 사냥 매뉴얼과 일치했지. 그러나 발톱으로 찍은 토끼를 채어서 비상해야 하는데, 토끼를 물고 있는 악마의 덫이 말뚝에 고정되어 있는지라 동생 솔개의 비상은 쉽지 않았어. 마지막 수단으로 토끼를 포기하고 절박하게 비상을 시도했지만 

아- 뿔- 싸, 깊게 박힌 발톱이 빠지지 않는 것이었어. 

이를 지켜보던 인간 사냥꾼이 다가와 토끼와 솔개를 함께 잡아갔다. 어부지리를 연상시키는 현대판 사냥지리를 연출했지. 형 솔개는 이 장면을 공중에서 내려다보았지만, 어떻게 도울

길이 없어, 그냥 애통한 넋두리만 했지.  아, ~~ 아우 솔개는 매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더니, 너무도 쉽게 죽게 생겼군. 사냥 기술이라도 제대로 익혔다면 인간 사냥꾼을 위해 사냥 솔개로 길들여져 계속 살 수도 있겠지만 ···.”

이렇게 해서 원칙 없고 경솔한 동생 솔개의 자유는 끝이 났다. 동생 솔개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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