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뜨거운 인기였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네 남자는 극중 72년생이자 41세, 학번으론 91학번이다. 드라마의 마무리엔 다 짝을 찾긴 하지만, 화려한 40대 초반 싱글남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것이 이전에 나왔던 다른 드라마에서의 40대를 바라보는 시각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과거엔 40대는 정말 아저씨 아줌마의 나이였는데 이젠 꽤나 젊어진 느낌이다. 요즘 40대는 그냥 40대가 아니다. 과거에 X세대,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이들이 이제 나이들 먹었다. 이들은 90년대 시작을 20대 시작으로 맞은 전형적인 90년대 문화소비세대다. 즉 90년대를 20대로 누리던 이들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건까지 갖춘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이 되면서 이들이 다시 소비문화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마흔’을 키워드로 두는 책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분명 40대는 존재했었을텐데 왜 유독 요즘 마흔 타령인 걸까? 바로 경제력있는 싱글 40대들의 부상과 전통적 가족관에서 방향을 튼 40대들 때문이다. 이들은 가장 강력한 소비세력 중 하나다. 몇해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능력있는 삼십대 미혼인 골드미스나 골드미스터가 나이를 더 먹어서 이제 40대가 되었다. 불혹의 싱글들이자 문화와 소비에 강한 불혹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40대 초중반은 10대에 프로야구 개막도 봤고, 88서울올림픽도 지켜보고, 교복자율화도 겪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도 봤다. 햄버거와 피자 등을 한국에서 처음 소비하던 시기도 누렸고, 20세 전후에 해외여행 완전자유화를 겪으며 배낭여행을 비롯해 해외여행을 본격 즐기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고, 소련의 몰락도 지켜봤다. 20대에 서태지를 비롯한 왕성해진 90년대 대중문화부흥기를 겪은 세대이기도 하고, 대학졸업때이자 사회생활 초기에 IMF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고, IT산업 열풍과 버블도 겪어본 세대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누린 40대 초중반은 더욱더 자기 표현에도 강하고 과거의 전통적 가족관과 결혼관에 대해서도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본격적 세대가 된 것이다. 특히 이런 문화적 배경과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자기 중심의 1인 라이프를 지향하는 본격적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전의 40대와 달리 패션과 스타일에 아주 관심이 많은 새로운 40대다. 돌아온 오렌지족들은 40대를 젊게만 만든게 아니라 명품소비에도 큰 손으로 만들어놓았다. 소비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40대 남자들에겐 명품을 통한 자존감 표현은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라 할 수도 있다. 사실 이들이 20대일 때는 돈이 없어서라도 고가의 명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들이 경제적 여유를 가진 40대가 되면서 어릴 적에 동경했던 명품들을 직접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 의해 열리는 본격적인 40대 명품시장은 가장 뜨거운 백화점의 기회다.
실제로 국내 남성 명품 편집매장의 시작은 2007년에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점에 런칭한 슈와다담(Choix d′Adam)이다. 가방이나 타이, 구두, 시계, 모자 등 남성에게 필요한 명품 잡화들을 판다. 하지만 본격화된 것은 2010년부터다. 2010년에 신세계백화점에서 강남점에 '신세계 멘즈 컬렉션'을,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지스트리트 494 옴므'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리비에라'를 각기 열었는데 이들 모두 40대를 중심으로 하는 남성전용 명품편집매장이다. 국내 백화점 빅4   모두에서 40대 남성의 명품시장을 공략시작하기 시작해 이제 남성전용 편집매장은 전국의 주요 백화점 매장마다 기본이 되어버렸다. 요즘 백화점에서 가장 공들이고 있는 소비 타깃 또한 40세 전후, 즉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중반의 남자들이다.

오렌지족보다 더 큰 범주가 X세대인데 현재 나이로 보면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중반이다. 오렌지족이 X세대 중에서도 가장 왕성한 소비세력이었다면 과거에 오렌지족을 보고 부러워만 하고 막상 따라하지 못했던 X세대들이 자신이 가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국내의 수입차 시장을 크게 키운 일등공신도 이들 3040에게 있다. 공연계의 큰손도 이들이고, 해외여행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것도 이들이다.
불혹이 된 오렌지족과 X세대가 다시 돌아온 현재, 좀 놀아본 오빠들이 보여줄 새로운 소비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큰 기회가 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출처-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저, 부키, 2012.12.15)

이 책은 현실과 일상의 수많은 단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재배열하여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로운 핫 트렌드를 전한다.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포인트’, ‘스마트 기술이 바꾼 풍경’ 등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22개 주요 트렌드를 통해 오늘 우리 삶의 스펙터클한 변화상을 눈맛 시원하게 조망해 낸다. 2013년 한국인은 무엇에 관심을 쏟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에 열광할 것인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나 보자.




라이프 트렌드 2013

김용섭 저
부키 | 2012년 12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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